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읽기

8.25 수업 후기

작성자
하동
작성일
2016-08-31 20:55
조회
384

내일이 수업인데, 이제야 후기라니~~ ㅠ


4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3장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었지만, 제겐 도움이 많이 됐던 시간이었습니다. 현옥샘께서 하신 중요한 얘기는 반장님께서 이미 다 정리하셨고 하니, 3장을 통해 제가 느낀 것을 간략하게 적어볼게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가 지금 이순간도 경험하는 무수한 정서나 감정, 정념들이, 신체나 물질과 마찬가지로 자연 안의 일부분으로 존재하는 유한 양태가 갖는 필연적인 사유 양태라는 점, 하여 자연 법칙을 거슬러 작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뭔가 마음이라는 신비스러운 영역이 별도로 존재한다거나 나의 주체 또는 자유 의지라는 것이 있어, 정서나 감정들을 빚어내거나 만들어내는 것처럼 은연 중에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3장을 읽으면서 그게 많이 깨진 듯합니다.


코나투스, 운동과 정지의 비율에 따라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코드 즉 우리의 본성 또는 본질에서 필연적으로 발휘되는 운동성이나 능력 같은 것(현옥샘). 우리의 감정이란 건, 바로 이 코나투스의 발현이라는 것입니다. 유한 양태로서 우리는 무수한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 관계 속에서 어떤 것들은 우리의 활동 능력을 확장시켜 기쁨을 느끼게 하고, 또 어떤 것들은 우리의 역량을 제한하거나 파괴함으로써 슬픔에 잠기게 합니다. 기쁨을 느끼면 당연히 기쁨을 유지, 확장하고자 하고, 슬픔을 느끼면 슬픔을 회피, 제거하려는 게 우리의 본성일 테지요. 그러니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이나 존경 같은 감정이나, 증오나 질투와 같은 혐오스러운 감정들조차도 모두 외부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코나투스의 산물이 되는 셈이지요. 우리의 신체에 우호적인 뭔가가 들어오면 온몸을 열어 반응하고, 맞지 않은 것이 들어오면 바로 방어 기제를 작동시켜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요. 자연학의 대상으로서의 감정. 그런 것을, 저는 그동안 살면서 쌓아온 온갖 감정의 습속들, 특히 부끄러움투성이의 감정들을,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감추려들거나 나의 의지로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온 게 아니었겠습니까. 도덕 교육을 너무 잘 받아온 덕택일까요, 아님, 본인 안에는 이기적이고 사악한 감정이나 욕망이 없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코나투스의 또다른 발현인 탓일까요. 참, 어리석게도 위선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뭔가 자신을 더 긍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내가 감추고자 했던 것들이, 자연적인 본성이자 생의지랄 수 있는 코나투스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데 말이지요. 얼치기 도덕감과 금욕적인 자유의지 같은 것들이 뒤범벅된 자의식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본성을 좀 더 명확히 알고, 그걸 바탕으로 더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는 길이 보일듯도 하다는 것. <에티카>는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자에게 딱 맞는 지침서임에 분명합니다.  더 기대되는~~~~, 4장에서 뵙겠습니다.^^

전체 1

  • 2016-09-01 13:27
    아, 코나투스를 이해하는건 정말 어려운 모양이어요!!!^^ 그토록 여러 시간을 얘기했건만 흑흑. 정확히 말해 감정이 코나투스의 발현이라고 할 수는 없고요, 자신의 코나투스만큼 타고난 본질을 현행화시킬 수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외부 사물에 의해 휘둘려 생기는 감정 전체를 코나투스의 발현이라고 할 수는 없다요. 코나투스가 딱 고만큼 발휘된 거지요~~ 뻘짓하는 가운데서도 제 정신 차리려고 애쓰는 거 고거이 코나투습네다! 이거 헷갈려서 코나투스를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써먹으면 완전 스피노자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가는 겁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