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톡톡

헬로 큐피(Qmun People) : 성민호 ("저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16-05-31 09:29
조회
1027

 



저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동사서독의 마스코트, 성민호 인터뷰


 성민호 입니다:)


 

민호는 동사서독 세미나의 막내이자 마스코트 같은 친구다. 성별이나 연령(무려 21살) 모두 연구실에서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조건인데다, 내면이나 자의식 따위는 내던져 버린 듯한 건강함(?!)으로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민호가 8월에 군대에 간다. 누군가(동사서독의 윤○○님)는 “선생님의 구박을 함께 할 동지가 줄었다”며 안타까워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설거지를 함께할 동료가 떠나는 것에 슬퍼했다. 이유야 어쨌든 민호의 빈자리는 클 것 같다. (이렇게 써놓으면 바로 다음 주에 갈 것 같지만, 사실은 아직 두 달 넘게 남았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를 민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무엇보다 군대 갔다가 다시 공부하러 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기회로 삼고자 했다.

 

<누구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Q : 스스로 소개해 줘.

민호 : 성민호이고, 현재 서울 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2학년 재학 중이고요. 취미는 요리 및 청소... 그리고 독서 입니다(!).


Q : 규문에는 어떻게 오게 된 거야?

민호 : 작년 여름에, 대학교 1학년 여름에 뭔가 ‘심각한’ 권태기를 만났어요. 대학공부와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생활 전반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갈증이랄까...?(웃음) 그래서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공부할 만한 곳이 없을까요?”하고. 그렇게 규문을 알게 되었고, 그 다음날 전화를 해서 절차탁마부터 시작을 했어요. 처음에 왔을 때는 채운샘이 ‘너 같은 애들이 많이 필요하다’라고 하셨지만, 그건... 처음뿐이었어요...

Q : 처음에 절차탁마로 시작 했지만 지금은 동사서독을 하고 있잖아? 그런데 요즘 동사서독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민호 : 저는 원래 어떤 집단에 속해 있을 때, 그 집단에 정말 웃긴 사람이 있으면 같이 웃고 노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 집단이 웃긴 요소가 없으면 웃음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유쾌함을 만들고 싶어서 많이 노력합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개그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Q : 아, 동사서독에 웃긴 요소가 없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거구나?

민호 : 아, 그래도 그게 마음이 편해야 가능하지 숙제도 안 해오고 그런 상황에서는 재미있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빨리 ‘꼴통’을 탈출하고 싶어요. 중간은 해야 되는데..

 

<어떻게 공부하고 계십니까?>

민호는 공부 중?!


Q : 지난학기 동사서독에서 나쓰메 소세키를 읽었는데 소감이 어때?


민호 : 소설 읽는 것은 재밌었는데, 제가 에세이에서 쓰려고 했던 주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소세키의 묘사가 솔직하고 다 소세키가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그리고 주인공들이 어떤 여러 상황에 놓인 모습들이 저 자신과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소설을 빠져서 읽었던 것 같아요.

Q : 그런데 채운샘은 민호 너가 이들과 너무 달라서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라는 요지의 말씀도 하셨잖아.

민호 : 사실 저는 소세키 인물들의 이유 없는 괴로움이 잘 공감이 안됐어요. 저랑은 너무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후기 3부작 인물들(『춘분 지나고까지』의 이치조, 『행인』의 이치로, 『마음』의 선생님과 K)은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산시로나 다이스케의 경우엔 와 닿는 게 많았어요. 산시로는 도쿄로 상경을 했는데, 그때의 어리둥절함이 제가 서울에 처음 왔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또 히로타 선생과 미네코를 만나서 안절부절 못해하는 모습도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생각을 하면서 상황에 빠져들고 생각을 통해서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 모습이 제 경험과 유사했던 것 같아요.

Q : 산시로 하니까 생각 난건데, 너에게도 산시로 처럼 ‘세 개의 세계’가 있다고 주장했잖아? 그 얘기 좀 해줄 수 있어?

민호 : 산시로에게는 지나간 과거와 같은 고향(구마모토)과 도쿄의 생활, 미네코로 대변되는 감각의 세계, 이렇게 세 개의 세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작년 겨울 루쉰 공부를 할 때, 대학교에서 과대표를 맡았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하고 책임이 커졌고, 규문에서 하는 공부도 큰 비중을 차지했고, 또 저에게도 저의 미네코가 있었거든요.(웃음) 정말 정신이 없었죠.

Q : ‘세 개의 세계’에서 뭔가 하나를 줄이자면 가장 쉬웠던 건 규문 공부였을 텐데.

민호 : 저는 정말 놓치면 안되는 게 있다고 생각을 해요. 고등학교 다닐 때도 그래서 학비도 비싸고 몸도 안 좋았는데 견뎠구요. 작년에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쫓겨나선 안 된다!’ 규문에서 하는 공부가 대학공부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학공부는 할 때 마다 ‘재미없다’, ‘하기싫다’는 생각만 들어요. 여기서 하는 공부는 이걸 언제 다하나 하는 생각은 하더라도 하기싫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Q : 대학공부와 여기서 하는 공부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민호 : 저를 성장시키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차이인 것 같아요. 대학공부의 경우 이과계열이라서 계산하고 외우는 것 위주인데, 저는 그런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책을 읽고 글을 쓰더라도 저한테 꽂히고 울림이 있고, 이게 뭘까 궁금한 것에 대해 쓰니까요. 단순히 ‘주체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여기서 하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여겨져서 계속 나오고 있어요.

Q : 여기서 공부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뭐야?

민호 : 스스로 글 좀 쓴다고 생각했지만(웃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얼마나 읽고 얼마나 생각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글 쓰는 게 어렵기도 하고 제 글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제 글이나 공부가 어느 정도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아서.

Q :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서 그런 거 아냐?

민호 : 맞아요... 많이 투자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 규문에서 읽었던 책 중에 제일 좋았던 건 뭐야?

민호 : 니체의 『안티 크리스트』요. 니체의 말들 자체가 제게 신선하고 파격적이었어요. 제가 궁금하고 의심을 가지고 있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제가 자라온 교회의 부조리와 어두운 면에 대해서요. ‘왜 사람들이 기독교에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걸까?’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 질문에 대해서 니체가 분석을 잘 해준 것 같아요. 그런 분석이 아주 파격적이었어요. 기독교 자체가 약자의 종교라는 것과 사람들이 의지할 곳, 신의 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 지금 현실을 부정하고 세상 바깥에 진짜가 있다는 생각이 정말 노예적이고 나약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원래 이런 사람입니다!>

Q : 규문에서의 푼수 이미지(?)에 항상 저항해왔잖아?

민호 : 네, 원래 전 그렇지 않아요. (웃음)

Q : 그럼 그렇지 않은 너에 대해 말해줘, 10대 때는 어땠어?

민호 : 고등학교 때 연설수업이 있었는데, 마틴루터킹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테마로 각자 연설문을 써오는 거였어요. 그 연설문에서 제가 ‘너무너무’ 진지한 글을 썼었습니다.

Q : 다시 푼수로 돌아오는 것 같은데?

민호 : 제가 그때 쓴 연설문 내용이, 아이비리그에 가서 제가 배운 지식으로 집중되어 있는 부와 지식을 옮기겠다는(!) 거였어요. 가난과 무지를 탈출하고, 아프리카에 물을 뚫어 주고... 그런 진지한! 연설도 했어요. 타에 모범이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Q : 너에게 아프리카는 뭐야? 최근에 여행도 다녀왔었지?

민호 : 아프리카 여행을 어렸을 때부터 꿈꿨어요. 세랭게티 초원에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제가 생태학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것도 어렸을 떄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였고 (웃음). 또 아프리카가 최빈국이잖아요? 앞으로 제가 환경 쪽을 전공해서 일하고 싶은 곳이 제3세계인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여행도 일반적인 코스로 가진 않았고, 소개 받은 현지인 집에 머물면서 그 사람 회사도 가보고 사람들 지내는 것도 보고 캐냐에 있는 UN지부도 가보고 그랬어요.

Q : 이번에 동사서독에서 ‘불유쾌함’을 키워드로 에세이를 썼는데, 요즘 어디서 불유쾌함을 느끼고 있니?

민호 :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잖아요? 여성혐오도 있고 국제적인 문제들도 있지만, 저는 어쩐지 이런 것들을 남 일처럼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와는 연결시키지 않고, ‘나와는 다르다’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문제 삼는 세월호나 위안부문제를 저도 문제라고 생각은 하는데, 뭔가 계속 남 일처럼 느껴지고 별로 관심이 안가요. SNS에서 관련된 게시물을 보면 그냥 빨리 넘기고 싶은? 별로 크게 불유쾌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Q :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에 대해서 너가 느끼는 연민과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생각은 구분되는 거야?

민호 : 음.. 조금 다른 차원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제가 아프리카의 문제에 대해서도 남 일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어렵네요. 더 생각해봐야 겠어요.

Q : 일상에서 느끼는 불유쾌함은 없어?

민호 : 지금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없는데, 뭔가.. 제가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여유로워졌거든요. 그동안은 항상 바빠 왔어요.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살지 않으면 안 되었고,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30분이라도 더 공부를 해야 하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어야하고.. 지금은 바쁘지 않은 나를 보는 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또 언젠가는 정신없이 바쁠 날이 올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Q : 이번에 격몽스쿨에서 《논어》읽기를 시작했는데, 다짐이나 소감?

민호 : 다짐이요? 음.. 한문은 모르지만,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 공자의 지혜를 조금이라도 몸에 세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졸지도 않고, 늦지도 않도록 하겠습니다. (궁서체...)

Q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규문에 바라는 점.

민호 : 8월에 군대에 가는데, 제가 군대에 가서 읽을 책을.. 주세요. 숙제로! 그리고 규문은 다 좋은데 음악이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을 틀었으면 좋겠어요.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Q : 정말 마지막으로, 군대 갔다가 다시 공부하러 올 거지!?

민호 : (생각을 거치지 않고) 당연하죠!

민호한테 ‘그렇지 않은 너’를 보여 달라 말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민호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민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민호가 평소에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망설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대체 불가능한 민호의 매력이다. 군대가기 전까지, 그리고 갔다 와서도 계속 될 민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작성 : 건화
전체 5

  • 2016-05-31 14:25
    "정말 놓치면 안되는 게 있다고 생각을 해요" , 굳^^
    군대 빨랑 갔다와서 쭉 열공합시!
    + 맨 윗 사진 찍을 때 민호의 멘트가 생각나는군요... " (어쩌고 저쩌고하게) 찍어주세요. 다리 길고 얼굴 작은 사람으로 나와야 되는데.." 네, 이런 말을 했어요.

  • 2016-05-31 14:38
    아이비리그...! 집중된 부와 지식을 옮기는...! M군은 까도까도 궁금해지는 양파 같은 녀석이로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만에 크게 웃어버렸네.

  • 2016-05-31 17:02
    모범생인 것 같기도 한 귀여운 민호~ 군대가지마라~ 꺼이꺼이~!!!

  • 2016-06-01 23:52
    미노의 미네코라니.... 맙소사ㅋㅋㅋ

    • 2016-06-02 11:10
      미네코 아니라, 미치요도 넘볼 거 같은 청년한테 무신 말씀을~~~ㅋ 그나저나, 민호 군대 가고나면 동사서독 공부하는 낙이 하나 없어질 듯~~ 즐겁게 공부 하다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