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본색

3. 30 서사본색 공지 및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3-28 19:45
조회
171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삼국지 5권과 6권을 읽어오는 시간이었는데, 6권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다다음 시간에는 6권을 같이 엮어서 얘기하기로 하고! 그럼 늦은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먼저 얘기한 것은 천명(天命)입니다.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천시(天時)를 안다고했고, 그래서 이긴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적벽대전 이전의 조조를 보면 하늘이 조조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조는 이각과 곽사에게 쫓기는 천자를 어쩌다 구했을 뿐 실제로 세력이 그렇게 막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조조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원소의 세력과 유표의 세력을 흡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판세를 보면, 천하를 규합할 만한 인물 중에 가장 먼저 꼽을 사람은 원소였습니다. 그에게는 뛰어난 문무관원들이 있었고, 수많은 병졸들과 이 모든 것을 받쳐줄 수 있는 기주라는 곡창지대가 있었습니다. 진수의 『삼국지』든 나관중의 『삼국연의』든 관도대전의 형세를 보면, 조조는 원소의 세력에 비해 한참 모자란 듯이 묘사됩니다. 그런데 조조는 이런 원소를 이겼고, 뒤이어 유표가 죽은 뒤에 형주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조조는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일구게 되는데, 조조의 과거를 보면 그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조가 이전에 물리친 적들 중에는 여포나 원술 같이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조조는 중원 한가운데에서 이들에게 자주 시달렸죠. 그런데 조조는 이런 적들을 모두 물리치면서 성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과연 조조가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능력이 뛰어나서였을까요?

천하에서 가장 큰 세력을 떨치게 된 조조는 하늘이 자신과 함께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비조차 자신으로부터 도망쳤고, 이제 손권만 물리치면 더 이상 자신을 방해할 수 있는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조는 가장 큰 세력을 가졌을 때에 오히려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참패를 당하게 됩니다. 조조가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하고 가장 강력해진 순간에 다시 약해지는 이 과정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그냥 넘기기에는 이상한 장면이 있습니다. 조조는 화공에 의해 수군을 잃고 육로로 도망칠 때, 만약 이곳에 복병을 매복해뒀다면 자신들은 크게 당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주유와 제갈량을 어리석다고 비웃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조의 말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매복해있던 유비의 군대가 나와서 그를 공격합니다. 그렇게 조조는 계속해서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리고 화용도에서 관우를 마주하는데, 조조는 과거의 인연을 관우에게 상기시켜서 도망칩니다. 제갈량은 조조가 도망칠 곳을 다 예측했고, 마지막에 화용도에 군사를 배치함으로써 조조를 잡을 뻔합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천문을 보고 조조가 아직 죽을 때가 아님을 알았다고 합니다. 즉, 제갈량은 조조가 아직 죽지 않는 것이 천명이라고 본 것이죠. 그렇다면 조조를 살린 것은 천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조조를 밑바닥에서부터 키웠던 것조차 천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조조가 강적들을 물리친 각각의 전투에서 얻는 기연들을 하나로 꿰뚫는 무엇을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조의 전략적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고, 상대편이 인물을 알아보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조가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하나로 꿰기는 힘듭니다. 그러므로 조조가 강해진 것이 천명이라면, 그가 다시 약해지고, 결정적인 순간에서 다시 목숨을 건지게 되는 것 모두가 천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혜원누나는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패한 이유로 그가 세(勢)를 읽는 것에 실패한 것을 꼽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전략을 짜는 시점에서 이미 결판이 난다고 합니다. 그때 관건이 되는 능력은 바로 ‘세’인데, 조조는 동남풍이라는 천지의 조화와 방통과 황개 등이 슬금슬금 연환계와 고육지책 등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것을 몰랐다는 점에서 ‘세’를 읽지 못한 것입니다. ‘이렇게 천명을 아는 것이 ‘세’를 읽는 것이지도 않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세’가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세’를 사용한 법가도 같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그 다음 나눈 얘기는 유비와 책사들과의 관계입니다. 혜원누나는 이번에 유비가 제갈량의 말을 믿고 계략인줄 알면서도 오나라로 향하는 장면이 이상했다고 합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말 한마디만을 믿고 적진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자신이 오나라에서 해야 할 매뉴얼을 전부 다 제시해주죠. 과연 제갈량이 어디까지 상황을 내다보고 계책을 짰는지 유비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혜원누나는 과연 이게 군주와 신하의 관계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조조와 손권이 신하들과의 맺는 관계만 봐도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가 매우 독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조조가 신하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양수와의 사건에서 알 수 있습니다. 조조는 지략가로서의 프라이드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양수는 그 뛰어난 머리로 종종 자신을 앞지른 까닭에, 조조는 양수를 칭찬하면서도 내심 그를 미워했습니다. 그리고 양수를 죽이기로 작정합니다. 나중에 조조가 유비와 한중을 놓고 공방전을 펼치다 결국 철수해야 했을 때, 그는 그날의 암호로 계륵이라고 정합니다. 이것은 한중을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자니 살이 별로 없는 계륵에 비유한 것입니다. 양수는 그런 조조의 심중을 파악하고 철수를 명합니다. 그런데 또 다시 자신의 의중을 들킨 조조는 자신은 그런 명을 내린 적이 없다며 양수를 처형합니다.

『삼국연의』에서 손권은 전반적으로 분량이 적기 때문에 그가 신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잘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도망간 유비와 자신의 여동생의 목을 베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봐서는 그 역시 카리스마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비는 제갈량뿐만 아니라 방통과의 관계에서도 ‘부림’을 당합니다. 낙성으로 향하는 샛길과 큰길 중에서 유비가 방통에게 큰길로 가라고 하자, 방통은 자신을 믿으라며 오히려 유비에게 잠자코 큰길로 가라고 합니다. 유비의 책사라면 으레 한 번쯤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의(仁義)를 표방하며 땅을 빼앗지 않는 것입니다. 제갈량은 이미 형주와 관련해서 그 시험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방통은 군사들을 희생시키지 말고 연회에서 손을 써서 손쉽게 유장을 죽이자고 합니다. 하지만 유비는 제갈량이든 방통이든 누가 뭐라하든 ‘인의’에 어긋날 것 같으면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유비는 분명 자기 고집이 분명한 사람입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보면, 유비는 나름 전략의 귀재입니다. 하지만 나관중은 이런 유비를 너무 무능하게만 그리죠. 어쩌면 유비와 제갈량은 한 인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즉, 한 인물의 ‘인의’라는 측면과 지략이라는 측면이 두 개의 인물로 표현된 것이죠. 그런데 삼국지를 읽다보면, 유비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사실은 어떤 일관된 모습을 가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오히려 일관된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 않던가요? 그렇다면 나관중은 왜 여러 인물들의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을 지우는 방식으로 각색해야만 했을까요?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보면, 거기에는 난세를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거기에서는 선악과 미추에 대한 완전한 구별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나관중의 『삼국연의』에서는 모든 장면이 아름답습니다. 호로관에서 여포에 맞서는 유비, 관우, 장비의 대결은 시와 함께 읊어질 정도이고, 오관참수를 하면서까지 유비에게 돌아가고자 하는 관우와 그런 관우의 우애를 높이 사 기꺼이 보내주는 조조를 보면 이게 지금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삼국연의』는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영웅들의 이야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단순히 장수들 간의 일기토에서도 누가 죽고 죽이는 그런 것만을 그려내지 않습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곤경을 이용하지 않는 관우와 그런 상대방이 베푼 은혜에 보답하는 황충을 보면 긴박함보다는 의리가 느껴지죠. 아마도 나관중은 전쟁을 이야기 하지만, 본 뜻은 그 속에 담긴 영웅들의 덕을 전달하는 데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올 영웅들의 덕은 과연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계속 읽어야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다시 보조 텍스트를 읽는 시간입니다. 힘드시겠지만 이번 주에 보조 텍스트를 읽으면서 삼국지 7권을 읽으셔야 다음 주에 8권을 좀 여유롭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은남쌤과 유주쌤은 다케다 다이쥰의 사마천과 함께 하는 역사 여행 중에서 본기까지 발제해오시면 되고, 혜원누나는 그대로 노벨, 소설, 이야기를, 저는 오나라의 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여자들에 관해서 써오겠습니다. 그러면 모두 목요일날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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