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칼라클라우드 in 실스 마리아sils-maria

작성자
qmun2015
작성일
2017-02-07 03:20
조회
608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채운이 스위스를 다녀왔습니다.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고, 2끼 2빵으로 버티며, 해뜨면 걷고 해지면 자고, 그렇게 열흘을 쉬다 왔지요.
힐링의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오자마자 하루도 안 되어, 내가 어딜 갔다 오긴 했나... 싶더이다.
과연 생(生)은 거대한 꿈이요 환(幻)인가 봅니다.

음.... 원래 계획은 하루에 한두컷씩 사진과 소감을 올리는 것이었으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역시 계획대로 안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몇 컷씩 생각나는 대로 올려드리지요.(남은 것이 사진뿐이라)
남이 놀다 온 추억, 뭐 그리 관심이 있으시겠습니까마는...^^



 



서울 오기 3일전에 머문 곳은 실스 마리아.
네, 니체가 영원회귀를 떠올렸다는 바로 그곳이지요.
마테호른이 있는 체르마트에서 시속 30킬로미터로 달리는(?) 빙하특급을 타면 8시간 후에 생 모리츠에 도착합니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 30분 가면 실스마리아가 나오지요.
호텔 스탭에 따르면 사시사철 맑고 쾌적한 곳이라는데,
제가 가기 전날부터 3일 연속 눈의 천국이었지요.
정말 원없이 눈을 맞아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스키타는 사람들 말고는 저처럼 눈맞으며 싸다니는 사람은 없습디다;;)
실스 마리아에는 큰 호수가 두 개 있는데요, 실스 호수와 실바플라나 호수예요.
첫 번째 사진이 니체가 산책하다 '영원회귀'의 영감이 떠올랐다는 실바플라나 호수입니다.
눈으로 덮였지만 저기가 다 호수랍니다.
눈이 무릎까지 와서 도저히 걸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의 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그 니체 바위를 보려고 그렇게 먼 길을 왔건만!
아쉬운 맘이 없었던 건 아니나...  또 보면 뭐하겠습니까.
그걸 본다고 영원회귀를 깨닫게 되는 것도 아닌 것을.
눈이 얼굴을 너무 때려서 빠르게 체념하고 돌아섰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제가 머물던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실스 호수입니다.
저 눈밭도 다 호수랍니다. 저긴 제법 멀리까지 걸었습니다.
그냥 안개처럼 다 희뿌옇게 보이지만 실은 함박눈이 퍼얼퍼얼 내리고 있는 거예요!
네, 여러분들이 여기서 명절 후유증 앓으실 때, 소세키 쓰느라 골머리를 싸매고 계실 때,
전 저런 데 있었습니다. 메롱...



니체가 머물렀다는 니체하우스에 가면 저런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아래 있는 바위가 실바플라나 호수의 '영원회귀' 바위라는군요.
글고 실스 호수 둘레를 산책하다 보면 '짜라투스트라 바위'를 만날 수 있다고.
짜라투스트라의 한 구절을 새겨서 만들어 놓은 바위인가 봅니다.
(새겨놓았다는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얘기 하나.  스위스에 칼이 유명하잖습니까?
한국인들도 와서 많이 사가겠지요? 그런데 칼을 파는 상점에 '성함 새겨드립니다'라고 한글로 적혀 있더군요.
오직 한국어로만 그렇게 써 있습니다. 좌우간 어디에 이름 새기는 건 오지게들 좋아하나 봅니다. 쓰읍.)
암튼 그 니체 바위들의 위치를 저렇게 표시해 놓은 겁니다.
(니체 하우스에 있는 니체 방과 데드마스크는 다음 기회에 공개하겠습니다.)



위 사진은 기차를 타고 마을을 떠날 때 찍은 풍경입니다.
생 모리츠 역에 내렸을 때, 멀리로 펼쳐진 설원이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턱 막힐 정도였지요.
니체는 대체 이런 데서 어떻게 영원회귀를 떠올린 것인지... 정상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저는 그저 무념무상... 무념무상...



위 사진이 바로 니체가 실스 마리아에서 머물렀다는 '니체 하우스'!
오후 3시부터 2시간만 오픈합니다.
아담한 집입니다.
니체하우스의 내부는 다음을 기약하시라!
전체 5

  • 2017-02-07 13:21
    니체는 잘 몰라도 눈 때문에라도 꼭 가고 싶어지는 사진이군요! 특히 마지막 두 사진의 장소는 영원회귀를 몰라도 꼭 눈으로 보고 싶어지네요.

  • 2017-02-07 19:17
    규창아 떠나자!!!!!!!

    ..
    채운샘은 분명, 첫날부터 우리 보고 싶어서 죽겠으셨을 겨.. 영원회귀가 아니라 얼른회귀 하고 싶지 않으셨음?

  • 2017-02-08 21:51
    영화 이야기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영화 같은 사진들이 잔뜩 있네요. 실스 마리아는 니체가 영원회귀를 떠올린 곳이었군요. 그렇게나 외워지지 않던 영화 제목이 단박에 머리에 쏙 들어오네요. 메롱쌤 덕분에 눈이 션해졌네요.

  • 2017-02-09 00:22
    모든 풍경이 잔혹동화같은. . . 무슨 이유에선지 어느날 폭설이 내려, 호수는 얼음으로 뒤덮이고. . . 눈 속 깊이 파묻힌 작은 마을에선 누군가가 칼을. . . 그리고 짠 나타나는 니체? ^^
    저 푹푹 빠지는 눈 호수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볼따구를 실컷 맞아가며. ^^;;

  • 2017-02-14 17:10
    실바 플라나 호수에 우와 ~~~ 감격하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요. '이름 오지게~~~ '우하하하ㅎㅎㅎㅎㅎ '메롱'하고 우리 약올리시며 저 눈쌓인 호수를 만끽하신 채운쌤~ 부럽부럽;;
    나도 다음 생애엔 명절 증후군 따위 없는 세상 살아볼껴! 꼭!! 반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