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차탁마 1학기 여섯번째 수업 후기

작성자
봉선
작성일
2017-03-27 00:08
조회
198
『정체·국가』의 여섯 번째 수업은 플라톤의 동굴 비유와 이데아로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유명한 동굴 이야기! 처음 읽었을 때는 별다르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몇 번 읽고 나서는 무언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았다. 역시나 채운샘께서 동굴 이야기를 짚어주셨음(^^).

깊은 동굴 안에 결박당한 죄수들, 억지로 힘들게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는 상황, 그 동굴에서 벗어나 태양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죄수의 고난, 다시 동굴 속으로 컴백했을 때 겪을 일들.

짧은 동굴 이야기에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상황들이 압축되어 배치되었다. 죄수가 겪는 모든 일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이다. ‘오름’이라고 표현된 상승! 상승은 우리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들에서 생긴 번뇌(번뇌가 없으면 달라질 필요가 없다)에서 한 발자국 발을 뗀다는 의미이다. 동굴 안에서 밧줄에 단단히 매여 있던 사람은 자신이 묶여 있는 사실을 모른다.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묶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밧줄은 단단하지만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풀 수 있다. 자신이 묶여 있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바로 그 때에! 플라톤은 이 사실을 알면 당연히 풀어야 한다고 한다. 플라톤에게 인식이 행동이고 실천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 시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듯. 플라톤은 알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아는 게 아니라고 할 것이다. 안다는 사실도 플라톤과 우리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톤의 텍스트는 우리에게 많이 낯설다.

변화하는 생성을 근거로 판단을 하면 실재에 접근하지 못하며 상상 또는 믿음인 의견에 불과하다. 인식은 실재, 이데아를 아는 것이다. 이데아는 이미 있는 것이고 우리는 이데아를 내재한 인간이여서 지성을 통해 알 수 있다. 플라톤은 우주의 질서가 가장 아름다운 이유가 각자가 자기 할 일을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우주의 질서는 폴리스의 질서이고 인간의 본성이다. 이데아는 우주에서, 폴리스에서 각자 자기 기능을 조화롭게 실현하는 질서(?)로 인간이 이데아를 모르면 자기 본성을 모르는 것으로 우주의 조화로운 질서를 깨트리는 셈이다. 또한 자기 본성에 맞지 않게 사는 것이어서 그 일 자체가 타락인 셈이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을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대로 실천하지 않는다. 철학을 배워도 철학의 실천이 무엇인가는 다가오지 않는다. 인식과 실천의 분리, 인식과 존재의 이런 분리가 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 수업에서 플라톤이란 타자를 통해서 만났다.
전체 3

  • 2017-03-27 09:18
    철학이란 자기 마음에 구멍을 낸다는 얘기도 재밌었습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하나같이 자기가 뭔가 부족하다는 걸 아는 것에서부터, 스스로 뭔가를 하고자 하는 자발성이 있어야 한다네요 ㅋㅋㅋ 그러니까 공부는 하는 만큼, 질문을 던지는 만큼인데, 분발하고자 하는 바가 왜이리 더딘지....! 쉼 없이 공부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놀고 쉬고 싶은 이 마음을 어찌 할까요 하하하;;

  • 2017-03-27 11:27
    플라톤이 얘기하는 교육은 우리에게 배움의 문제를 낯설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배움은 수동적인 포지션에 처하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플라톤은 배우는 자야말로 가장 능동적인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아무튼 플라톤은 이데아론 말고도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 2017-03-27 16:39
    안다는 것이 우리와 플라톤에게 많이 다른 개념이라는 것은 계속 생각해야 하는 문제 같아요. 몸을 돌려 다른 것을 보는 앎이란 어떤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