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베이징에 다녀왔습니다!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6-09-05 01:45
조회
972
얼마전 저는 베이징에 다녀왔습니다.

에세이를 발표하던 어느 날, 채운쌤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중국갈래?' 제가 우물쭈물 하고 있던 사이 쌤은 벌써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계셨습니다(!) 쌤이 내리신 특명은 '리비도(!)를 전부 소진하고 와라!' (누군가는 제 에세이를 보신 쌤이 저를 빨리 어딘가로 치워버리고 싶으셨던 거라고ㅋㅋ;) 저는 다른 방도(?)는 찾지 못하고 매일 20km씩 걸으며 에너지를 소진하고 왔습니다. 궁금해 하실지 모르겠으나, 남아도는 게 사진이라 일단 올려봅니다.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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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버스를 타고 찾아간 곳은 베이징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통주에 있는 이탁오 묘.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탁오 묘는 공사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해냈습니다! 중국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 한 일은 월담(잠입?)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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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으로 돌아와 자금성이 내려다 보이는 경산공원에 갔습니다.  자금성이 박물관의 미니어쳐처럼 보이더군요...


자금성 앞. 중국에선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화면의 반은 사람이 차지하네요...


그리고 참으로 진부하게도 북경오리를 먹었습니다. (ㅋㅋ) 자금성을 보고와서 북경오리를 먹다니.. 바람직한 북경 여행자네요.


10개월째 중국에 체류중이지만 아직 세끼 연속으로 중국음식을 먹는 것은 무리라는 현진이형...ㅋㅋ;

대체로 멍했던, 그리고 현진이형에게 업혀다녔던 하루였습니다. (사실 여행 내내 현진이형한테 업혀다녔죠... 형 정말 감사합니다ㅎㅎ)

베이징 날씨는 생각보다 선선했고, 공기는 생각만큼 탁했습니다. 베이징은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도시는 (절대로) 아니었지만 매력적인 도시였습니다. 듬성듬성한 서울(?) 같은 느낌의 도심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바로 그 뒷편에서는 닭들이 뛰어다니고 배나온 아저씨들이 웃통을 벗고 마작판을 벌이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베이징에서 가장 심각하게 낭비되고 있는 것은 신호등을 작동시키는 데에 쓰이는 전력과 도시 곳곳에 있는 검문소(검색대?)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노동력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목숨이 아깝다면 신호등의 파란 색 불빛을 억지로라도 모른 채 해야 할 정도로 모든 운전자와 보행자가 신호로 부터 자유로웠고, 지하철을 탈 때마다 거쳐야 하는 검문은 대개 탐지기(?)로 엉덩이를 두 번 톡톡 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중국 인구를 생각해보면 신호등 쪽이 좀 더 아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제게는 이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둘째 날>

이 날은 여행 중 가장 많이 걸은 날이었습니다. 제 아이폰이 23km를 걸었다고 알려주고 있네요.


서태후의 여름 별장 이화원(颐和园).


저는 자금성보다도 이화원의 스케일에 크게 압도당했습니다(!)


당시의 국교였던 티벳불교(라마교)에 심취했던 서태후. 감사하게도 해군 예산을 빼돌려서 이런 멋진 건축물을 남겨주셨습니다.


사람이 없어지길 기다려 보았으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더군요.


다음은 원명원(圆明园). "1709년 강희제가 네 번째 아들 윤진에게 하사한 별장이었으나 윤진이 옹정제로 즉위하자 1725년 황궁의 정원으로 조성하였다. 그뒤 건륭제가 바로크식 건축양식을 더하여 원명원을 크게 넓혔고 장춘원과 기춘원을 새로 지었다"(네이버 사전^^;) 이 폐허는 1860년에 영국, 프랑스 연합군의 침공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저리도 예쁘게 붕괴됐을까요? 누군가의 분주한 손길이 느껴지는데...ㅎㅎ?



원명원의 호수에서 만난 블랙스완들.


현진이형과 같이 찍은 몇 안되는 사진 중 하나. 원명원 서양루의 황화진 앞입니다.


북경의 "리얼"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후통, 을 기대했지만, 이 역시 G20을 위해서 중국 정부가 깔끔하게 정비한 모습이라고 하네요.


천안문 앞. 종일 걸어다닌 결과, 눈이 풀렸습니다;; (저질체력...)

믿을 것은 두 다리 뿐 이었습니다ㅋㅋ. (이화원은 예외였지만) 제가 뭘 보고 막 감탄하는 편도 아니고, 중국 역사에 대해서도 심하게 무지하기 때문에 (이화원을 지은 서태후를 여태후와 헷갈려서 굉장히 민망했었던...) 자칫 잘못하면 별 감흥 없이 관광지들 사이를 이리저리 흘러 다닐 뻔 했는데, 걷기가 저를 구제했습니다. 애초에 제가 그저 걷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다 보니 겉돌지만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셋째 날>

이틀 동안 저와 함께 중국음식을 먹으며 걸어 다니느라 고생한 현진이형을 쉬게 해드리고 이날은 저 혼자 다니기로 했습니다.


루쉰 박물관 입구. (파노라마 기능이 있다는 것을 이때에야 깨달았어요...)


루쉰 박물관의 전시품들 입니다. 중국은 박물관이든 사찰이든 사진 촬영에 대해서 관대한 것 같아요.
(사진은 왼쪽부터 루쉰의 사진 중 가장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 루쉰이 스케치한 루쉰의 집, 쉬광핑이 가장 좋아했다는 루쉰의 사진, 루쉰 박물관에서 만난 소세키.)


루쉰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루쉰이 살았던 집. (파노라마 기능에 너무 심취했었나봅니다...)


혼자 다니다 보니 현지인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루쉰 박물관에서 만난 왕셰는 유창한 영어로(다 알아듣고 있는 줄 알았겠지) 친절하게 가이드를 해 주었습니다.


다음으로 베이징 최대의 티벳 불교 사원인 옹화궁(宫)에 갔습니다.


그리고 옹화궁 바로 옆에 있는 공묘입니다.


공묘의 예쁘고 지저분한 개수대.


그리고 이친구는 난뤄구샹(한국의 인사동과 비슷한?) 근처의 카페에서 만난 롱첸입니다. 한국이 너무 좋다며 말을 걸어오더니, 현진이형과 연락을 못하고 있던 저에게 친구의 전화를 빌려다주고 바이크로 역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이 친구는 현진이형의 중국인 친구 완영입니다. (이 친구가 예쁜 스타벅스 컵을 선물해 준 그친구입니다.) 롱첸 못지않은 한류팬인데, 저를 보자마자 쇼미더머니에 나왔던 '레디'와 닮았다고... 이 친구는 다음날 알바를 바꾸고 저+현진이형과 함께해 주었습니다. (제가 상당히 빙구같이 나왔지만 다른 사진이 없네요...)


셋이 함께 먹은 꼬치들. 소 심장도 있었는데, 아주 쫄깃하더군요.

<마지막 날>

마지막 날에는 느지막히 숙소를 나서서 공항 근처에 있는 '다산쯔 798 예술구'에서 비행기 타기 전까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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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쯔 798은 원래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해서 만든 예술단지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임대료도 인상되어 정작 지금은 예술가들이 쫓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에도 갤러리 보다는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가 훨씬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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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현진이형의 친구 완영이 찍었는데, 사진에 대한 완영의 확고한 신념 덕분에 현진이형과 저는 몇 번인가 저런 포즈를 취해야 했습니다ㅎㅎ;



아무튼 제 여행은 대충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정말 이번 여행에서 제 힘으로 한 일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채운쌤과 고미숙쌤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 덕분에 여행을 떠날 수 있었고, 숙소 예약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함께 해 준 현진이형 덕분에 재밌게 돌아다니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의 친절까지 더해져서 더이상 만족스러울 수 없는 여행이 완성됐습니다(!) 시상식은 아니지만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ㅎㅎ! 이번 여행에 흠이 있다면 너무 좋았다는 것 정도 일까요? 또 여행을 하고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 하나를 마칠 때마다 여행을 떠난다'가 요즘 채운쌤의 모토인 것 같으니,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해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전체 5

  • 2016-09-05 08:13
    그녀 이름이 왕셰였군........... 왕셰......왕셰.....왕셰...왕셰에에~~~!!!!!

    • 2016-09-05 13:18
      어째서 채운쌤이 왕셰 이름을 저리 절박하게 외치나요 ㅋㅋㅋ 남의 여행 사진 보는 건 어쩜 이리 재미지누.

  • 2016-09-07 16:26
    눈 풀린 사진, 빙구를 비롯한 글 자체가 넘 웃겨서 계속 큭큭댐. 주변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봄ㅋㅋㅋㅋㅋㅋ

  • 2016-09-08 01:13
    소문도 안 내고 중국엘 갔었군요.

    사진촬영에 관대한..이란 얘기가 나와서 갑자기 발끈(!)하게 되어 덧글을 쓰고 있네요. 의외로 거기가 사진촬영에 관대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 미술관이며 박물관이 의외로 사진촬영을 뭐 간첩질이나 하는 냥 유난을 떨고 있는 건 아닌지... 박물관 미술관을 나오면서는 꼭 욕을 하고 있더라구요, 내가. 거기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헐... [리움]에선 거의 범죄자 수준으로 취급하던데... 루브르나 대영박물관 등에서의 경험, 플래시만 안 쓴다면 무제한으로 사진촬영을 허가해서 깜놀했었던. 사진촬영금지는 아마도 작품손상의 문제기보다는 작품에 대한 절대적 사유권 주장이었던가봐요. 왜 애들 비싼 장난감 들고 나와선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하라고 꺼들거리듯 유치찬란한.... 괜히 막 열이 나네요. ㅎ

  • 2016-09-25 11:43
    이제야 봤쓰! 완전 잘 봤쓰~!! ^^ 내가 젊은이를 부러워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건화의 젊음이 엄청 멋지게 느껴지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