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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월요일: 푸코의 철학 <7강> 후기

작성자
크느
작성일
2017-04-21 06:22
조회
253

‘푸코의 철학’ 7번 째 강의는 <감시와 처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채운 선생님은 누군가  푸코의 저작 중에서 한 권만 읽겠다고 추천을 부탁한다면 <감시와 처벌>을 권하신답니다. 푸코 자신도 “이것은 나의 첫 번째 책”이라고 말했을 정도니, 그만큼 <감시와처벌>은 그의 사상적 변화와 서구 지성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저작인가봅니다.


룰레와의 대담에서 푸코는 말합니다. “우리는 한편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역사에서 유일무이하거나 근원적인 또는 돌입하는 시대가 아니며, 따라서 모든 것이 완성되거나 다시 출발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근대 이후 혹은  헤겔 이후의 사상이 현재를 역사상의 단절로 또는 성취로, 아니면 다시 도래한 서광의 순간으로 분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모든 역사를 현재로 수렴하고, 현재를 특권화 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결국 과거는 현재보다 미성숙한 것이되고 미래는 우리가 가야 할 유토피아가 됩니다. 또한 페스트가 창궐한 중세를 암흑기라고 칭하고, 르네상스시대를 어둠을 뚫고 부활한 화려한 과거라고 규정 짓습니다. 과연 우리가 중세인들의 삶을 암흑기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원인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오만함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푸코는 겸손함을 가지고 자신이 사는 시대를 관통하는 힘들의 조건을 사료를 통해 분석합니다. 그리고 배제된 것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습관처럼 살아왔던 모든 것들에게 질문합니다. 그는 <감시와 처벌-감옥의 역사>를 통해서“소위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담론들—의학적 담론, 정신의학적 담론, 사회학적 담론—이 형벌제도를 규정하는 담론과 실천의 총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검토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감시와 처벌>에서 만나는 푸코는 <담론의 질서>에서와는 사뭇 다르다고 합니다. 무언가 커다란 힘이 그를 관통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감시와 처벌이 나오기 전 푸코는 1971년 2월 “감옥정보그룹”에서 이전 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감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외부가 아닌 감옥 내 수감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감옥의 실체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1971년 11월 젤랄리벤 알리가 아파트 경비원의 남자친구에게 피살된 사건, 1972년 알제리 노동자 모하메드 디아브가 경찰서에서 당한 의문의 죽음, 같은 해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생 로랑 뒤 퐁의 ‘5-7나이트클럽 화재사건으로 비롯된 시위 현장에는 푸코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지식인의 소임은 당시 지식인(사르트르)들처럼 목소리를 갖지 못한자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즉 배제된 담론을 생산해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배제된 자들로 부터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목소리를 생산해내는 것이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보여주는 실천적 저항인 것 같습니다.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근대에 생긴 감옥이 '규율권력'과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밝혀내고 있습니다. 그의 문제의식은 이렇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사회의 배제를 일반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작용으로 여겨왔습니다. 이런 작용을 소위 사회의 구성요소처럼 생각하려 했습니다. 어떤 사회도 일정수의 구성원이 배제된 조건 아래서만 기능할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 즉, ‘어떤 배제 시스템을 통해, 누구를 배제함으로써, 어떤 분할을 낳음으로써, 어떤 부정과 거절의 작용을 통해 사회는 기능할 수 있게 되는가? 라는 문제에 흥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즉, 감옥은 매우 복잡한 조직이기 때문에 감옥을 배제라는 단순한 네거티브한 작용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 비용, 그 중요성, 감옥 운영에 쏟는 면밀함, 감옥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되는 여러 논리, 이런  모든 것이 감옥의 포지티브한 작용을 시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푸코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감옥 시스템이 단순하게 사회계약에 위배되는 자들의 배제를 통해서 사회를 공고히 하는 걸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는 근대적 인간을 찍어내는 새로운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감옥은 범죄자를 가두는 네거티브한 시스템을 넘어서 이들을 교화하고 교육하며 사회에 봉사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시스템인데,  이는 우리의 학교 시스템과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저로서는 전혀 의심해 볼 수 없었던 학교가 감옥과 같은 계열을 가지고 있었다니……. 감옥과 학교의 목적은 우리의 몸을 순종적으로 혹은 레고 블럭의  한조각 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교화, 교육시스템을 통해 권력이 노리는 효과입니다. 푸코는 이러한 권력의 효과가 작용하는 토대와 배치를 고고학적으로 파헤치고, 그것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계열을 이루고 있는지를 <감시와 처벌-감옥의 역사>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권력제도를 단락시키거나 그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혹은 완전히 분쇄하기 위해서는 이 연장통의 뚜껑을 열고 마치 드라이버나 펜치를 찾듯이 거기서 어떤 문구, 어떤 관념, 어떤 분석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다.” —1975년 <르몽드>와의 인터뷰

전체 2

  • 2017-04-21 10:43
    오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제가 어디서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 하하;; 현재를 특권화하는 사유 자체가 인간의 오만함이 드러난다는 것은 두고두고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 2017-04-21 18:33
    권력은 단순히 배제하고 억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동안에도 우선은 생산한다는 것. 푸코의 이런 생각은 더 많은 권리를 보장하고 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는 게 정의라는 전제를 무참히 무너뜨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