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예술 톡톡 문학1강 <소설 읽는 여자, 불륜의 윤리>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

작성자
동하
작성일
2016-07-06 23:46
조회
814
<안나 카레니나> 후기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예고된 장마가 장대처럼 쏟아지던 7월 초하루 금요일 저녁, 비에 다소 젖은 축축한 몸을 훔치며 불륜의 드라마에 귀를 모았습니다. 때맞춰 지상에선 유망감독과 배우의 스캔들이 터져 분분한 상황과 맞물려..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 <소설 읽는 여자, 혹은 불륜의 윤리>라는 제목으로 수경샘의 문학수업이 흥미진진하게 시작되었습니다.

18세기 여성의 소설읽기는 노동과 육아에서 자유로워진 부르조아 여성의 넘쳐나는 여가시간을 해결해준 즐거운 여흥꺼리였다는 사실. 단조로운 일상의 권태로부터 소설 속의 사랑과 모험이 주는 해방감은 동시에 현실에 대해 참을 수없는 갈증을 느끼게 하였는데, 때문에 주인공 안나가 활자 밖 세상 속으로 뛰어든 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었는지.. 책 밖의 책의 세상, 칙칙칙 움직이는 기차 밖으로, 정체된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세상의 한가운데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브론스키의 매혹이 죽음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감각적으로 알면서도 뿌리치지 못하고 살아 숨 쉬고자 하는 생명의 소리, 자기 앞에 닥친 운명을 기꺼이 택했을 것입니다. 수경샘이 영화<박쥐>에서 태주가 남편과 시어머니를 죽게 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욕망을 부여잡는 쇼킹한 한 장면을 소개했는데, 포기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힘은 이렇게 때로는 불안하게, 때로는 사악하게 드러납니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저에게 불륜이라는 언어 자체는 ‘부도덕’과 동일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는 사람을 구석기 유물과 같이 여기는 현실에서 1년, 10년, 20년..의 시간동안 관계를 묶어놓는 결혼이라는 제도 역시 무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소유관계의 확정적인 표식 같으니까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진실한 언어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도덕이고 비도덕일까요. 세상의 도덕적 잣대에 맞춰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숨기며 허위로 사는 것? 아니면 세상의 지탄을 받아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용감하게 그 삶을 선택하는 것? 주인공 안나가 선택한 사랑의 삶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책을 통해서 실재보다 환상을 찾는 나의 마음이기도 하였습니다. 자기 삶에 주인으로서 욕망을 선택하는 태도와 행과 불행을 내가 아닌 너 혹은 그로 삼았을 때의 태도는 다를 것입니다. 이 때의 공허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결혼이나 연애의 완성은 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숙고와 성찰. 이것이 답이겠지요. 삶에 대한 어떠한 성찰도 없었기에 안나와 브론스키의 불타는 사랑이 비극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톨스토이가 안나와 다른 축의 이야기를 끌고 오는 레빈을 등장시킨 것은 이런 것을 말하려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자기 자신의 불안한 위치에서 자책감이 작동한 상태에서의 브론스키에 대한 사랑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당연한 파국을 가져옵니다.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사랑이, 사랑 자체가 영원한 것이 아니므로 선택이후 변할 수밖에 없을 감정을 부여잡는다면 고통은 필연적인 데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안나의 욕망은 그 자신을 삼켜버린 것입니다. 삶의 본질을 외면한, 다른 삶으로 변형하지 못한 집착이 그녀를 죽음으로 이끕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니 내가 갚으리라.’며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자신의 사랑의 감정을 죽음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데 수경샘은 완전 새로운 해석을 알려주셨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의식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움의 유혹 아래서 살아가며, 안나는 존재의 추함에 숨이 막힐 것만 같기에 더욱 더 이러한 유혹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커튼-쿤데라, 수경샘 강의안 中>

생기발랄하고 고결한 품위의 안나,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는 비참한 상태에서 우연히 기차역에서 역사자轢死者의 기억을 떠올리고 죽음과 함께 시작된 자기 사랑의 처음과 끝을 아름답고 완전한 형식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꼈을 것이 틀림없었을 거라고. 아름다움에 대한 매혹, 바로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었기에. 우리 모두가 꿈꾸듯이 안나는 자신의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안나 카레니나>라는 하나의 책을 완성한 것이라고요. 그러므로 그녀의 죽음은 도리어 ‘사는 것’이라는 것!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문장은 행과 불행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지만 행복한 가정은 고만고만한 것에 만족함을 아는 것이며 그것의 보편성과 행복이라는 외피를 둘러싸고 있는 위선적인 모습을 참아내지 못하는 나름 나름들의 폭발을 불행이라 해야 할까요. 흠.. 이 문장이 제대로 해석이 안 되는군요. (드문드문 읽어서 그럴까요@@) 도덕에 대한 허위와 위선을 깨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삶과 죽음을 경유한 것을 예상했는데 다시 도덕적 삶으로 들어간 톨스토이가 그다지 반갑지도 않고 무엇이 더 용기 있는 삶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다음 시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결혼이라는 환상, 사랑의 몽상' 강의를 들으며 더 깊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전체 4

  • 2016-07-07 02:16
    문학작품에 대한 수경샘의 독해 방식은 언제나 뜻밖인 것으로 나에게는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것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는 안나를 소설 읽는 여자에서 소설 속으로 들어간 여자로 해석한 수경샘의 논지를 따르니 그 의미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소설 읽는 여자는 그 시대 귀족여성의 고만고만한 행복을 표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적당한 사회적 신분, 경제적 안정, 별 일 없는 가정… 이 같은 안정과 고요 속에서만 책은 읽힙니다. 그러다가 소설을 더 이상 읽지 못하게 되는 순간 그러니까 안나가 브론스키를 만난 그 순간, 고만고만했던 행복은 파열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이 순간으로 인해 그때까지의 행복은 불행했던 것으로 바뀝니다. 이 순간 이후부터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때문에 행복했다고 생각한 그 이전의 삶이 모두 불행으로 뒤바뀌는 것. 아마 안나에게는 그랬을 것입니다. 안나의 행복은 이제 브론스키와 함께 하는 것이므로 이전의 행복은 거짓이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되었죠.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이 따로 있는 게 아닐 겁니다. 행복과 동일시되어있던 안정적인 상태가 정말 어떤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균열이 생길 때 그 균열이 불행을 야기한다고 여기면(보통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균열을 봉합하고자 하겠지요. 그러나 안나는 그 균열을 행복으로 감각했고 따라서 그것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느낀 사람이라면 이전의 삶 즉 불행 속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건 선택의 상황이 아니죠. 안나를 용기있는 여자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습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요. 그리고 이제 소설, 그 유일한 자신의 삶 속에서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어떻게 멋지게 마무리할 것인가! ^^

    레빈에 대해서도 더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강의를 듣고 난 후 다른 건 스킵하고 레빈의 부분만 읽고 있습니다. 수경샘의 스포에 의하면 레빈은 뜬금없이 종교적이 되는데, 그 얘기를 들어서일까요? 자신의 삶을 수행적인 것으로, 종교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람의 행태같은 것이 무엇인지 그 궤적이 보이는 듯합니다.

  • 2016-07-07 10:38
    멋진 후기, 그리고 댓글을 가장한 또 다른 후기까지 >.< 담 시간 수업 부담 백배!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로 쭉 나가볼까요 ㅎㅎ ...에...그리고 아포리즘이란 역시나 해석의지를 자극하는 모양이네요. 홋.

  • 2016-07-08 01:23
    꺄악. 그 어렵고 이상한(?) 걸 배우는 모임이라는 문학세미나 분위기가 그리 훈훈하더니!!! 완전 성의 있는 후기와 성의있는 댓글 분위기도 훈훈하네요~ @@ 놀랄 노 자입니당. 수경언니 오오오올~~ (이제 공식적으로 샘이라고 안해주기로 함. 혼자 민망했던 상황을 기억하니 앞으로도 쭈욱.)

  • 2016-08-09 02:21
    Put a proper timed progress bar for uploading video. Recently when I've been trying to upload video the Upolndiag... star has been turning for hours on end & I've given up on the upload but I don't know if it's 20 seconds from completion or 20 hours or just not working, a bit more information would be a great help, than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