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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전 4강 후기

작성자
정해남
작성일
2017-01-14 18:27
조회
366
후기 하나.

二篇之策, 萬有一千五百二十, 當萬物之數也.

위에서 만물의 수는 11520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11520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고, 위의 글을 쓴 사람은 아마도 이 수가 충분히 큰 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 국가의 예산이 아니라 개인의 재산을 조 단위로 언급하는 요즘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 대통령의 재산이 4조, 그의 내각에서 1등은 재산이 6조인 교육부 장관, 그리고 최씨 일가 ... ㅠㅠ)
간혹 개그 프로에서 바보 캐릭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하나, 둘, 많다’라는 수세기를 보여주는데, 이는 실제로 고대 원시인들이 사용했던 수세기이다. 하나에서 둘로 가는 시간보다 둘에서 셋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어떤 학자는 하나는 ‘나’, 둘은 ‘너’, 셋은 ‘세계’로 해석하며, 둘에서 셋으로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설명한다. 여하튼 상당기간동안 우리의 원시조상들은 ‘하나, 둘, 많다’라고 수를 셌다. 그래서 각 문화권에서 셋을 나타내는 단어의 어원이 ‘많다’, ‘낯설다’, ‘뛰어넘다’, 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하나, 둘, 셋’을 기본적인 수로 사용하는 문화권도 있지만 셋 다음인 넷으로 넘어가 네 가지를 기본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이것은 손가락 4개에 대응시키기 때문이다. 엄지는 별도이다. 즉, 수세기를 위해 참조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몸셈의 시작이다. 어린 아이들이 손가락이라는 참조물 없이 수를 못 세는 것과 같다. 손가락, 발가락, 등 신체를 사용하다 돌이나 새끼줄 등 다양한 참조물로 분화된다. (calculus(미적분)의 어원은 라틴어 조약돌(cálcŭlus)이다.) 인류가 수를 세기 위해 이러한 참조물을 벗어나는 데 또한 많은 시간이 걸렸다. 참조물 없이 수 세기가 가능해지면서 인간은 추상적 사고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추상적 사고의 기원을 수세기로 보는 것은 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이 꺽어지는 손가락 관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인류가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피타고라스가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일상생활에서 수를 대하는 것처럼 쉽게 수를 다룰 수 없다.

시간이 없어서 일단 면피용 후기를 간단히 올리려고 했는데, 더 쓰다가는 지각할 듯... ^^;; 계사전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올릴께요~~ 죄송합니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17C 수학자 베르누이(Bernoulli)의 ‘큰 수의법칙(Weak Law of Large Numbers)이다. 이것은 관찰횟수를 늘리면 미지의 확률에 대해 개연적 확실성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 눈금 3이 나옹 확률은 1/6이지만 6번 던져서, 1번, 60번 던져서 10번이 나오는 겨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의 시행횟수를 넘어가면 거의 항상 1/6이 됨을 보여주는데, 그 기준으로 제시한 수가 25550번이다. 이 법칙은 현재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베르누이 시대에는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베르누이가 살았던 바젤시의 총 인구가 이 수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베르누이가 제시한 이 수가 현실적으로 너무 큰 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수에 대한 17C 유럽 사람들의 생각의 한 단면이다. 이것과 맨 앞의 만물의 수 11520을 함께 생각해보면 이 수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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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6 15:01
    현장감(?!)이 넘치고 색다른 후기 고맙습니다^^ 한번 더 쓰시겠다는 약속도 기억하고 있을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