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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장자 1학기 에세이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7-24 14:41
조회
196
안녕하세요.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학기였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이 개인사정으로 빠지면서 총 9개의 에세이만 남았습니다.(지현쌤도 같이 이날 발표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이 바쁘셔서 아쉽네요.ㅠㅜ) 내편과 외편의 얘기가 참 달랐던 것처럼, 그걸 읽는 우리도 참 많이 달라졌네요. ㅇ_ㅇ 잡편을 읽으면서 또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됩니다.

내편을 읽을 때는 다양한 비유와 말하기 방식이 나와서 헤맸습니다. 편 안에서 상충하는 비유들, 편과 편 사이의 대립하는 비유들을 통해 장자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읽기가 참 쉽지 않았습니다. 내편 7편은 장자 본인이 썼다고 하는데 이 비균질성은 도대체 뭘까요. 한 사람이 썼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비균질성을 이해하는 게 재밌으면서도 어려웠습니다. 외편은 장자의 철학을 계승한 후학들이 썼습니다. 내편보다는 논의가 정리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겁고 진지해서 내편에서 느꼈던 유머러스함은 적었습니다. 그래도 내편에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논의들이 외편에서 발견되고, 그것들이 내편의 어떤 것에서부터 발전될 수 있었던 것인지를 연결하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텍스트를 읽는 게 재미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모두 에세이가 다가올 때쯤 느끼게 된 것들입니다. ^^;; 에세이에 대한 부담일수도 있고, 낯설기만 했던 텍스트가 좀 친숙하게 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에세이가 저번 에세이에 비해 나아진 게 있다면, 글보다는 에세이를 발표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에세이 발표하는 게 참 부담됐습니다. 공통과제를 쓰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시간인데 왜 장장 10시간 이상 걸리면서까지 에세이를 발표하고 서로 집중도 못하는 글을 읽어야 했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에세이를 발표하는 게 저를 위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번에 에세이를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에세이를 쓰는 이유는 공통과제에서 풀기 어려웠던 자기의 고민을 생각해보고 그 고민을 텍스트의 시선으로 새롭게 보는 과정을 갖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글 자체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을 전제로 쓰이는 것이지만, 가장 먼저 그것을 쓰고 읽는 자신을 위해 써야했던 것이죠. 나름 에세이를 왜 쓰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까 다른 선생님들의 에세이를 읽어도 더 이상 지루하게 보내지 않게 됐습니다. 저도 고작 이런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 나름 머리를 싸매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에세이를 쓰면서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고 시간을 투자하셨을까요? ㅎㅎ 이렇게 생각하니까 자기 글을 발표하는 것도 정성을 다해야 하지만 다른 글을 읽는 것도 내 글을 발표하는 만큼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라면 굳이 이만큼 긴장감을 가지고 읽고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장자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장자를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학기에도 잘 부탁드립니다.(_ _)

마음가짐은 에세이를 하면서 차차 달라질 것 같고, 다음 에세이는 글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기 위해 선생님들이 지적해주신 문제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이번 에세이만이 아니라 평소 제가 자주 지적받는 것 중 하나가 텍스트에 대한 이해입니다. 텍스트를 이해하지 않고 그것을 제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것이죠. 가령 이번에 대인이 '無를 본다'고 할 때의 無는 도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대인은 도를 보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것이 어떤 정치로 이어지는지를 밝혀야했습니다. 모두들 기억하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마제」편에서 2장은 본성이 회복된 시대의 삶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본성이 회복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ㅋㅋㅋㅋ;; 하지만 앞, 뒤 맥락을 고려하면 본성이 회복된 시대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는 게 더 정확했습니다. 무턱대고 해석하기보다는 텍스트 전반을 꼼꼼히 살핀 다음에 글을 썼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평소에 완수쌤처럼 읽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무위정치를 이미지에서 지금 시대의 언어로 해석하지 않은 것과 개념을 표현할 때 단어의 부정확한 사용이었습니다. 개념을 지금의 언어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나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가 부정확한 것은 텍스트를 읽는 게 게으른 것과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무위정치가 규정으로부터 자꾸 벗어나는 도를 본받은 정치라 해도, 그것을 여러 단어로 표현하고 접근하려 하지 않으면 이미지로만 남고 실제로 자신에게 남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위정치는 동양에서 이상적으로 얘기하는 정치인데, 도가에서 얘기하는 것과 유가에서 얘기하는 것은 차이가 있고 또 도가 안에서 노자와 장자가 얘기하는 무위정치의 차이가 있습니다. 에세이를 다 쓰고 나서 장자의 무위정치는 무엇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건 많이 부끄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ㅠㅜ 채운쌤은 장자가 얘기하는 통치자는 천도의 원리를 깨달은 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사람은 단순히 정치 시스템만을 문제 삼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치를 아예 다르게 사유하는 사람일 텐데, 그걸 알아내는 게 사실 이번 에세이에서 해야 했던 것이죠. 다음에는 꼭 해보겠다는 말만큼 공허한 말은 없으니, 잡편은 더 꼼꼼하게 읽어야겠습니다.

그 날 에세이 사진 몇 장을 올리고 마치겠습니다.

1학기 에세이 발표에 비하면 뭔가 단촐하네요. ㅠㅜ 재밌게 읽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ㅋㅋ;;
사진으로는 크누쌤이 안 계시지만 나중에 정옥쌤 옆으로 착석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쌤의 에세이를 기대하겠습니다.


제가 사진을 못 찍습니다. 이런 식으로 몰래 찍는 게 아니면 도저히 찍을 수가 없더군요.
다음에는 웃는 얼굴의 이응누나를 찍겠습니다.


모두를 사진에 담고 싶었습니다. 담긴 담았지만 별로네요.
이번에는 사진도 적고 재미도 없습니다. ㅠㅜ


머리에 안경을 걸치고 에세이를 읽고 계시는 하동쌤. 뭔가 멋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명대사, "에잇, '인의'따위 호랑이나 이리한테나 줘버려랏!!!"


틈틈이 다른 세미나로 만나겠지만, 그래도 모두들 몸 조심하세요~ 다음 학기에도 재밌는 에세이 기대하겠습니다.^^
전체 3

  • 2017-07-24 15:19
    욕은 들어먹었지만 그래도 우리 박틈새에게 변화가 있었다는 거슨 크나큰 수확!! 니가 좋아하는 그 '균열'을 봤느니라. 넘나 미세하긴 하지만ㅋㅋ 박틈새 화이팅!

  • 2017-07-24 23:21
    너도 고생 많았구나. 덕분에 재밌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고, 자극도 많이 받았더란다. 무작정(?) 샛길로 빠져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도 나에겐 부러움으로 다가왔고. 다음 학기엔, 좀더 세게 밀고 나가 한걸음이라도 더 나가볼 수 있음 좋겠다. 그래, 서로 화이팅하자 ㅎ.

  • 2017-07-25 11:28
    너의 지적이 곧 나의 지적이니라...이 사무치는 동지애(?)는 무엇이더냐...2학기 장자 공부 꼼꼼하게 읽고 에세이때 집중도 하고 변해보자구요!!!! 규창쌤이 있어서 고마운 장자공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