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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곰의 벤쿠버 이야기 | 서쪽으로 [2] 미국 워싱턴 주, 레이니어 산을 가다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16-08-17 09:56
조회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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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g West[2] 미국 워싱턴 주, 레이니어 산을 가다

 

[1] 어디서나, 무엇이나 신기하도다

여행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서쪽으로 2탄을 찍고 왔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 워싱턴 주에 있는,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다는 휴화산에 다녀왔습니다. 높이 4392m의 레이니어 산입니다. (미국에서 제일 높은 산은 알레스카에 있는 데닐리 산(Mt. Denali, 6190m)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백두산은 2750m입니다.) 벤쿠버에서 미국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도 저 멀리서 후지산처럼 높이 솟아있는 레이니어 산이 보이지요. 뜨거운 여름날의 빙하는 생각만 해도 멋졌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 두 번째 서쪽으로! Going West[2]’는 빙하와는 전혀 상관없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일단, 레이니어 산이 휴화산이라는 사실은 정말 중요했습니다. 은서, 현서에게 잔뜩 동기 부여를 해주고 싶었거든요. 은서 현서가 좋아하는 공룡 책에는 늘 배경에 화산이 분출하고 있답니다.

엄마곰 : “화산 알지? 시뻘겋고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고 불꽃이 튀는!! 그런데, 레이니어 산은 잠자는 화산이야.”

현 서 : “가서 깨우자!”

 

그런데 이 여행에서 현서 은서를 기쁘게 한 것은 레이니어 산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낡고 컴컴했던 여관방 침대 위에서 구르고, 고속도로 근처의 작은 공터에서 돌 줍고, 산길에서 죽은 나비를 오래 들여다 본 이야기만 계속 하는 겁니다. 작은 키, 조그마한 눈, 고사리같은 손은 저 멀리 솟아있는 빙산보다는 발아래에서 풀풀 날리는 먼지와 찢어진 나비 날개를 감촉하는 일에 바빴나 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오레곤 주 해변에서나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나, 아이들이 제일 반가워 한 것들은 세상 어디서나 있을 것 같은 나뭇가지들, 거미줄, 돌맹이었습니다. 가끔 나타나는 오소리, 다람쥐는 선물 중의 선물이고요. 레이니어 산과 들판의 꽃 한송이가 쌍둥이 곰들에게는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 풍경 속 이야기

저희가 레이니어 산에서 목표로 삼았던 장소는 빙산 아래에 여름 야생화가 펼쳐진 모습이 기가 막히다고 해서, 천국(Paradise)라고 이름 붙여진 들판입니다. ‘천국에 정원이 있다면 바로 이렇지 않을까? 싶다더군요.’ , 그렇습니다. 저희는 바로 그 천국의 입구도 밟아보지 못하고, 만 하루에 걸쳐 다가갔던 산 봉우리를 허무하게 내려왔습니다. 등산객이 너무 많아서 일방통행로 갓길에 주차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하산 하는 길인줄 모르고 주차공간만 찾다가 , , ? !’ 하는 사이에 그만 천국에서 멀어져 버린 겁니다. 결국, 천국에서 음미하려 했던 단팥빵을 질겅질겅 씹어가며 눈물을 머금고 작별을 고했습니다.  

두 번째 목표지는 해뜨는 곳(Sunrise in Mt. Rainier)’이었습니다.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어서, 휴화산의 웅장한 위용을 더 잘 감상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사슴과 함께 산을 걸어오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해가 뜰 때의 절경이 기가 막히다는데, 저희가 천국주차장에서 점심 먹고 12시에 떠나 이곳에 오니,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가고 있는 2시였습니다. ‘천국을 놓친 아쉬움 때문에 등산을 서둘렀습니다. 겨우 쌍둥이들이 걸을만한 곳을 찾아, 20분 걸었을까요? 갑자기 현서가 응가가 하고 싶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지요. 다시 20분을 되돌아 나와 공원 입구 화장실에서 현서가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썼습니다. 시원해진 현서와 함께 다시 산책로로 나서서 또 한 20분 지났을까요. 이번에는 은서가 응가가 하고 싶다는 겁니다. ‘@.@ 아까 같이 하지 그랬니?’ 물어 뭐하겠습니까? 다시 화장실로 돌아가서 은서가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힘쓰는 사이, 시간은 마구 흘러가 버렸습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 아이스크림을 사달라, 너무 힘들다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쌍둥이들의 텅 빈 배에 아이스크림을 넣어주고 나니 옴마야 벌써 4. 이러구러 진이 다 빠진 데다가 하산하지 않으면 숙소까지 돌아오는 길이 너무 밤이 될까봐 저희는 해뜨는 곳도 그냥 빠져 나왔습니다. ‘, 이 먼 곳까지 왜 온 걸까?’ 중얼거려 뭘 하겠습니까? 나비 좀 보고, 응가 좀 하려고 온 거죠 머.

 

쌍둥이가 해뜨는 곳안내소 앞에서 꽃보며 놀고 있을 때 한 할아버지가 다가오셨습니다. “쌍둥이오? . 나이를 맞춰봄세. . 3? 4?” “! 4살이라고? 내가 맞췄어! 내가 맞췄어!” 그러고는 아이들을 한참이나 쳐다보셨습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당신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1960년대 말, 한국에서 미군으로 근무하셨다며 당시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의 자신과 뛰어노는 은서, 현서를 겹쳐서 생각하시는 듯 중간중간 말을 잘 잇지 못하셨답니다. 나중에는 좋은 여행 하시오라시며 돌아서시다 말고, “안녕하세요!”, “내가 기억이 났어. 기억이 났어. 한국말! 으하하하크게 웃으셨습니다. 지난 번 국경에서도 그랬지만, 은서 현서와 함께 여행하면 갑자기 누군가의 인생 속으로 쑥 들어가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의 회한은 레이니어 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불쑥 1960년대의 서울을 걷던 누군가의 시간을 느끼고 돌아 나오는 여행을 했습니다.

 

 

펌: mvq.kr

 
전체 1

  • 2016-08-30 06:59
    늘 잘 읽고 있으면서 댓글을 못다네여~ 근데 정말 잘 읽고 있어요!!^^
    은서 현서가 꼭 오래 알아온 친구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