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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톡톡 2강 광기와 이성의 저편 : 프란시스코 고야 후기

작성자
민호
작성일
2016-06-13 00:31
조회
6655
2016년 6월 10일 금요일 예술톡톡 후기 성민호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주, 예술톡톡 두 번째 시간에서 청강을 했던 성민호라고 합니다. 이번 주의 주인공은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였습니다. 고야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했지만 화가였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니 처음 알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고야가 그린 ‘옷 벗고 있는 마야’를 봤던 기억이 이제야 나기도 합니다만.

 

고야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살았던 스페인 화가이다. 그 당시는 프랑스 혁명이 있고 나라 내외로 매우 어지러웠던 시기라고 한다. 스페인은 특히 에스파냐의 구체제가 잔류하며 주류 유럽에서 뒤쳐진 나라였을 뿐 아니라, 왕족과 족들의 권력은 부패하고 민중들의 삶은 궁핍하고 어려워서 미신과 무자피한 폭력 등이 즐비했던 시기이다.

당시 스페인 궁정에서는 왕이 식사를 할 때 창문에 일종의 밑그림 같은 테피스트리라 불리는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스페인 민중의 모습과 생활상을 주제로 하였다고 한다. 고야도 이때 테피스트리를 위한 그림을 그림면서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이때 그린 그림 몇 가지를 보여주시며 당시 스페인 민중들의 활달하면서도 호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그 사람들의 모습이나 풍경의 채색이 밝고 힘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 고야는 대중을 대상으로 풍속적 그림을 그리며 궁정화가로 발탁된다. 당시 궁정화가란 왕과 왕족들에 대한 초상을 주로 그리며 궁정에 소속된 화가로 상당히 권위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고야가 궁정화가로 활동하던 당시 스페인의 왕이었던 카를로스 4세는 어눌하고 힘이 없었으며, 실권은 왕비 마리아 루이사가 가지고 있어 그녀가 국정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왕은 실제로 더 볼품없었던 모양인지 왕의 초상은 삐딱하고 빈약해 보이는데도 당시에 그 그림은 호평을 받고 실제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그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성깔 있어 보이는 왕비의 초상화는, 품위나 위풍과는 거리가 있는 그녀를 경박하고 요란한 복장이나 서민의 유행을 따르는 패션과 과장된 헤어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궁정초상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바로 왕의 가족의 초상인데 그 그림에서는 인물들의 시선이 다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당시 초상화가 어땠지는 모르지만, 모아지지 않고 어쩐지 기울어질 것만 같은 왕궁의 분위기를 예지했던 것일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그들 가족 사이 그림자 속에 자신의 모습까지 끼워 넣었던 것이다. 궁정화가로서의 자신감일까, 부패한 권력을 보는 고야의 비판 어린 시선의 표현이었을까.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이 뜨겁게 일어나던 시기, 궁정화가로 지내면서 넉넉한 생활을 누렸던 고야는 그런 사치스런 궁정의 모습에 질리게 되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몹시 괴로워했다고 한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병에 걸리고 청각을 잃으면서 고야의 그림은 변하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생기 있는 그림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화재, 도적 때, 정신 병동, 괴물의 그림에 이르기까지 ‘광기’라고 불릴 만한 그림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림을 직접 보면서 들었던 느낌은 의아함이었다. 반듯하고 밝은 그림에서 저렇게 어둡고 추한 그림이 나오는 것에 대해. 그림은 화가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알지만 저 정도 극단으로 치닫기 위해서는 화가도 보통상태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가장 특징적이라고 생각되는 변화는 검은 배경, 그리고 뭉개진 형태이다. 그의 밝은 그림들 이후로 처음에 보았던 그림에서는, 검게 칠해진 배경 속에서 눈을 가리고 걸어가는 남자와 누워서 신음하는 듯 한 사람, 그리고 알몸에 요정 옷을 입고 긴 꼬깔 모자를 쓴 세 명의 남자들이 허공에서 돌고 있다. 그림을 그의 무의식의 인식이나, 무언가의 깨어남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배경이 검게 칠해져 버렸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눈을 가린 사내나 요정들의 이목구비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그 다음 그림이 화재였다. 역시나 검은 배경에 흩뿌려진 불길, 그리고 뭉개져서 엉켜 나오는 사람들의 비명 지르는 듯 한 모습들. 하나 같이 형체가 뒤틀려 있는 모습이 섬뜩한 느낌을 확 들게 한다.

고야의 유명한 판화집 ‘로스 카프리초스’의 첫 번째 작품에는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라고 쓰여 있고 한 사람이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데 그 뒤로 스멀스멀 짐승의 형상들이 올라오는 모습이다. 그가 기본적으로 블랙으로 표현되는 판화를 그린 것, 말년에 블랙페인팅이라 불리는 검은 분위기, 검다는 느낌이 확 느껴지는 그림을 그린 것은 바로 이 ‘이성의 잠’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이 된다. 이성이라는 것이 밝음, 명확함, 분명한 선과 사물의 표현으로 대표될 수 있다면, 이성에 반하는 것들은 어두움, 불명확함, 불분명한 선과 사물의 뭉개진 표현으로 대표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그런 것들은 우리가 인지하는데 있어 낯설고 불쾌하며, 두렵고 찌푸리게 되는 것들이다. 뭉개진 사람의 표정은 공포스럽고, 절규와 헷갈리는 미소는 오히려 소름끼친다. 두려움은 선악의 차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규정할 수 없는 것, 규정성을 벗어나는 것들에서 유래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다.

고야에게 놀라운 것은 엄격하고 고상한 궁정미술에서 추함과 공포를 형상화하는 그림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엘리트의 계몽적 성격의 소유자에서 광기 담아내는 화가가 된다는 것. 반전처럼 보이는 전환이 일어낫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고야는 성직자를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 대부분은 괴물의 형상이거나 어떤 악마적이고 이단 또는 미신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종교이건 어떤 것이건 극단적으로 금욕적인 곳에서 극단적으로 타락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씀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화가로서 고야는 그런 지점을 발견한 것이다. 이성과 괴물은 서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그저 한 개인 안에서 일었다 멎었다 반복하는 힘인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가 광기를 그릴 수 있는 것은 광기의 상태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말씀. 예술가는 그 사이에서 경계와도 같은 이행적 존재인 것이다. 그림 중에 거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절벽에 걸터앉아 땅을 내려다보는 것인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인지 불분명한 그림이 떠오른다.

보들레르가 말하는 고야가 가진 느낌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사랑,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것들에 대한 느낌, 본질적으로 공포스러운 것에 대한 느낌, 그리고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짐승같은 성질을 가지게 된 인간의 모습에 대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그림으로 담아낸 고야의 강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 순수한 호기심(?)으로 듣게 되어서 그런지 아주아주 재미있고 인상 깊게 고야라는 화가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후기를 쓰게 될 영광이 있을 줄을 몰랐다만... 비록 후기는 미흡하지만 예술톡톡 정말정말 재미있는 강의였네요! 다음 시간에는 시험이 있어서 청강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원래 되는 것이 아니겠지만...

그럼 다름 시간의 반 고흐도 뜨겁게 만나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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