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카프카 <에세이 초고> 후기랑 공지~!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9-01 16:41
조회
111


"유령맘 카프카", 편지를 쓸 때만 나타나는 유령 

카프카는 밀레나에게 쓴 편지에서 모든 불행이 ‘편지로부터, 아니면 편지를 쓸 수 있는 가능성으로부터’ 왔다고 말합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동안, “유령”이 그로부터 자라나 편지에서 얻은 자양분을 마시고 번성하게 된다고요. 유령에게 영양분을 빨린 편지는 말라비틀어지고, 텅 비고, 신경을 자극하는 상태로 수신자에게 도달하지요. 그래서 편지를 받는 순간에는 기쁘지만, 그 후에는 오랜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고 해요.

이상하죠? 내가 쓴 편지가 상대방에게 가는 동안 예측하거나 짐작할 수 없는 유령이 편지를 변형시키고 있다는 것이요. 재밌는 점은 “유령”은 편지를 쓸 때만 나타난다는 점이예요. 써야지만 발생하는 유령, 그러니 편지를 쓴다는 것은 편지를 받는 사람하고만 교신하는게 아니라 유령이랑도 교신하는 셈이 되지요. 쓰는 동안 만큼은 유령들이 굶어죽지는 않을거예요. 그럼 평생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카프카는 남몰래 유령을 먹어살리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길냥이를 먹여살리는 동네 캣맘들이 있듯, 카프카도 유령을 먹여살리는 유령맘이었을지도.. ㅋ



(편지를 쓸 때만 나타나는 유령)


저는 이번주에 지니샘이 써오신 발제문이 참 재밌었어요. 지니샘의 주제는 크게 2가지였는데요, 그중 하나는 (1)복합신체, 다른 하나는 (2)언제나 문 앞에서 벌어지는 투쟁 이였슴다.


복합신체

지니샘에 따르면 카프카 작품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복합신체란 특징을 보여준다고 해요. <변신>의 주인공인 그레고르는 인간에서 갑충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벌레의 신체와 인간의 감정을 지닌 갑충-인간이 되고요.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의 원숭이 페터는 인간의 말을 하면서 암컷 원숭이와 동침하는 원숭이-인간이 되고요. <선고>의 게오르크는 아버지에게 익사형을 선고 받고 강물로 뛰어드는데요, 그와 동시에 아버지도 쓰러지지요. 그때 아들과 동시에 쓰러지는 아버지는 분리된 개체라고 볼 수 없다는 것. 즉 게오르크는 아버지와 섞인 복합신체로서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것! 흥미롭지 않은가요?

여기서 지니샘의 문제의식은 <왜 카프카는 번번히 실패한 변신만을 그렸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원숭이의 본능이 남아있는 페터, 완전한 갑충이 되진 못한 그레고르, 아버지의 자리에 등극하려다 실패한 게오르크. 이들은 모두 완전한 변신을 도모한 것이 아닌, ‘사이의 존재’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카프카의 변신은 일반적 의미의 완료를 거부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 주제는 카프카의 짧은 단편인 <튀기>와 연결시켜 생각해봐도 재밌을 듯해요.



(갑충-인간 그레고르)


문 앞에서 벌어지는 투쟁

또 하나, 재밌었던건 카프카 작품의 인물들은 문 앞에서 고투를 벌인다는 점이예요. 대표적으로는 <법 앞에서>가 있지요. 법으로 들어가는 문앞을 문지기가 지키고 있는데, 주인공은 그 문을 통과하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고 있지요. 또 <변신>의 그레고르도 문 주변을 기어다니거나 문에 달라붙어 가족들의 이야기를 엿듣고요.

문을 열고 어디로 나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문 주변을 탐험하고 문을 둘러싼 전체를 탐구하는 이들 ㅋ 이 또한 카프카식의 또다른 투쟁의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담주에 어떤 에세이를 들고 오실지 기대기대 됩니다~


벌써 한 학기가 훌쩍 지났네요. 뜨거운 여름을 지나 어느새 기분좋은 산들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어요. 편지까지 후루룩 짭짭 읽고 나니 다음 학기 단편들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해볼 수 있을거 같아 기다려 집니다ㅋ 아직 신청 안하신 분들 얼른얼른 오세요~ 한 주 쉬고 바로 풍덩 들어가보아요! 다음주 간식은 수경샘, 선민샘, 영우샘~! 고럼 다음주에 따끈따끈한 에세이로 만나요~~ ^0^
전체 2

  • 2017-09-01 19:12
    과연 카프카에게 "변신"이란 무엇인지? 투쟁 또 투쟁. 허나 그 길 위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요. 카프카의 웃음소리에 대해서도 다음주에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대하랍! 이응!

    • 2017-09-01 19:26
      설명하긴 어렵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카프카만의 유머 코드! ㅋ 다음주에 알려주시렵니까? 흐흣 기대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