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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의 락락] 비요크, All is full of love 뮤비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16-07-25 20:15
조회
1081
 

비요크, "All is full of love"


* 비요크( Biörk  )

1997앨범 HOMOGENIC 중
<ALL IS FULL OF LOVE>
(Music Video drector- 크리스 커닝햄 Chris Cunningham)

비요크(Biörk)는 1965년(11월 21일)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난 뮤지션이다. 화산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인구 33만에 국토의 79%가 빙하·호수·용암지대로 뒤덮인 나라에서 23명의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이 구성되었다. 전 국민 중 여성 빼고,18세 이하 빼고, 고래 관광산업 종사자 빼고, 양치기 빼고, 감옥에 있는 사람들과 금융업 종사자 빼고, 아픈 사람을 뺀 23명. 바로 그 23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아이슬란드의 국가대표 축구팀이 이번 2016년 유로축구 대회 16강전에서 영국을 2-1로 누르고 8강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었다. 더구나 이 팀의 감독은 치과의사이며 골키퍼는 뮤직비디오 감독이 본업이란다.

전 인구보다 화산이 더 많다는 나라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 뮤지션 비요크(Biörk)의 음악 ‘All is full of love’와 이 음악에 맞춰 크리스 커닝햄이 연출한 뮤직 비디오를 소개한다. (Official Music Video https://youtu.be/AjI2J2SQ528 )



비요크의 아버지는 전기 기사였고 어머니는 히피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부모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한 그녀를 21세기의 가장 히피적 아티스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라. 그녀는 거의 매번 자유분방하면서도 새롭고 강렬한 음악적 스타일을 지닌 작품들을 유감없이 선보여 왔다. 활동 초기부터 유럽 전자음악계의 창조적 프론티어들과 작업하며 새로운 일렉트로닉 팝 음악의 장을 개척해 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비요크 음악에서 전자음악의 역할은 중요하다. All is full of love가 담겨있는 Homogenic 앨범도 역시 음악적으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압도적이다.

음악 외에도 미술과 연기에 관한 그녀의 탁월한 재능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뮤지컬 영화 어둠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2000))에서 눈 먼 여주인공 셀마로 열연하여 칸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엄청난 연기적 재능을 음악을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음악에 관한 완고한 자기 스타일의 철학을 지닌 아티스트로도 잘 알려진 바 있다. (감독의 음악적인 침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그녀는 촬영 내내 감독과 전쟁과도 같은 험악한 관계를 유지했고 마침내 감독이 지켜보는여우주연상 수상식 자리에서 앞으로 다시는 연기를 안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 <All is full of love> 는 차갑고 아름답고 섬뜩한 로봇들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을 현대 예술 분석에 자주 인용되는 프로이드의 용어인 ‘uncany- 언캐니(신체적.성적)로 억압된 것의 회귀-강박-트라우마’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천재적 영상작가 크리스 커닝햄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언캐니적 감각은 더욱 잘 표현되었다. 크리스 커닝햄은 "지구에 외계인 작가가 있다면 충분이 의심의 소지가 있는 작가!!" 로 회자될 만큼 그 독창적 재능이 잘 알려져 있으며 이 뮤직 비디오는 비요크의 전 작품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뮤직 비디오 역사에서 톱 10에 드는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이 작품과 유사한 세계관을 담고 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몇 작품들을 소개하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 디스토피아적 SF 소설의 대가 필립 케이 딕(Philip K Dick)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을 꿈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를 원작으로 삼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 나오는 안드로이드 로봇과 레플리컨트(replicant),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에 등장하는 고스트(GHOST)를 지닌 인형사(人形使), 마지막으로 공각기동대의 영향이 녹아 있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Matrix)>3부작에 등장하는 네오(Neo)와 트리니티(Trinity)와 모피어스((Morpheus) 그리고 스미스 요원들(Agent Smith). 이들의 역할과 관계를 떠올려보자 .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칸트는 인간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사이보그 로봇이다. 주제가 드러나는 장면들은 이들이 기술적 진화와 자체 진화를 통해 인간의 의식을 갖게 되면서 윤리적, 감정적 ,양심적 문제에 당면하게 되는 지점이다. <공각기동대>는 인간이 기억장치를 컴퓨터로부터 외부화시키면서 외부의 연결 없이도 고스트를 지닌 인형사가 자체 의식으로 스스로 하나의 생명체임을 자각하는 데서부터 작품의 주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아직 완성이 덜 된 인형사는 조작자들의 대화를 듣다가 인간을 향해 "너희들도 자체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DNA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라거나 "인간은 기억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일 뿐, 생명은 지금까지의 과학으로는 무엇이라 정의 내리지 못한다" 라고 설명하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행동’과 ‘의지’를 상징하는 구원자의 역할을 지닌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네오는 삼위일체의 여성적 ‘감정’을 상징하는 트리니티와 인식의 경계를 벗어나는 ‘사고’를 상징하는 모피어스의 도움으로 우리를 노예처럼 감옥에 가두고 있는 현실(매트릭스)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나서게 되고, 결국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월적인 대뇌피질인 두뇌 변연계의 각성을 통해(“오감의 감각이 ‘진짜’라고 믿는다면 현실은 뇌에 들어오는 일련의 전기신호에 불과하다.” / “이 억압된 현실은 기계장치들이 인간을 통제하는 시스템이다.”라는 모피어스의 말들), 즉 의식의 각성을 통해 다른 현실을 창조 - 인식함으로써 인간을 억압하는 이 메트릭스를 부정하고 새로운 세계를 살아가게 된다. 네오의 역할은 바로 그 깨달음을 통해 현실을 구원하는 역할이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를 깨달음) 이 현실의 노예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디 버그’의 차단 기능 역할을 맡은 자들이 획일화된 스미스 요원들이다(일종의 명령을 따르는 군인과도 같은 수행자들).



이들 세 영화의 공통점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좀 무리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감지되는 이 작품들이 지닌 공통의 주제는 결국 미래(또는 현재)사회에서의 ‘세계와 나’에 관한 고민이다. 인간(신)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의 정체성과 의식 그리고 이를 둘러싼 시스템과 컨트롤러의 관계 최근 알파고와 인공지능을 통해 이야기되는 로봇의 기능과 한계 그리고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과 가능성에 관한 논쟁들은 우리에게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현실의 체험으로 이미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나는 이를 풀어낼 가장 명쾌한 철학적 기반을 불교의 아공(我空)과 법공(法空)의 세계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All is full of love 영상의 후반부에는 키스하고 있는 두 로봇과 이들을 계속 ‘조작’-‘수리’-‘제작’해 나가는 기계들 밑으로 카메라가 서서히 하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보여지는 이미지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전기 회로선들이다. 이 선들은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으며 이 연결을 콘트롤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암시를 준다. 그것은 주체의 욕망이다. 욕망하는 주체의 마음이 이 피조물들이 살아 움직이고 사랑을 나누도록 창조한다. 그 창조하려는 마음이 빚어낸 존재물(存在物)에는 자체(自體)· 실체(實體)· 아(我)라는 것이 있는가? 실제세계와 허구세계라는 구분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현대 과학의 존재에 관한 실험과 결과들이 점점 부처의 깨달음과 그 세계관에 일치해가고 있다는 점은 많은 점들을 시사한다. 예술가들이 표현하는 작품에는 어떤 의미에서든 자아와 세계가 반영되어 있다. 아티스트가 무엇을 매개로 작품을 창조하든 첨예한 작가 의식은 근원적인 존재에 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비요크는 그 지점에서 탁월하게 예민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

* "All Is Full Of Love" 가사 전문


You'll be given love
You'll be taken care of
You'll be given love
You have to trust it
Maybe not from the sources
You have poured yours
Maybe not from the directions
You are staring at
Twist your head around
It's all around you
All is full of love
All around you
All is full of love
You just ain't receiving
All is full of love
Your phone is off the hook
All is full of love
Your doors are all shut
All is full of love!

전체 1

  • 2016-07-26 11:48
    나이도 나라도 짐작하기 쉽지 않은 마녀 같은 사람이죠... 좋아하진 않았지만 한때 참 흥미로워 한 뮤지션이었는데. 이 비디오도 역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