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차탁마Q 05.24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05-23 10:20
조회
146
공지가 너무나 늦어버려 죄송합니다ㅠㅠ

『에티카』 1부 부록에서 스피노자가 하는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들이 자기 입맛대로 신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피노자의 전제는 인간이 스스로의 욕구는 인식하지만 욕구에 사로잡히게 한 원인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여기는 동시에 사물들에 대해서는 자기 욕구의 충족을 기준으로 한 목적인만을 발견합니다. 그러니까 원인으로부터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결과에서 출발해 다시 원인을 상상하는 것이죠. 이때 인간은 자신의 기질로부터 출발해 사물들을 인식하고, 사물들의 가치를 판단합니다.

원인과 결과가 도치된 인식 속에서 인간은 사물들을 수단으로 간주하게 되는데, 한편으로 스스로 이러한 수단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그것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누군가 그것을 마련해준 것이겠죠. 인간은 자신의 무지로부터 신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신에 대해 누구로부터도 전해들을 수 없었던 인간은 자신의 기질에 따라 신을 상상하고 판단합니다. 그리하여 인간들의 상이한 기질 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의 신에 대한 숭배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스피노자는 어떻게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무지(자신을 욕구에 사로잡히게 만든 원인에 대한 무지)가 인간으로부터 숭배 받고자 하는 ‘인간적인’ 신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때의 신이란 ‘무지의 도피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죠. 미신은 편견이 고착화되고 무지가 벗어날 수 없이 견고해진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은 스피노자의 철학이 맞서 싸우는 상대도 ‘무지’인 것 같습니다. 다만 스피노자가 강조하는 것은 인간들이 적극적으로 무지의 도피처를 만들어 내며, “태생적인 무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모든 구성물들을 파괴하고 새로운 구성물을 고안해내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에 무지에 머무르려 한다는 점입니다.

스피노자의 개인적인 경험도 이러한 사실을 증명할 것입니다. 오란녀가를 지지하고 비트 형제를 죽인 네덜란드의 우중들은 악한 정치인에게 속아서 그렇게 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철학은 어떻게 무지와 싸울 수 있을까요? 스피노자가 신을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에티카』를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는 무지의 도피처로서의 신이 아니라, 도피처를 허용하지 않는 내재적 장으로서의 신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때 우리의 현재적인 경험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 우리의 세계를 주관하는 것에 대한 관념은 불가능해집니다. ‘신’과 ‘나’ 사이의 심연은 사라지고 우리는 우리의 일상적 경험세계로부터 신을 사유할 수 있습니다. 인드라망처럼 먼지 하나에 시방세계가 들어 있는 세계.

스피노자는 원인으로부터의 사유를 말하지만, 이때 ‘원인’이 의미하는 바를 잘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때 스피노자가 ‘선형적 인과’를 말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우리는 내재적 원인을 사유해야 합니다. 제 1원인, 세계의 시초에까지 이르는 인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또다시 무지의 도피처를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실체와 실체의 본성을 구성하는 속성, 그리고 실체의 변용으로서의 양태만이 존재하는 스피노자의 우주에서 모든 원인은 결과와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내재적 원인을 사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직 무언가 말하기는 어렵지만, 채운샘은 ‘얼마나 더 많은 것들과 공통적인 것을 형성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1부의 정의들을 읽고 신과 양태의 관계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번 주 공통과제의 주제입니다.
간식은 확인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체 1

  • 2017-05-23 10:52
    하루 전의 공지라니.... 에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