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3월 30일 세미나 후기

작성자
gini
작성일
2017-03-31 03:54
조회
174
 

오! 카프카 두 번째 시간, 카프카의 평생지기였던 막스 브로트가 쓴 [카프카 평전]을 읽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첫 시간에 읽었던 [카프카와의 대화 – 구스타프 야누흐]와는 사뭇 다른(?) 카프카를 우리가 만난 것일까요? 열일곱 청년 야누흐는 카프카를 시종 “나의 카프카 박사”라고 부르는 카프카의 숭배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브로트는 대학시절 카프카를 만나서 카프카가 죽을 때까지 함께 했던 친구였죠. 카프카를 보는 둘의 시선은 당연히 달랐을 겁니다. 그 다른 시선을 카프카의 이중성이라기보다는 풍부함으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브로트의 평전은 선민쌤에 따르면, 어둡고 음습하고 기괴하고 고립되어 보이는 이미지로부터 친구 카프카를 ‘구해내고자’ 애쓴 측면이 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브로트는 수영과 노젓기를 잘했던 활동적인 카프카를, 유쾌하고 농담 잘하고, 마음껏 웃고, 마음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유용한(^^) 친구로서 카프카를 그렸나봅니다. 한 가지 더 브로트는 이 평전을 통해서 카프카를 자신처럼 말하자면 유태주의자(?) 혹은 시온주의자로 묶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는 말이 있답니다. 평전의 거의 마지막 부분은 카프카와 종교에 대한 것인데, 브로트는 카프가의 종교관을 유태교의 한 신비주의 종파 ‘카말라’의 것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선민쌤께서). 일단 카말라교를 처음 들어본 저로서는 그게 그건지 잘 모르겠는데, 브로트가 카프카의 종교관을 카프카의 작품 [성]과 연결지어 쓴 부분에 대해 블랑쇼가 아주 조소했다고도 하고, 우리의 스피노자주의자 현옥샘 역시 동의하시지 않는 듯했고…요.^^

 

저도 사실 신에 관심이 많긴 합니다만, 카프카는 신 자체가 아니라 신으로 표현되는 어떤 절대와 자신 사이의 ‘거리’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느낍니다. 절대는 아마도 좋은 것일 겁니다. 완전하겠지요. 카프카는 분명 거기에 다다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거리’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을 또 알아요. 어쩌면 그 거리를 좁힌다는 것은 ‘금지’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닿고 싶지만 닿지 못하는 존재자들의 근본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카프카는 절대자에게 ‘하소연’하는 것으로 바로 꼬리 내리지 않습니다. 신앙이라고 포장하지도 않지요.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바위를 굴리는 시지프스처럼 그저 절대를 향해 나아가고 나아갈 뿐입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러니까 ‘마치 원했다는 듯이’ 바위 굴리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신을 엿 멕일’ 수 있는 거라고 하던데, 카프카는 이런 태도와도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카프카는 절대에 대해 그런 불손한(?) 태도를 갖지 않습니다. 일단 가죠, 멈출 수는 없어요. 그러나 아무리 가도 닿질 못해요. 카프카와 카프카의 글은 그 ‘거리’, ‘과정’ 안에 있는 듯합니다. 그의 그 이상한 이야기들, 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없는 자신, 그리고 저마다 다른 빛을 내며 함께 가고 있는 모든 우리들, 자기를 포함한 우리들을 바라보는 카프카의 미소 띤 시선. 카프카는 내가 그동안 공부했던 어떤 사상가와도 같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엄청 이상합니다.

 
전체 2

  • 2017-04-01 09:24
    절대에 대한 믿음과 그를 향한 고투가, 거리와 과정을 긍정하는 것과 양립하는 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성>이나 <소송>, <법 앞에서> 등을 보면서 브로트처럼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브로트의 <성> 독해가 좀 낯설기도 하고 뭐 그랬답니다. 쌤께서 카프카의 일기 안에서 더 발견해보시고 설명해주심 좋겠다능~

  • 2017-04-01 19:44
    브로트는 카프카가 그 엄격함, 성실함, 진지함 때문에,
    신에 이르기 위한 길에서 완벽을 추구했기 때문에 실패하는 자로 그렸습니다. 그리고 카프카 죽음 뒤에 모든 유고를 편찬함으로써 그에게 영광을 돌려주려고 했지요. 카프카는 이 영광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스윽 미소를 한 번 지은 뒤,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 책은 내 책이 아니예요." ^^
    일기 속의 카프카는 오직 '쓰려고만 합니다' 쓰여진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지요.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하게 되겠군요!! 띠용~ 입니다. ^^ 다들 힘내어서 읽고, 목요일 아침 상콤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