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예술톡톡 문학 3강 관능, 우주적 성과 사랑 -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작성자
소현
작성일
2016-07-17 21:02
조회
523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는 내내 <마담 보바리>가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습니다. 1권도 다 못읽고서 이런 얘길하자니 민망하지만, 어쨌든 전 시간 강의여서 그랬는지 두 작가가 비교되더라구요. 플로베르는 숨은 그림찾기 같다면 로렌스는 구구절절 설명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두 작가의 차이를 확연히 느꼈던 것은 개인적으로 정사씬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사씬을 예술과 외설로 구분하죠. 감각적인 마차 정사씬으로 감동(?)을 느끼게 한 플로베르는 예술, 세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 만큼 자궁과 같은 직접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 로렌스는 외설이라 구분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수경샘 강의에서 새로운 해석을 발견했답니다.

영화화 된 <채털리 부인>이 몇 편 있습니다. 여기에서 집중한 건 채털리의 얼굴입니다. 그러나 작품에서 로렌스가 집중한 것은 채털리의 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채털리의 몸속이죠. 얼굴과 몸속, 이것은 어떤 차이를 의미할까요?

사실 에로 영화에서 카메라가 응시하는 곳은 여성의 알몸도, 다양한 체위도 아닙니다. 그 여성을 보는 관객들이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얼굴을 응시하는 것이죠. 오르가즘에 취한 여성의 얼굴 말입니다. 남자의 요구에 순응하고 과도한 성실함으로 반응하는 얼굴. 이 얼굴은 여성성을 강요당한 얼굴이죠. 그러나 작품 속에서 로렌스는 코니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굴을 해체시키려고 하죠. 얼굴로 포획되지 않는 것을 보여줘야 얼굴이 해체될 것이니, 로렌스는 코니의 몸속을 그려냅니다. 그러면서 로렌스가 지겹도록 사용했던 코니의 자궁은 이제 다르게 보입니다. 생물학적 여성의, 모성의 자궁이 아닌 흘러넘치는 생명의 장소, 에너지가 운동하고 화합하는 자리. 즉 엄마의 자궁이 아닌 우주의 자궁인거죠.

얼굴과 몸속 얘기를 하다가 우주적 관점으로, 갑자기 뭔가를 훅 뛰어넘은 느낌이 드네요. 정리를 하자면, 로렌스는 작품에서 기계적이고 산업화된 문명에 의해 원초적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을 비판합니다. 이 비판은 이데올로기 차원이 아닌 우주적 차원입니다. 그래서 로렌스에겐 우주와 인간을 연결할 그 무엇이 필요했고, 그 연결고리가 코니의 자궁인 된 것 같습니다.

<로렌스의 묵시록>에서 그는 기계적이고 산업화된 문명을, 생명체의 생기와 활력을 앗아가는 우주적 불행으로 간주, 다시 우주로 돌아가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원초적으로 우주와 연결되어 있으나 어느 시점에 우주를 잃었다. 우주를 잃은 인간, 이를 현대인이라 부른다. 현대인은 외롭다고 곧잘 말하지만 그 이유는 잘 모른다. 그가 외로운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가 우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로 관건이 되는 것은 하나, 다시 우주와 연결되는 것이다. 다시 태양의 심장으로부터 피를 공급받아야 한다.            - 수경샘 강의안 -

몸속엔 작은 태양이 있습니다. 클리퍼드의 태양은 이미 죽었지만 코니의 것은 아직 살아 있죠. 살아 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멜러즈와의 만남이었고, 코니는 여기를 떠나는 것, 즉 클리퍼드에게서도 멜러즈에게서도 떠나는 것, 그것이 여자가 되는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코니는 모두를 떠날 수 있는 멋진 배신자가 됩니다.

계급과 인습을 뛰어넘은 불륜의 사랑, 이제껏 내가 알았던 이야기가 참으로 낯선 관점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 낯섦에는 새로운 공기를 마시는 듯한 신선함이, 막힌 곳이 뻥 뚫린 듯한 시원함이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에밀졸라의 <나나>가 남았네요. 또 다른 기대를 안고 담주에 뵈어요.^^
전체 2

  • 2016-07-18 15:27
    작품 안에서 코니가 멜러즈에게서 실제로 떠난 것은 아니죠. 하지만 멜러즈와의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 다만 그녀가 클리퍼드와 탄광촌으로부터 떠난다는 것에는 확실히 주목할 만한 점이 있는 듯해요. 암튼 이 작품은 불륜에 대한 욕망 내지 그 실현을 단지 여성들의 히스테리 징후로만 간주하는 것에서 확실히 좀 더 나아간 것 같긴 해요. 재미가 만빵이라고는 차마 말씀 못 드리지만 ㅋㅋㅋㅋ / 그럼 종강 때 뵙지요^0^

  • 2016-07-18 17:35
    와! 이렇게 일찍 올려주셨군용. 저도 미혜샘과 책을 같이 들여다보다가 준비가 안된 채로 막 들어버린 표현들에 속으로 꺄악, 꺄악 놀랐더랬어요. 혼자만 깜짝깜짝 놀라는 거 같아 - 아줌마면서 - 민망했답니당... 담 나나는 진희샘의 역습(!)으로 후기를 맡아버렸는데.. 읽어갈 수 있을려나 모르겠네요. 아무튼 모두 화이팅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