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톡톡

헬로 큐피(Qmun People) : 윤몽 인터뷰, (윤몽의 '몽 탈출기')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16-10-14 09:46
조회
988
헬로 큐피(Qmun People) : '윤몽' 인터뷰

–윤몽의 '몽 탈출기' (擊蒙記)

'윤몽'이라는 별칭이 더 익숙한 재원누나는 어느새 주 4일을 연구실에서 보내고 있는 규문의 식구다. 재원누나는 연구실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월요일 니체강좌, 금요일 예술톡톡, 토요일 소세키 + 동사서독, 일요일 격몽스쿨 + 무지까라 + 푸코 씨 봉)에서 활약 중이고, 주역수업 등의 후기로도 만나 볼 수 있다. 스스로 '몽'(無知蒙昧의 蒙)을 자처하고 있는 재원누나는 철없는 캐릭터로 항상 모두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채운쌤과는 독특한 콤비(천적 혹은 공생?)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재원누나가 한 달간 유럽으로 여행을 갔을 때에는 모두들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큰일(?)이다. 민호가 군대에 간 뒤로 연구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던 윤몽누나가 철들고 있다(!) 급속도로 깊어지고 있는, 철들고 있는 재원누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윤윤윤몽

 

1.규문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Feat. 중국에 계신 윤정쌤)

Q : 규문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윤몽 : 윤정이의 소개로! 윤정이가 누구냐면, 채운쌤이 우리를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걔가 묵자고 내가 흑자라고 계속 그러셨거든. 나는 항상 걔는 나랑 전혀 다른 친구라고 그러고, 선생님은 맨날 우리가 똑같다고 말하셔. ‘똑같은 년들’이라고(^^). 윤정이랑은 대학 때부터 친구였고, 동아리 친구였는데 걔가 여기를 소개했어. 그때 걔는 여기 한 1년 정도 다녔는데 채운쌤이 너무 좋다는 거야. 너무 좋은 선생님이 있고 너무 좋은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엄청 많이 했어. 나보고 자꾸 가자고 그랬는데 나는 그때는 별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 그러다가 작년 봄에 오게 됐어.

Q : 그럼 소개는 계속 있었는데 마음이 바뀌셔서 오게 된 거네요?

윤몽 : 그때가 내가 침을 배울 때였거든? 그런데 그때 마침 동사서독 수업이 ‘천지인(天地人)’이라고 해서 사람 몸에 대한 거랑 연관이 좀 있었어. 침만 배우면 우리나라에서는 야매 침쟁이처럼 되잖아. 그런데 그렇게 안 되고 약간 인문학적인 것을 배워서 침술과 합치라고, 이런 얘기를 듣는데 그게 좋아 보이더라고. 내가 공부는 열심히 안했지만 나름대로 대학원을 수료하다 말았지 않겠니^^? 그래서 침만 배우는 게 아니라 공부랑 조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런 계기가 될 거라고 그 친구가 설득을 했어. 일주일에 한 번만 들으면 된다고, 채운쌤이 너~~무 좋다고!

Q : 그분은 어디로?

윤몽 : 윤정이는 여기 심어놓고 지는 중국으로 갔지. 자기는 여기서 평생 있을 줄 알았나봐. 그리고 나는 교양처럼 1주일에 한 번만 수업을 들을 줄 알았는데 내가 여기서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어.

Q : 침은 왜 배우기 시작하신 거예요?

윤몽 : 남편이 교통사고가 난 채로 결혼을 했거든. 교통사고 나고 1년 반 정도 됐을 때. 그땐 이게 평생 계속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을 안했으니까 결혼을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수술하고도 수술한 인조혈관이 계속 막히는 거야 주기적으로. 그래서 막힐 때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고 이걸 거의 1년 반 주기로 반복하는 상황인데다 약을 먹으니까 몸이 너무 안 좋아지는 거야. 그런데 그때 (또) 윤정이가 자기 아는 사람이 침을 놓는데 가보지 않겠냐고 해서 1년 정도 남편이랑 같인 띄엄띄엄 침을 맞으러 다녔거든 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더라고. 그래서 ‘이게 좋은가보다’ 했지. 나 같은 경우는 침 맞고 어릴 때부터 평생 있었던 아토피가 거의 뒤집어져서 나왔어. 되게 심했었거든. 그런데 스테로이드제 같은 거 바르지 않고 참으니까 낫더라고.

Q : 보통 침이 효과가 있어도 침을 직접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잘 안 하잖아요?

윤몽 : 그렇게 띄엄띄엄 다니기를 1년 쯤 되었을 때 거기에 침에 대한 기초만 배우는 입문반 수업이 있다는 거야. 그러고 보면 나는 뭔가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 열심히 안 해서 그렇지 뭔가 배우는 거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었던 거지. ‘한 번 배워보자.’ 남편은 사실 그런 데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내가 끌고 가서 배우기 시작했지.

2.‘몽’임을 자각하다

Q : 좋게 말하면 접속이 여기저기 빠르게 되는 거네요.

윤몽 : 좋게 말하면 그런데 뭔가 마무리를 잘 못해. 뭘 해도 강도 있게, 밀도 있게 안하고 그냥 맛만 보는 것 같아. 거의 평생을 뭔가 좋으면 막 재미있게 들어가서 하는데 뭔가 결실이 날 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 시험 본다고 하면 시험 점수는 내. 뭘 공부해도 항상 성적이나 점수는 잘 나오는데, 원래 점수 내는 공부가 그렇잖아, 다 잊어버리지. 저번에 너랑 같이 채운쌤한테 한문 때문에 엄청 혼났잖아? 그런데 나 사실 한자 2급 자격증이 있어(ㅋㅋㅋ). 예전에 시험을 보고 통과도 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없는 거야.

Q : 그렇게 몰두했던 것들이 또 뭐가 있었어요?

윤몽 : 음악 듣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 그런데 음악도 이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는 이런 음악을 듣고, 저 사람 만나고 있을 때는 다른 음악을 듣고, 이렇게 성향이 막 옮겨 다녔던 거지. 그리고 뭘 조금 배우다 말고. 베이스기타도 한동안 친다고 한참 들고 다녔었거든 20대 초반에. 내 몸보다 더 큰 베이스기타를. 그런데 그것도 조금씩 하다가 말고. 또 스노우보드도 조금 타다가 말고. 스키도 조금 배우다가 말고. 수영도 조금 하다가 말았어.

Q : 완전 다재다능하신 거 아니에요?

윤몽 : 아냐, 다 어디 가서 뭘 한다고 말할 정도는 안 돼. 그런데 조금씩 맛은 다 본거지. 그리고 살사, 스윙 같은 춤 배우러 많이 다녔었고. 술 마시러 다녔던 거지 뭐.

Q : 그럼 누나한테는 사람이 엄청 중요한 거네요?

윤몽 : 보통 그런 것 같아.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아. 작년에 규문에 자주 안 왔던 것도 사람들이랑 깊게 연결이 안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 그래서 관심이 별로 안 생겼고 … 그런데 나는 계속 그렇게 얘기하거든? 나는 작년에 동사서독 수업만 올 때 엄청 얌전하고 조용하게 구석에만 있다가 집에 갔었다고. 그런데 채운 쌤이 얌전하지 않았대! 나 조용하고 얌전했고 사람들이랑 말도 많이 안하고 토요일만 왔다가 조용이 있다가 집에 가고, 또 조용히 있다가 집에 가고 그랬거든. 게임도 그랬다. 나 스타크래프트도 옛날에 했었고 파이널판타지도 했었는데 조금 하다가 관두기를 반복했거든. 뭔가를 잘하기까지에 이르지 못하고 유명한 게임들 조금씩 해본 게 정말 많았던 것 같아. 어울리는 사람들이 남자들이 많았어. 그래서 남자들이 하는 게임을 많이 했지.

Q : 그럼 지금 하고 계신 공부는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으세요?

윤몽 : 지금은 계속 하고싶...네? 왜냐하면 딱히 돈을 벌고 싶지도 않은데 공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 재미도 있고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는 게 좋은 것 같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얘기를 들으면 그게 좀 감동 같은 게 있어. 그런데 나의 제일 큰 문제는 감동도 있고 뭔갈 많이 느끼는데 그걸 표현을 못하는 것 같아. 그게 어휘력의 부족이건 훈련을 그런 식으로 안 한 것이건 간에, 글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못하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하는 것들은 많은 편인 것 같은데, 너무 얕아서 그런가? 잘 모르겠어. 내가 공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 나는 내가 공부를 잘하는 줄 알았어(^^). 그때는 내가 지성인인줄 알았어.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했는데 그게 다 쓸 데 없었다는 걸 여기 와서 알게 됐어. 뭔가 깊게 보는 게 아니라 허접하게 책들을 다양하게 다 보는 거야.

윤윤ㅁㅎㅇ

Q : 그런데 저는 누나의 그런 성향이 장점으로 보이기도 했거든요. ‘이게 아니면 안 된다’ 하는 식의 무거움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요.

윤몽 : 그런데 대신에 절박함이나 ‘뭔가를 해내야겠다’하는 게 없으니까. 그런데 요즘엔 스트레스는 좀 받아. 작년까지는 진짜 솔직하게 선생님이 공통과제를 써오라고 하면 그냥 15분 20분 생각나는 얘기 아무렇게나 ‘후루루룩’ 써서 가져갔었거든. 그런데 그게 별로 문제라고 생각을 안했어. 그러니까 별로 준비할 것도 없었고 이거 외에 공부를 따로 하지도 않고 그냥 여기 와서 수업만 듣고 공통과제는 여기 오기 1시간 전에 써서 가져 오고. 그러니까 공부가 하나도 안 됐지. 그런데 동사서독에서 소설 읽기 시작하면서 쓰는 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게 너무 아찔했던 거야.
나는 소설을 아주 많이 읽었었는데 그동안 내가 읽은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어. 나는 항상 감정이입하거든.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줄거리도 기억이 많이 안나 나중에 보면. 그런데 그게 문제라는 생각을 전혀 안했던 것 같아. 그냥 어떤 사람이 나왔는데 이런 부분이 좋았고 여기서는 좀 감동이었고 … 이런 정도로만.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소비하는 식으로 소설을 읽는 게 습관이 되었던 것 같아. 그래서 소세키 읽고 공통과제 쓸 때도 그런 식으로 써갔는데 이게 아니란 식으로 선생님이 계속 말씀하시더라고. 그런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방법조차 내가 전혀 모르는 거야. 그래서 뭔가 열심히 쓰고서 나중에 그걸 보면 뭔가 교훈을 끌어내거나 하는 전형적인 방식의 글이더라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 같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결론밖에 못 낸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창의력도 없고 생각의 길 자체를 내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구나’하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러고 한 학기가 넘었는데 아직도 전혀 모르겠어. 되게 헤매는 중인 것 같아. 글 쓰는 것도 엄청 힘들어. 물론 노력을 많이 못하고 있어. 아직도(^^). 습관과 관성 때문에 아직도 힘든데, 그 와중에도 예전보다는 스트레스를 훨씬 많이 받는 것 같아. 고민을 나름 하는데 안 나와. 뭔가 다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스트레스도 받는 것 같아. 현옥쌤이 예전에 에세이 발표 하셨을 때 엄청 쇼킹했었거든. ‘종족이 나랑 다른가?’하는 생각도 들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 나는 정말 후기용 글쓰기밖에 못하는 상태야. ‘아 내가 정말 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어리구나. 그런데 여기 오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어린지 몰랐어. 처음에 채운썜이 나한테 무식하다고 했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무식하다고 할 수 있지 이 사람? 했었는데 ^^ 이제 내가 무식하다는 게 뭔지 너무 잘 알지 지금은. 아는 게 전혀 없더라고.

3.규문 생활

Q : 공부 하시는 것 중에 제일 재밌게 하고 있는 게 뭐예요?

윤몽 : 음 글쎄, 그렇게 말하면 잘 모르겠는데. 아직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뭐가 특별히 재밌는지도 모르겠어. 주역수업 같은 걸 듣는 것도 정말 재미있고. 우리 소설 읽고 하는 세미나는 재미있지만, 한편으론 정말 어렵고 힘들어. 책 읽는 건 좋은데 그 다음이 문제야. 뭔갈 써가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 그렇지만 루쉰이랑 소세키는 다 좋았어. 작가들한테도 마음이 많이 가고. 그리고 그저께 들은 니체 수업도 아주 좋았거든? 감동적이었어. 니체도 재밌는 것 같은데 아직 잘 모르겠고. 우리 ‘예술톡톡’ 하는 것도 재밌고.

Q : ‘예술톡톡’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윤몽 : ‘예술톡톡’ 정말 재밌어. 숙제가 없어서 더 재밌다봐(ㅎㅎㅎㅎ). 그러다보니 이전에 해오던 공부처럼 되는 거야. 결과가 안 남고 재밌기만 한 거지. 그건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해. 그렇지만 재미도 있고 급속도로 깊어지는 데는 도움이 돼(^^). 한 주만 들어도 뭔가 하나에 대해서 알게 되는 느낌. 그런데 운이 좋아서인지 이번에 여행 가는 것과 맞물렸잖아. 지난 학기에 수업 들었던 것들을 직접 나가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 고흐 배우고 마네 배우고 그런 얘기를 한참 들었는데 나갔더니 그 그림들이 진짜로 있으니까 엄청 좋은 거야(!) 나는 원래 그런 걸로 잘난 척 하는 사람들 정말 싫었거든? 고흐가 어쩌고 마네가 어쩌고 하면 되게 재수 없었어. 나는 잘난 척하는 사람이 싫거든? 참 싫었는데 이제 조금 이런 얘기들을 왜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내가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렇게 많이 바뀌게 된 계기가 동사서독 일본여행이었어. 난 진짜 가기 싫었거든 일본여행. 그 전 주까지도 환불을 받을 수 있을까를 엄청 생각했어. 아니면 나 대신에 다른 누군가를 설득해서 넣고 내 돈을 뺄까, 하고. 엄~청 엄청 가기 싫었었거든. 사람들이랑도 안 친해서 몇박몇일 같이 지내고 싶은 사람도 거의 없었고. 이 사람들은 가서 공부만 한다고 그러고. 여행 일정을 보니까 너무 지루해보이더라고. 작가의 무덤을 간다는 둥, 살았던 집을 간다는 둥,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더라고. 옛날에 죽은 사람 집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던 거지. 그런데 막상 가고서 맛있는 거 먹고, 면세점에서 좋은 것 사고, 구경하고 차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만끽하는 차원과 다른 여행이 있다는 걸 좀 알았던 것 같아.
제일 큰 게 나는 사람들이 중요한데 규문 사람들에 대해서 애정 같은 게 많이 생긴 거지. 너나 수영이나 수경언니나 락쿤쌤이나 민영이나 혜원이도 그렇고. 막 애정이 엄청 많이 생기고, 같이 ‘개’고생을 하면서 당시에는 엄청 고생스럽고 ‘내가 이걸 하려고 여길 왔어?’ 하는 생각도 했는데 같이 고생하면서 뭔가 설명하기 힘든 애정이 생긴 것 같아. 그리고 기차나 비행기 탈 때 채운쌤이랑 같이 앉을 일이 많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 그래서인지 여행도 그렇고 밥 먹는 것도 그렇고 눈에 보이는 것도 다르더라고. 내가 예전에 도쿄를 다녔었거든. 그런데 이 여행은 도쿄에서 내가 혼자 했던 여행이랑은 차원이 다른 거야. 그때 나는 클럽도 가고 술도 많이 마시고 쇼핑거리 많이 다니고 타워 레코드 가서 앨범도 많이 구경하고, 그런 걸 하고 다녀서 진짜 재밌었는데, 이번엔 완전히 다른 도쿄를 봤잖아. 주택가를 걷고 소세키 기념관 가서 그때 나왔던 책 판본을 보고 하는 건데, ‘아 이런 여행이 좋을 수 있겠다’라고 처음 생각했어. 그런데 그걸 알고 그 뒤에 내가 엄마랑 한 달 여행을 갔잖아? 그때도 예전의 나였으면 전혀 안 갔을 미술관들을 많이 가고 그런(지적인?) 얘기들을 하면서 약간 눈이 바뀐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

Q : 전에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에 주목하시게 된 건가요?

윤몽 : 그런 것 같아. 공부를 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아. 공부를 하면서 삶을 보는 방식이나 관점 같은 게 바뀐 느낌이 많이 있어. 작년 가을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까지도 있어. 지식적인 부분으로 뭔가 달라진 건 잘 모르겠어. 공부도 많이 안했고. 그런데 공부하기 전에는 내가 몹시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공부를 안 했다면 내 가난이라던가, 남편이 지금 일을 못하고 있는 상황들이나 아이를 가지는 문제, 앞으로 직장을 어떻게 다녀야 하고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며, 엄마와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의 문제들이 아직까지도 나를 힘들게 했을 것 같아. 작년에는 너무 힘들어서 채운쌤한테 전화해서 너무 힘들다고 한 적도 있고 엉엉 울기도 했는데 지금은 힘든 일이 많은데도 좀 괜찮게 됐어.
전에는 내가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남편이 교통사고 나서, 아니면 내가 소송을 하고 있어서 하는 식으로 핑계를 대고, 누군가 ‘너 30대인데 왜 이렇게 한심하게 살아’, 라고 하면 ‘나 이러저러한 일이 있어서’ 라고 정당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어. 희생하는 아내의 이미지로 요 몇 년을 정당화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지금은 모든 일들이 단순해졌고 화도 별로 안 나고 삶이 퍽 괜찮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살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어. 여유도 많이 생기고 걱정도 많이 안 돼. 내가 언제까지 얼마를 벌어서 어떻게 저축하고 이런 것들이 크게 걱정이 안 되고 지금처럼 그냥 알바나 하면서 공부 해가면서 살면 이게 그렇게 부끄럽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역 공부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Q : 주역은? 애초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윤몽 : 애초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것도 (또) 윤정이가. 그때 윤정이가 알바를 소개시켜줬는데 그게 북드라망에서 책 낸다고 동영상 보면서 받아 적는 일이었거든. 근데 그게 우응순 선생님 수업이었던 거야. 그런데 그때가 규문 공부 제대로 안할 때, 남편일로 힘들 때였거든. 남편이 소송 중에 얼마나 아픈지를 증명해야 해서 신체감정이라는 걸 받는 중에 정신적인 것을 감정받기 위해서 정신병원에 2주 입원을 해야 했어. 폐쇄병동에. 어쩔 수 없이 입원을 시키고 연락도 안 되고 핸드폰이고 뭐고 다 뺏긴 채로 남편이 정신병자처럼 거기서 지내게 되었고, 그러는 게 너무 걱정되고 무섭고 그런 힘든 것들을 많이 겪을 때였거든? 그런데 그 때 내가 하던 알바가 그거라서 어쩔 수 없이 그 강의를 들어야 하는 거야. 근데 그런 강의가 ‘군자는 어떻게 살아야 된다’거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였는데 그게 당시에 진짜 위로가 많이 됐었어. 그 알바를 하면서 막 울었던 적도 있고. 그때 우응순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셨냐 하면, 가난한 사람이 억울해 하지 않기가 힘들고 돈이 많은 사람이 교만하지 않기가 힘들다는 얘기였어. 지금 우리가 이 장에 들어와서 들으면 다 비슷비슷한 얘기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런 얘기를 듣는데 그게 너무 놀랍게 느껴지더라. 내가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것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나 있던 상태였나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들인데 그런 하나하나가 정말로 감동적이고 멋있고 그랬던 거야. 그래서 나중에 이 선생님한테 수업을 직접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여기서 선생님을 모시고 수업을 듣는다니까 너무 좋았지. 진짜 연예인 보듯이, 거의 6개월 이상을 영상으로 보던 분이 직접 이 앞에 있으니까 너무 반가운거야. ‘어머 선생님!’ 이러는데 선생님은 나를 모르시니까 되게 무안해 하시고(^^;). 아무튼 그땐 너무 좋았고 지금도 지혜가 많으신 어떤 분한테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수업을 듣고 있어. 지금도 수업 중에도 울컥울컥 할 때가 많아.

Q : 규문에 안 나오실 땐 어떻게 사세요? 밥 세끼는 어떻게 해결하고 살고 있는지...

윤몽 : 집에 가면 보통 남편이 밥을 해 줘. 그렇다고 남편이 요리를 잘 한다고 할 수는 없고, 아직까지 뭔가 새로 만들어 내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 기존 재료들을 볶는다거나 좀 쉬운 쪽으로 해주고 있어. 원래 둘 다 집안일을 아예 안했었는데 이제 남편이 나보다 잘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규문 안 나올 때는 남편이랑 같이 밥 먹고, 미드도 보고. 근데 보통은 숙제를 하지. 숙제가 이렇게 많은데 안 나올 때에도 숙제를 해야지(!) 우리 ‘무지까라’도 그렇고 과제 안 할 때는 미드보고 게임도 할 때도 있고 사람들 만날 때도 있고 쓰잘 데 없는 책을 보기도 해. 지금은 소설 왕좌의 게임을 보고 있어. 진짜 재밌어. 미드보다 훨씬. 또 개 데리고 산책도 하고. 또 내가 친정엄마랑도 많이 친해서 엄마랑 1주일에 한 번씩 보는 경우도 많고. 그 사이에 치과치료를 다니기도 하고, 1주일이 부족할 정도로 뭐가 많아 사실.

Q : 많은 일들을 하시네요.

윤몽 : 그래서 채운쌤한테 맨날 산만하다는 얘길 들어. 선생님 얘기는 공부를 다 하고 나머지를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마는 건데 나는 그 나머지 것들을 해야 될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이것들을 다 해놓고 그 사이사이에 시간이 되면 책을 보거나 숙제를 하니까 시간이 모자란거지. 그런데 예전처럼 수업을 한두개 들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지금 내가 수업이 확 많아지고 숙제가 많아지는데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게 된 거지. 근데 사실 그렇게 안 살려고 이번 가을 학기에 수업을 많이 들은 거거든. 근데 아직은 안 바뀐 것 같아.

윤몽

 

4.‘깊어짐’에 대해서.

윤몽 : 그건(깊어졌다는 말은) 사실 뭔가 유식해졌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 내가 힘들어 했던 걸 우리엄마가 봤잖아. 그런데 우리 엄마 표현대로 하면 공부하면서 내가 갑자기 나이가 확 많아지고 노인처럼 바뀌었다는 거야. 도 닦은 것처럼.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을 때 거기에 대응하는 내 방식이 ‘때 되면 이렇게 되겠지’ 하는 식으로 좀 바뀐 거지. 바로바로 그렇게 안 되더라도 머리로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오히려 내가 남편을 만나서 고마운 거라던가 풀릴 거면 풀리는 거고 너무 거기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표현들이 다 주역이나 그런 것들에서 배운 얘기인데, 내가 하는 그런 얘기들을 엄마가 듣더니 ‘너 여기서 배우더니 깊어진 것 같다’라고 그러는거야. 그래서 그 얘기를 내가 집에 같이 가면서 채운쌤한테 얘기했지. 그랬더니 채운쌤이 완전 ‘푸핳하하하하’ 웃으시더라고. 그게 웃기고 재밌으셨는지 그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 계속 나한테 ‘그래 너 깊어졌잖아’ 하면서 놀리시더라고.

Q : 누나의 변화에 대한 다른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때요?

윤몽 : 약간 좀 여유 있어지고 좋아 보인다는 소리는 좀 해. 상황이 안 바뀌었는데 나는 괜찮아진 거니까. 오히려 지난 학기로 따지면 상황이 더 나빠졌지. 지난 학기엔 시어머니 병원까지도 왔다 갔다 하면서 다녔으니까. 시어머니 한 달 넘게 입원하시는 동안 내가 계속 병원 다니면서 여기 왔다 갔다 했으니까. 남편도 아프고 시어머니까지 아프게 된 셈일 수도 있고 소송은 한참 하는 중이었는데 이번에 망했거든(^^;). 이번에 끝났으면 행복했을 텐데, 이제 다음 재판으로 가야 돼. 결국엔 그렇게 돼서 또 일 년을 남편이 아픈데 수술은 못하게 되고 다시 버텨야 돼. 남편 몸이 나빠지는 걸 방치해야 되거든. 또 신체감정을 또 하는데 건강하게 나오면 안 되니까. 상황을 나열하자면 힘든 일이 작년보다 오히려 훨씬 많아졌지. 또 우리 강아지도 한 쪽 다리가 아파.
나열하자면 사실 끝이 없고 상황이 더 안 좋아졌는데 이상하게 나는 괜찮은 거지, 주변에서 보기에. 근데 누군가 ‘뭐 때문에 네가 괜찮을 수 있느냐’라고 한다면 나는 여기서 하는 공부가 아닐까 생각해. 아닐까가 아니라 여기서 하는 공부 때문이고 여기 친구들 때문이지. 규문 친구들한테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 배울 점이 다들 있고. 다들 특이하고 이상한 애들인데 배울 게 많고 나한테 좋은 영향인 것 같아. 내가 벌써 여기를 일주일에 나흘이나 오잖니? 난 그렇게 여기에 많이 오고 싶지 않았는데(ㅋㅋ). 선생님이 와서 공부하라고 그래도 싫어요, 싫어요, 하면서 버텼는데 지금 벌써 일주일의 반 이상을 오고 있잖아. 그러니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지. 내 삶에서 지금 제일 무게가 있는 게 사실 여기인 셈이 됐는데.

Q : 규문에서 뭔가 더 하고 싶은 건 없으세요?

윤몽 : 아직까진 잘 모르겠고, 우리 일본어를 잘 해서 제대로 해서 여행 나갔을 때 우리가 통역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푸코나 사마천 <사기>처럼 말만 들었지 직접 읽어보지 못한 것들도 읽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건 많은 것 같아. 막상 하면 제대로 안 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예술톡톡이 문학수업이잖아. 수경언니가 하는 거. 그 책들도 다 읽어보고 싶고. 상황이 되면 진짜 중국어 독일어도 다시 공부를 해서 여기서 공부를 하면 좀 더 깊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혹시 아냐? 독일어 다시 시작해서 짜라투스트라를 다시 독해를 하게 될 지!?

Q : 정말 하고 싶으신 게 많네요.

윤몽 : 그런데 시간이... 지금 30대 중반이면 어떨 때는 내가 늦었고 초조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너 같은 나이를 보면 내가 늦었을 수도 있는데 10년 20년 30년 생각하면 공부 하다보면 길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중국어도 그래. 루쉰도 읽을 수 있잖아 루쉰하면. 광인일기 이런 걸 중국어로 읽을 수 있지 않겠니!?

Q :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윤몽 : 격몽 스쿨 때 채운쌤이 ‘내가 죽으면 묻어는 주겠지’ 하고 말씀하셨잖아. 전에 난 가족이 가장 중요했거든. 그래서 수업도 항상 뒤로 밀렸어. 그런데 규문 사람들은 우선순위를 바꾸고 살잖아? 나는 그게 잘 안됐었거든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가족이 훨씬 중요해지고 먹고사는 게 훨씬 중요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이 공부만 하면서 이렇게 살면 죽을 때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무섭기도 했고. 아직도 아예 안 무서운 건 아니지만, 선생님이 얘기한 대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계속 가서 신뢰도 쌓이고 ‘이 사람들이면 나를 묻어는 주겠지?’하는 생각이 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공부하면서 늙어가는 게 노후를 준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전에는 요양 갈 돈, 보험, 혹은 남편이랑 이혼했다면 그 당시의 새로운 남자 이런 식으로만 노후를 생각하고 이런 걸 고민했었지. ‘늙었을 때도 내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지금은 이 사람들이랑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준비하는 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해. 죽음을 준비하는 게 결국 공부의 최종목표 아닌가. 내가 뭐 집을 살 것도 아니고 유산을 남길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 얘기가 나한테 감동이었어. 끝!

작성 : 건화
전체 3

  • 2016-10-17 16:55
    윤몽언니의 요즘 키워드는 '변화'인가요! 인터뷰 읽고 있자니 몽언니 목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ㅎㅎㅎ

  • 2016-10-19 11:24
    자주 채운쌤하고 티격태격 하지만 어쩐지 살갑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그게 잘 나타나네요 ㅋㅋㅋ 이 글을 보니까 누나와 채운쌤의 정이 깊다는 걸 느낍니다!

  • 2016-10-19 13:35
    아핳하하하하하. 그렇게 뭐 성인군자처럼 된 거 같지 않은뎅?ㅋ
    건화는 수많은 '되게'를 빼어주어 고맙습니당. 말만 잘하는 윤몽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