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차탁마Q 2학기 2주차 수업후기

작성자
이정수
작성일
2017-05-23 01:20
조회
190
절차탁마Q 2학기 2주차 수업후기

우리는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지성을 통해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한 패턴을 통해 ‘무지’나 ‘거짓된 원인’으로 도피하려고 한다. ‘미신’이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믿는 것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머리로 아는 차원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스피노자에게 있어서 ‘아는 것’이란 지성과 정서가 일치하는 것이다. 이해하는 것과 느끼는 것이 다른 삶은 예속적 삶이며, 이러한 예속에서 벗어나려면 자연과 우리 정신의 질서를 이해해야 한다. 신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다른 존재와 연관되어 있으며, 어떻게 태어나고, 변화하고 소멸되는가 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에티카』의 1부는 존재론, 2부는 인식론이며 3부~5부는 인간은 왜 이렇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론이라 할 수 있다. 『에티카』는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쓰여 졌다. 기본적인 정의, 공리를 이해하면 그로부터 더 복잡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하학처럼 스피노자는 형이상학적인 것도 인간의 지성을 통해 단순한 것에서 출발해 점점 복잡한 것까지 이해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스피노자는 신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의 진리를 모든 사람이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계의 진리를 깨달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유한한 몸을 가지고 살고, 인간의 지성이 모든 것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한 인간이 유한성을 뛰어넘는 것에 대해서 알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한한 인간과 무한한 신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유한한 개체가 무한한 신을 이해하는 일은 ‘고귀한 일’임에 틀림없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의 마지막을 “고귀한 모든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물다.”는 말로 끝맺고 있다.

정의 1은 ‘자기원인’에 대한 것이다. 스피노자의 신은 완전히 내재적이며, 신=자연=실체는 끊임없는 생성, 변화, 소멸의 역동적인 장이다. 벌어지는 모든 일은 역동적인 장 밖의 외재적인 원인을 갖지 않는다. 신은 본성이 실존하는 것으로 신 역시 세계 안에 실존하고 있으며, 이것은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긍정을 의미한다.  정의 2는 ‘유한’에 대한 것이다. 유한한 것은 다른 것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정되는 것이며, 무한한 것은 다른 것에 의해 한정되지 않는 것이다. 끊임없이 다른 방식으로 끊임없이 생성, 변화, 소멸을 겪는 것이 무한이다.

정의 3~5는 실체, 속성, 양태에 대한 것이다. 스피노자의 실체는 자신 안에 있으므로, 어떤 외부적인 원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자기 자신에 의해 인식된다. 스피노자는 ‘신은 완벽하게 유한한 것의 실존에 의해, 내재적 장안에서 인식될 수 있다.’고 하면서 기존의 종교와 결별한다. 인간의 지성을 통해 볼 때 우주의 본질은 물체와 정신의 두 가지 속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속성이 신의 본질 전체인 것은 아니다. 스피노자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이 이 세계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모른다.’며 철저히 반인간주의적 입장을 취한다.(진드기의 세계인식)

신은 늘 변용을 통해 존재한다. 변용이란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변용하는 것과 변용되는 것의 동시적 작용이다. 실체가 변용되는 것이 양태다. 양태는 다른 것 안에 있으며 다른 것에 의해 인식되는데 이는 다른 것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양태들의 전체가 신이며, 개체가 변용되고 변용하면서 자신을 펼쳐나가는 것이 신이다. 상처만 받는 사람은 변용하고 변용되는 양상이 비좁은 자로 신을 ‘그따위로만!’ 표현하는 자이며, 하나의 세계를 고집하는 사람 역시 신을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자이다.

정의 6은 신에 대한 것이다. 신은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자다. 인간은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상상하지만 다른 것들은 또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신을 표현하고 그 본질에 참여한다. 인간이 자기중심적 관점으로 신의 무한을 상상하는 것은 ‘자신의 유안에서 무한한 것’이지 절대적으로 무한한 것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무한한 신은 인간이 소멸하더라도 계속 생성, 소멸, 변화를 겪는다.  정의 7은 자유에 대한 것이다. 스피노자의 세계는 결정론적 세계라 할 수 있지만, 이 결정론은 ‘모든 것은 나면서부터 이미 어디로 가는지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의 숙명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결정론이란 어떤 존재도 시대, 환경, 자연적 조건이나 다른 존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의미, 제약조건을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유롭게 될 수 있으며, 그 제약 속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윤리의 문제다. 정의 8은 영원에 대한 것이다. 스피노자의 영원은 timeless=‘시간을 겪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생주이멸을 뜻하는 ‘실존 자체’이다.

공리 1에서 ‘자기 안’이란 내재적 지평을 뜻하고, ‘다른 것 안’이란 다른 것과의 끊임없는 관계를 뜻한다. 데카르트가 구체에서 점점 연역해 나가는 분석의 방법을 사용한 것과 달리, 스피노자는 원인으로부터 출발하여 종합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 공리 3, 4에서의 원인은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다중적인 것이다. 공리 5에 따르면 공통적인 것이 있는 것끼리만 변용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얼마나 더 많은 것들과 공통적인 것을 형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능력의 문제이다. 공리 6의 ‘참된 관념’이란 객관적 대상에 대한 인식, 즉 대상을 고스란히 파악하는 인식이 아니라, ‘대상과 공통적인 것을 형성하는 만큼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관념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장기여행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채운 샘은 연구실에 도착하자마자 “스피노자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스피노자 철학공부의 전체다.”라는 말씀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처음 맛본 정의와 공리에는 역시나 ‘개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학기 공부를 통해 낯선 개념 하나하나가 조금씩이라도 이해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전체 2

  • 2017-05-23 12:18
    정말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ㅠㅠ 신을 이해하는 것은 곧 나를 아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남네요. 나의 정서, 욕구, 기질 같은 것들을 모두 제외하고 바깥에서 세계를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다른 존재와 연관되어 있으며, 어떻게 태어나고, 변화하고 소멸되는가 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

  • 2017-05-24 00:44
    수업 내용이 한번에 정리되는 거 같아요 0ㅁ0 스피노자가 제시하는 개념 하나하나를 따라가면 수학 증명과정을 알듯 신을 알 수 있다는 게 위안이면서(?) 막막함이기도 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