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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발표 후기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6-05-17 17:16
조회
752
 

다들 한 주 또 잘 보내고 계신지요-
따끈따끈한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게으름이 이겼습니다.
문득 후기 기다리는 분들이 있겠구나 싶었는데도, 역시 또 늦었어요.
채운샘 포함 총 14명 에세발표 같이 했어요.
종은샘의 특별한 페이퍼가 있었지만,
다들 분량 맞춰, 시간 맞춰 에세발표 준비해주셨습니다. 금력의 쾌거인가요?!

10시 반에 시작해 중간에 저녁(생선구이 등) 주문해 같이 먹었고요. 약 11시 정도에 끝이 났습니다.
에세이에 대한 자의식 덕인가 간식도 많았었고요^^
조금쯤 졸기도 하고, 엉덩이 움직여 가며, 자리 지켰습니다.

에세 끝나고 차편 괜찮은 몇명이서 맥주 한잔씩 했어요.
본래 에세발표의 핵심은 뒷풀인데,,, 뒷풀이 자리서 비로소 못 다 한 말들이 터지는 법인데,,, 쪼까 아쉬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에세이에는 세 개의 주제가 주어졌었습니다.
1) 일본의 근대와 소세키적 지식인
2) 소세키 소설에 나타난 근대적 경험 구조화하기
3) 소세키 소설 속 인물들의 신경쇠약과 문학(글쓰기)
이 주제를 나름대로 풀어보려 분투한 흔적들이 보이는 에세이였어요-

후기를 써야 하지만 몇가지 메모만 남기고 갑니다.


#
저는 여전히 에세이를 쓰는 게 뭘까, 매번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요.

신경쇠약을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리고 내 맥락 속에서, 텍스트 속에서 나름대로 방식으로 풀어보는 것!
그리고 같이 읽은 소설들을 가지고 근대를 그려보는 것!
이런 시도들,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저에게는 '내가 이런 것을 쓰고 싶어하는구나', 어떤 식이든 초점을 잡고 혹은 질문을 잡고
끝까지 가져가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던 것도 같아요. 그리고 그런 일,
정말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도 다시 했습니다.

채운샘의 한 마디 : "진짜 궁금하면 질문이 중간에 사라질 수 없다!"

음.... 그동안 .... 안궁금한 거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
에세의 묘미 중 묘미는 역시 같이 하는 사람들에 대해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술 한 잔 안 마시고도 상대에 대해 뭔가 알아버린 듯한 이 느낌적인 느낌... 어쩌면 좋을까요.
어쩔 수 없이 다음에 또 서로의 글을 읽어주며... 서로의 치부를 보며 계속 가도록 합시다.

개인적으로 new세대의 출현(;;)이 흥미로웠습니다.
별 건 아닙니다. 전에 없이 20대 목소리가 많았던 에세발표였다는 것.

소민, 지현, 혜원이 한세트로 발표를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는 단어도, 질문도 다르겠구나... (뭐 제가 세대가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비슷한 고민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리고 궁금하기도 해서,
소세키 소설 읽으며 어떤 점들에 꽂혔고 번뇌로워했을지 더 듣고 싶었는데요.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SM양 페이퍼 한쪽에 저는 이렇게 휘갈겨 놨더군요. "그래서 너는 어떠냐!!"
차차 더 들을 수 있겠지요!

 

 

#
에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남들 글 집중해서 읽기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 티가 질문하려고 하면 뙇(!) 납니다.
채운샘 코멘트에야 혹은 다른 분들 질문에야 "아, 그런 것도 같네"하게 됩니다.
아마 우리의 이런 점을 좀 바꿔주시려고 채운샘이 그렇게 질문을 강요하시는 것이겠지요.
언젠간 좀 막 질문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
에세 때 느끼는 거지만
진지하게 소설을 읽고 또 쓴 것이더라도 어째 에세에 쓰고 나면 코믹해지고 마는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맥락에서 소설 속 문장들이 쓰이게 되는 것이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설령 그것이 우리의 오독을 말해주는 것일지라도...

대표적인 예로 "죽거나, 미치거나, 종교에 귀의하거나!" - 모군은 이 구절이 민호의 핵심 멘트같은 게 되버린 것 같다고요.
신경쇠약도, 불안도, 소세키 인물들의 갖가지 말들도 각자에게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거 매우 재미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우리의 얕은 독해를 용서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말들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저는 어째 좋긴 좋습니다-.-!

 

 

어째 정신이 산만한가 헛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내버리게 되네요.  하지만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누군가 댓글 하나씩 달아주며 본인의 에세소감들을 남겨주심 감사하겠습니다! (꼼수만 느네요-)

어쨌든 요번 학기 저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선물같은 한 학기 같이 해준 모두, 정말로 감사합니다!
담 학기 또 신나게 읽어 봅시다.
이미 동사서독 기차에 탄 이상...  
(24시간 불안에 시달릴 지언정 내릴 수 없습니다;; )

저한테는 에세이 시간이...
저랑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뭔 생각을 하고, 뭔 마음으로, 무슨 질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를 나름대로는 만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그 시간이 귀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엎어지는 지점까지 포함해서 내가 이러하고, 또 저런 사람과 같이 살고 있구나,
이런 것이 몸으로 오는 것 같아 안오고 싶어도 안올 수 없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어쩔 때는 지루하고 지루한 에세이라도 재밌는 소세키 책 못지 않게 궁금한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아요.

M군 말마따나 저는 로맨티스트인지라-.- 괜히 보고싶군요.

같이 못한 샘들까지, 담 학기 에세 발표에는 만날 수 있기를요!
일단 오는 토요일 숙제 멀쩡하게 해서 만납시다!
안녕~!
전체 4

  • 2016-05-17 22:37
    요즘 문자보낼 일이 많으신 수영누나. ㅋㅋ에세이쓰고 후기도 쓰느라 고생하셨어요. 일본가서 편의점 투어 합시다. 저는 소수의 또래들과만 에세이 발표를 같이 해봤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해보니 정말 새로웠어요. 모든 분들의 글이 서로 다 다르면서도 세대별로 공유하고 있는 느낌들이 또 있는 것 같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에세이 발표를 통해서 제 글? 아니면 제가 글을 쓰는 태도? 의 문제(는 무수히 많지만 그 중 하나)를 분명히 보게된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쬐끔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채운쌤이 지치시지도 않고 모든 분들의 글에 대해서 정성스럽고 정교한 코멘트를 하시는 걸 보고 젊은 주제에 금방 지쳐서 헤롱헤롱하고 있는 제가 부끄럽기도 했구요. (공식적인?) 뒷풀이가 없었던 것 빼곤 모두 좋았습니다.

  • 2016-05-18 10:38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하고 또 많이 아쉬웠습니다. 건화 말마따나, 늦게까지 뒤풀이하면서 에세이 얘기들을 좀 더 나눴으면 싶었는데요~~~^^. 늘 그랬다시피, 저의 공부난 삶의 태도를 뼈아프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강도가 높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 번뇌와 적막의 밤을 보내며, 어떻게 살고 써야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더랍니다. 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채운 샘과 동학분들께 깊은 감사를 ~~~~~

    • 2016-05-18 10:55
      크크크 번뇌와 적막의 밤 ^^;;;

  • 2016-05-18 13:48
    하동샘의 "적막"과 은남샘의 "회피"(모두 본인들의 언어임).... 루쉰과 소세키 코스프레이심?ㅋㅋ;; 소세키를 읽고 나니, 여기저기서 내가 산시로다, 내가 다이스케다, 내가 이치로다, 내가 서생이다... 라고 억지쓰시는 분들이 출몰하고 있다능...... 암튼, 루쉰을 읽으면서 "죽거나, 미치거나, 종교에 귀의하거나"에다 다른 가능성들을 덧붙여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