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n

0123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7-01-19 15:21
조회
391

공지가 늦었습니다.
해야 할 것들이 많아 허덕허덕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허덕허덕하는 이유는 대개 뭐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자기 상태가 분주해서지요^^;
그럴 때 실수도 많아지고 회의감도 짙어지기 마련. 붓다는 그런 자기 마음을 지켜본다면 그것도 시시각각 조건마다 달라짐을 알게 된다고, 모든 마음도, 생각도, 사물도 단 한 순간도 그 자리에 머무는 법이 없음을 아는 게 지혜라고 했었지요.
하나라도 찬찬히 하려고 하면 그 순간 마음이 다 거기로 향하니 헛된 생각들이 다 사라져버린 일, 우리에게도 다 있잖아요. 그토록 마음을 무겁게 한 것들도 그 순간 또 흐려지고 연해지고.
사람들이 고뇌니 우울이니 하는 것도 실은 다 이렇게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것이라는 걸, 붓다는 空 내지 緣起로 설명하지요.


지난 시간에 토론하면서 불교 사상과 우파니샤드, 대체 뭐가 다른 건가 하는 이야기가 ‘재차’ 나왔더랬죠. 어떤 면에서는 정말 비슷한 것 같고, 어떤 면에서는 미묘하게 다른 것 같고, 또 다르게 보면 그야말로 딴판인 것 같고.
핵심은 역시 空 개념과 관련되는 듯한데, 채운 쌤께서 이를 ‘언어’와 관련해 설명하신 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네요.
채운 쌤에 따르면 불교에서 가장 주의를 주는 것은 말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말이란 본디 객관적으로 대상을 지시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지요. 들뢰즈가 모든 언어가 일차적으로 명령어라 했을 때 그것은 언어가 비언어적인 것, 물질적인 차원에 ‘개입’하기 때문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요. 불가에서도 말하길 말은 대상을 지시하는 게 아니라 대상을 ‘존재’로서 실체화하는 것이라 했지요.
조건에 의해 특정하게 현상되었다가도 다시 사라지는 이 모든 것을 ‘있는 것’으로서 붙들려 하니 그로부터 온갖 마음들이 생기고 판단들이 생긴다는 것.
불교에서는 바로 이것을 인간사 고통으로 여깁니다. 아주 흡족한 마음도, 아끼고 보듬는 마음도, 대상을 실체화해 그것에 기대고 또 기대하는 씨앗인 한 인간의 근본적 고라고 하지요.
하지만 불교는 또 재미있는 게, 이 모든 현상을 무가치한 것, 허망한 것으로 보는 것 또한 아니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그처럼 존재하는 이 세계 말고 다른 세계란 없다고 간주하니까요.
이렇게 생성 소멸을 거듭하는 세계 바깥에 영원한 세계가 있는 게 아니라 이 세계가 본래 이와 같다는 것!
자기 표상(말)에 갇힌 인간은 이를 두고 좋다-나쁘다 분별하지만, 그런 표상의 너머에서 보자면 우주는 언제나 역동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모든 생성과 소멸을, 모든 연기적 존재들을 긍정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
그러니 불교야말로 현상을 중시하는 철학이라 말해도 좋겠지요. 언어에 붙들리지 않는, 언제나 언어를 넘쳐흐르는 이 세계를. (<금강경>에서 배운 卽非와 是名 두 단어가 떠오르는군요^^)


그럼 우파니샤드 사상에서는 어떨까요? 분명 이 경전에서도 우리는 말에 대한 경계를 발견하곤 합니다. 진리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언어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종종 사제들이 말하고 있지요.
한계를 갖는 인간의 인식체계와 언어로는 아트만을 미처 다 말할 수 없으니, 깨달음을 추구하는 이는 스승으로부터 비의를 전수받은 뒤 스스로 절제하고 고행함으로써 아트만을 깨달아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불교와 아주 다른 거죠.
우파니샤드에서 말하는 ‘말할 수 없는 것’이란 그러니까 연기적 세계(현상세계)가 아닙니다. 문제는 현상 너머에서 현상을 가능케 하는, 제현상들의 근원에 있고(아버지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아버지가 아니라 아트만 때문이라는 구절이 꽤 인상적입니다), 이는 차마 말로 할 수 없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것, 우리가 알아야 할 단 하나의 것이 됩니다.
말하자면 말할 수 없는 것, 그것은 근원입니다. 그것은 있으나 말할 수 없으니 생을 걸고 추구해야 할 것이 됩니다.


요컨대 불교에서 현상세계는 조건들에 의해 생멸하는 곳이므로, 결코 인간의 말 안에 가둬지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인과(연기)를 이해함으로써 인간은 현상을 긍정하고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반면 힌두 사상에서 현상세계는 근원인 아트만에 의해 빚어진 곳이므로 아트만과 합치되면 그는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쪽에는 현상된 것들이 서로의 조건이 되는 현상세계만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근원적 일자와 그에 의한 현상세계 이 두 세계가 양립하는 거지요.


바로 이와 같은 차이에 의해 힌두사상에서와 달리 불교에서는 자비와 보살행이 강조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 이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읽어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남은 한 주도 열심히 읽어봅시다 ^^;


다음 주에는 13부부터 마지막까지 읽고 모입니다. 공통과제 및 에세이 주제 준비해 와서 함께 이야기 나눠봐요.
간식은 은하쌤께 부탁드렸습니다^^

전체 3

  • 2017-01-19 17:46
    아, 이제 조금 이해가 되는듯 하네요. 근데 그게 내가 사는 세상이랑, 내 삶이랑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네요

    • 2017-01-19 19:18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라도 책을 좀 더 파야할 것 같기는 한데.... 잠깐 생각해보면 현상세계에 대해 보이는 저 일정한 태도는,, 우리 중생들에게 있어 불교보다 훨씬 더 다가가기 쉽고 익숙한 것 같기는 해요.

  • 2017-01-21 19:06
    지난 수업 참석 못했는데, 이런 세밀한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