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본색

<서사본색> 2월 23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2-17 11:48
조회
271
 

 

안녕하세요~ 삼국지 2권이 끝났네요. 그런데 여전히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어떤 텍스트를 참고해야 하는지 헤매고 있죠. 특히 삼국지는 여차하면 그냥 수다로 전락하기 쉬워서 더욱 주의해야 하죠,,,! 그런데 그 수다느낌이 저번시간도 그렇고 이번시간에도 좀 나더군요. 그래서 채운쌤의 조언에 힘입어 진행방식을 약간 바꿨습니다. 기존에 계획했던 방식은 매주 한 권씩 읽고 관련 자료는 알아서 찾아가며 글을 써오기로 했었죠? 근데 이제는 계획대로 매주 『정역 삼국지』는 한 권씩 읽으시되, 격주로 보조 텍스트를 중심으로 토론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한 주는 『정역 삼국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 다음 한 주는 보조 텍스트를 참고해서 그 시대전반에 대한 얘기를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 공통과제는 각자 자신이 맡은 부분을 해오시면 됩니다. 은남쌤은 사마천의 『사기본기』에서 「고조 본기」와 「여태후 본기」를, 혜원누나는 김진곤의 『이야기 小說 Novel』의 두 챕터를 요약·정리하시면 되고, 저는 소설의 토대인 진수의 『정사 삼국지』에 대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 얘기를 정리하겠습니다.

 

이번 주 공통과제는 다 조조 얘기로 가득했습니다. ㅋㅋㅋ (조조 멋쟁이) 토론의 주된 방향은 ‘영웅’이었습니다. 삼국지는 나관중이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참고해서 『삼국연의』로 새롭게 해석한 소설입니다. 나관중은 『삼국연의』를 통해 한 시대를 호령한 영웅들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갑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각자의 인물에게서 그들이 영웅으로 불릴만한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저는 이번에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이 여포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포를 속이 시커멓다고 욕하는데, 저는 그렇게 속이 시커먼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순진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일례로 대장부는 남의 가족을 해치지 않는다는 미축의 말에 바로 유비의 가족을 보살피고, 2권에서도 성을 빼앗은 뒤에도 유비의 가족을 보호합니다. (장비는 차주를 죽이고 바로 달려가서 그의 가족들까지도 몰살시킵니다.) 반대로 식량 보급관의 목숨을 이용해서 군사들의 사기를 올린 조조나 서주를 세 번 사양함으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얻은 유비는 하나의 행동이 가져올 정치적 효과에 대한 계산이 매우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속이 시커멓다거나 이리 같다는 말은 여포가 아니라 유비나 조조에게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특히 여포가 자신의 부하들에게 사로잡힐 때 하는 말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내가 여러 장수들을 과히 박대하지 않았는데 너희들이 어떻게 나를 배신한단 말인가?”

 

여포 밑에서 활약하던 고순, 장료, 송헌, 위속 등등의 장수들도 사실 조조의 정예장수들 못지않게 용맹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처첩의 말에 얽매여 부하들에게 버림받게 되지만, 어쨌든 그런 인물들을 거느렸다는 것 자체가 여포에게도 나름의 카리스마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유비나 조조처럼 천하를 거머쥐겠다는 야심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진궁이 기회라고 얘기하니까 ‘그런가보다. 기회인가보다’ 하고 공격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여포는 남의 머리 위에 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탁이 여포를 얻고 일순간이나마 강력한 권세를 떨쳤던 것처럼, 여포는 잘만 부리기만 한다면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리고 영웅들과 영웅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이각과 곽사는 동탁의 뒤를 이어 헌제를 등에 업고 위세를 떨쳤는데, 어쩐지 그들은 영웅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천하를 얻는 것과 영웅의 조건이 과연 무엇일지가 궁금했는데, 이에 대한 얘기로, 백성을 살피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자만이 영웅이라 불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동탁이나 이각·곽사는 실권을 잡아도 백성들을 탄압하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적인 인물들은 개인의 욕망과 천하를 차지하려는 뜻이 분리된 것 같지 않습니다. 여기서 천하를 백성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백성의 생활을 좋게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백성의 마음을 얻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조는 실권을 잡고 천자를 위협하면서도 둔전제 같은 경제개혁을 통해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민심을 얻기 위해 자신의 수염을 자르는 것과 같은 쇼맨쉽을 보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권모술수가 판을 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웅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백성들의 삶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 동승을 주축으로 천자의 위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일어난 모반은 조조가 간웅(奸雄)임을 보여주지만 어쨌든 그 역시도 웅(雄)인 것이죠. 황건적을 도적이라고 소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세력으로 받아들이거나 자신의 부하, 혈연을 죽인 장수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쉽게 정에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지도자의 표본입니다.

반면에 사람들이 소설 삼국지에서 가장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유비는 실제로 영웅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큰 뜻을 숨기거나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계산이 빠른 모습이 그의 영웅적인 면모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부하가 잡히거나 가족을 돌보지 않고 ‘필마단기’로 내빼는 모습은 정말........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니고 유비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렇게 내빼니 참....... 그래도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보면 유비는 나름대로 무예도 출중하고 용병술의 대가이기도 한데, 나관중은 그런 유비의 재주를 전부 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관중은 유비를 삼국시대를 주도한 영웅 중 한 명으로 얘기하는데, 유비라는 인물의 영웅적인 면모는 과연 무엇일지가 정말 궁금해집니다.

 

인원은 조촐하지만 그래도 나름 열띤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에 보조 텍스트까지 더해지면 얼마나 재밌게 얘기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군요. 그러니 이 글을 보고 계신 선생님! 지금 오시면 뜨거운 환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ㅎㅎ
전체 1

  • 2017-02-19 16:10
    의견이 분분한 인물들...특히 조조와 유비 ㅋㅋㅋㅋ 나중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매우 기대가 됩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