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0803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07-30 10:37
조회
592

(벌써 8월...!)
매번 읽을 때마다 ‘이번 주가 제일 어려워!’라고 외치게 되는 묘한 경험, 다들 하고 계시죠? ^^;
어려워서 주의 깊게 읽게 되고, 어려워서 도저히 수업을 빼먹을 수 없게 되는, 공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아시겠지만 이제 남은 수업은 단 두 번. 곧 있을 에세이를 위해서라도 꼼꼼히 읽고 복습하는 시간 마련하시길.


말 나온 김에 앞으로의 일정 공지해드리자면… 8월 3일, 10일 두 주 수업 후 8월 17일은 에세이 준비 기간입니다.
그 다음 주인 24일이 대망의 3학기 에세이 발표. 다들 마지막까지 파이팅이어요.


자, 지난 시간에는 <자본주의적 재현>절을 중심으로 전제군주 기계와 구분되는 자본주의 기계의 본질,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에 또 다른 중대한 역할을 부여받은 자본주의국가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았지요.
후기는 건화가 꼼꼼히 올려 주리라 믿고 여기선 아주 간략히 복기해볼게요.


전제군주 기계가 영토 밖으로 나갔다 새로운 결연을 가지고 돌아온 ‘금발의 야수’에 의해 출현한다는 건 지난 시간에 이미 했던 이야기죠.
여기서 키워드는 초월적 기표, 이를 통한 초코드화.
의미망 바깥으로부터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 이게 전제군주의 명령이라고 했었습니다.
자본주의 기계가 이와 구분되는 것은, 그것이 탈코드화 위에서 성립된다는 데 있답니다. 탈코드화, 탈영토화를 통해 문명을 세우는 게 자본주의라는 게 들뢰즈+가타리의 말이었지요.
하지만 사회 기계는 결코 그냥 탈코드화만 해서는 도대체가 성립, 유지될 수가 없지요.
자본주의의 놀라운 점은 한 손이 탈코드화할 때 다른 한 손이 그 흐름을 틀어쥐고 공리화한다는 데 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입니다.
채운 쌤 설명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일일이 코드를 부여하는 대신 최소한의 아웃라인이 되는 공리계를 만들어 흐름을 관리합니다.
가령 원시 영토 기계에서는 질적으로 상이한 코드들이 부족 사이를, 혹은 부족민과 부족장 사이를 오갔지요.
전제군주 기계에서는 왕 및 사제들에 의해 모든 기호들이 일정한 코드를 부여받았습니다.
자본주의 기계에서는 이제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써 느슨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공통의 장 안으로 유입되고 관리됩니다.
바로 이게 경제적 공리계라는 게 맑스의 논의지요.
그러니까 각각의 사용가치를 잃은 각각의 사물, 관계, 사건이 추상화되어 공리계 안으로 들어갑니다. 각각의 인간이 인구라는 흐름으로, 노동자라는 흐름으로, 각각의 활동이 노동이라는 흐름으로 관리되지요.
이와 같은 흐름, 끊임없이 탈코드화하면서 한쪽에서는 공리화되는 이 흐름, 이를 ‘자본’이라 명명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여기서는 모든 것이 자본으로 간주됩니다. 인적자본, 교육자본, 가변자본, 불변자본...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 기계의 출현을 ‘코드의 잉여가치’에서 ‘흐름의 잉여가치’로의 전환이라고 정리할 수 있답니다.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에 의해 만들어지는 잉여가치, 그것이 자본을 자본이게 만들고, 자본주의의 극한을 끊임없이 이전시키면서 자본주의가 기능하도록 만듭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잉여를 생산하는 자본이 된다는.
고로 삶의 실험이었고 놀이였던 모든 것, 한때 자본에 대한 도발이었던 모든 것을 자본의 공리계 안으로 유입시키기란 이 기계에게 하등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뒷골목 흑인들의 웅얼거림이었던 힙합이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 도끼로 화하는 것은 자본주의 기계가 아니고는 불가능합니다.


들뢰즈+가타리에 따르면 이렇게 흐름들을 관리하는 것, 때로는 위기까지 만들면서 그렇게 하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 시대 국가의 역할이랍니다.
채운 쌤께서는 베트남 전쟁을 비롯 자본주의 시대의 전쟁을 예로 들어주셨지요.
전제군주 기계에서 전쟁은 곧 반생산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기계에서 전쟁은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사건인데, 반생산적인 것조차 생산에 기여하는 것이 되고야 마는 놀라운 메커니즘 탓이죠.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기획되고 진행되는 전 세계적 이벤트라는 점에서, 전쟁은 올림픽 경기의 진정한 짝패인지도….


채운 쌤 말씀에 따르면 그러므로 혁명에 대한 다른 사유가 요구된답니다.
국가 권력의 탈환이 결코 혁명일 수 없는 이유, 그것은 국가 권력이 근본적으로 갖는 잠재적인 파쇼적 성격, 자본주의적 성격에 있습니다.
국가 권력은 근본적으로 재영토화하고 재코드화합니다.
그러니까 누가 권력을 잡았든 간에 국가는 이내 하나하나 일일이 코드를 부여하는 전제군주 국가가 되던가, 그 대신 하나의 공리계 안에 흐름을 쓸어 넣는 자본주의 국가가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들뢰즈+가타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고로 다음과 같답니다.
공리계 바깥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공리계로부터 어떻게 이탈할 것인가? 어떻게 분열증적 주체가 될 것인가? 절대적 극한으로 도주할 것인가?


…책이 모두 끝날 때까지 이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을 책 안에서 결코 발견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은 모두 다 하고 계시죠? ㅋㅋㅋ
각자 자신의 형식으로 질문을 만들고 답하면서 남은 4장도 열심히, 즐겁게 읽어보기로 해요^^
3절까지 읽어오심 됩니다.


이번 주 후기는 건화. 다음 시간 간식은 태욱쌤+병선(너 꼭 와라!).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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