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톡톡

유학일기 - 5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1-18 12:21
조회
401
안녕하세요. 마지막 1강만을 남겨뒀네요. 2016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 어 하다 보니 어느새 2017년이네요. 긴장하지 않으면 올해도 순식간에 지나가겠네요.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의 상업화는 록펠러 재단이 분자생물학에 투자를 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여태 강의 내용 중에는 과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자본에 맞추어서 움직이는지도 함께 알아봤었습니다. 저는 과학을 전혀 알지 못하는 까닭에 잘 모르지만,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에는 돈이 참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지금시대에서는 더 이상 개인이 연구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혼자서 인공위성을 만들어 쏘아올린 송호준이라는 사람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개인으로서 최초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쏘아올린 사람이라고 하는데, 다큐멘터리도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찾아서 보시길 바랍니다.) 학자들은 점점 더 돈이 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는데, 여태껏 살펴봤듯이 돈이 되는 방향은 주로 생명을 상품화하는 쪽이었습니다. 이번시간에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은 생명이 상품화 되는 과정입니다.

시작은 특허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여전히 연구결과를 특허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얘기는 쉽게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1980년 미국에서 ‘베이돌 법안’이 통과됐는데, 이것은 연방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대학교나 공공기관에서의 연구를 특허로 출원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법안입니다. 김동광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끄러운 경사길’인데 제가 이해한 대로 풀어보자면, 첫 발걸음이 어렵지 일단 걸음을 옮기면 미끄러운 경사길을 내려가는 것처럼 방향을 쉽게 바꾸거나 멈출 수 없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주로 생명윤리와 관련돼서 많이 나오는 표현입니다. 처음 생명과 관련된 연구나 규제에 조심스럽다가 한 번 전례가 나오면 물꼬가 확 트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베이돌 법안은 미끄러운 경사길의 첫 발걸음은 아니지만, 생명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발걸음 격이라 할 수 있는 것은 1971년 아난다 차크라바티라는 사람의 미생물에 대한 특허입니다. 이 사람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유출된 기름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이것이 특허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생물은 특허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끈질긴 항고 끝에 1980년 대법원에서 특허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때 재판장의 말은 ‘특허의 핵심은 생물, 미생물이 아니라 인간의 발명’으로 판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987년 특허청에서 다세포 유기체에 대한 특허를 인정한다는 결정을 발표함으로써 생명이 본격적으로 상품화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런 얘기를 들어도 특허에 대한 생각을 쉽게 정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한다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그 기술이 특허로 출원됨으로써 자본이 어떻게 우리 삶 속에 파고드는 가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물해적행위’라는 것이 있는데, 말 그대로 해적질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인도에서 오래 전부터 살충제로 사용하던 것을 외국인이 가져가서 특허를 냅니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나무는 다 말려 죽이고 자신들이 가져간 것을 수출합니다. 그런데 수출하는 종자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계속 자라는 것이 아니라 한 번 키우고 죽도로 바꿉니다. 그래서 원주민들이 계속 종자를 사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생물해적행위 혹은 생물식민주의라고 말합니다. 한국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IMF를 거치면서 한국의 많은 토착종의 소유권을 외국에 팔았다고 합니다. 저는 고추나 오이 같은 작물을 왜 계속 키우지 않고 종자를 사야 하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이런 작물들도 모두 생물해적행위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몬산토는 생물해적행위로 먹고 사는 회사 같은데, 무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회사로 1만 1천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했다고 합니다. 강력한 살충제도 있겠다. 종자를 가져와서 유전자를 조작하고, 남아 있는 토착종들은 살충제로 다 죽여 버리고 그 빈 곳을 자신들이 개발한 작물로 채워서 돈을 법니다. 갑자기 울컥하네요. 인도의 반다나 시바라는 사람은 이런 해적행위에 반대하는 사람인데, 관심이 있는 분들은 그녀가 쓴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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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나 시바

이렇게 과학기술이 자본에 포획될수록 점점 공공성을 잃어갑니다. 또 가슴 아픈 예를 들면, 웨스 레들러라는 거대 제약회사는 소아에게 위장염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약을 복용하고 오히려 중증 장폐색 증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1년 만에 바로 모든 약이 회수되었는데,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백신을 통과할 때의 심사위원은 웨스 레들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예로는, 대학에서 나오는 모든 연구결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는 얘기입니다. 노바티스라는 회사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어느 단과대학에게 2,500백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이때 노바티스가 내건 조건은 대신 나오는 모든 연구결과에 대한 우선소유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온 연구결과는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용됩니다. 에이즈도 이제는 치료 가능한 병이 되긴 했지만 약값이 매우 비쌉니다. 미국에서는 여차저차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가난한 나라 대다수는 엄두도 못 내겠지요. 어떻게 보면 특허를 비롯한 연구결과에 대한 소유권은 학자들에게 분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겠지만, 그것을 회사가 상업적으로 쓰면서 가난이 확대·재생산 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것 참........ 복잡할 수밖에 없네요. 어찌된 영문인지 병은 점점 더 다양하게 출현합니다. (물론 인간의 욕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강 추측은 해보는데)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개발하면 또 자본에 포획됩니다. 흐음........ 어렵습니다.

그래서 김동광 선생님은 New Political Sociology of Science, 번역하면 ‘신과학정치사회학’을 뜻하는데, 내용인 즉 실험실을 넘어서 비과학자들을 비롯한 대중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방향은 계속 기업의 입장, 그들의 이익이 남는 쪽으로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주로 공략하는 연구는 시장에서 전망이 밝은 것,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여러 번 예시로 등장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나 에이즈 백신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일단 어떻게 공략만 되면 비싸게 팔립니다. ‘만약’ 줄기세포도 성공했다면 ‘비싸게’ 거래됐겠죠.



왼쪽 사진은 "구글 베이비" 중 한 장면. 오른쪽 사진은 대리모들의 모습.

그런데 인간에게 필요한 연구라고 했을 때, 그것은 모든 인간을 말하는 것일까요? 분명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류층을 위한 연구일 것입니다. “구글 베이비”라는 다큐가 있습니다. 인공수정 산업에 관한 다큐인데, 이것은 미국인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서 인도의 대리모에게 착상시키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이 산업을 이용하는 것은 인도인들이 아니라 미국인들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합쳐지면서 여유가 있는 미국인들은 더 이상 힘들게 낳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저 수정된 난자를 아이스박스에 포장해서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가지는 애착의 일부분에는 고생하면서 아이를 낳는 과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좋은 것과 귀찮은 것을 먼저 구분해서 최대한 우리 입맛에 맞게 점점 세상을 조정하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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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 GMO 식품을 먹은 쥐

비슷하게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2012년 9월 프랑스의 세라리니팀이 몬산토의 GMO식품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주기적으로 GMO식품을 먹은 쥐에게 종양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약간 놀라운 사실은 1998년 푸스타이 박사 다음으로 GMO식품에 대한 연구는 세라리니팀이 처음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관련된 어떤 정식 연구도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세라리니팀이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사소한 연구방식부터 연구결과까지. 근데 이때 문제제기 한 사람들을 조사하니 몬산토에 돈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김동광 선생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는데, GMO식품을 먹어도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불확시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충분한 연구를 거쳐서 그 안정성이 확보되면 판단은 소비자들에게 넘어가는 것이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도입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사례를 들어주셨는데, 밀양의 송전탑 건설에 대해 글을 쓰려 하셨는데, 송전선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연구가 없었던 것은 송전선을 연구해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연구해서 송전탑 건설에 영향을 끼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세라리니팀처럼 어떤 압력을 받을 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시민의식의 성장을 그다지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댈 곳은 결국 시민의식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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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8 16:43
    시민의식? 자발적 참여? 뭔가 두루두루뭉술뭉술한 말인데... 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