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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장자> 첫시간 후기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9-02 19:28
조회
149
종횡무진 장자가 시작되었습니다. 왜 종횡무진인가 했더니 이번 시즌에는 내편-외편-잡편을 가로지르며 읽는 것이 목표라고 하네요. 장자를 읽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대요. 하나는 <일관성>을 중심으로 읽어내는 것. 다른 하나는 장자로부터 얼마나 이질적인 것들이 생산되었는지 그 풍성함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접속하여 <탈주선>을 그려가면서 읽는 것. 우리는 당연히 후자의 방식으로 읽겠지요? 이번 학기에는 종횡무진 크로스해보기 위해 무겁더라도 내편 잡편을 같이 들고 오셔야 한다는ㅋ (아아! 그리고 오늘 못 오신 은남샘~ 이번 시즌에는 암송과 더불어 매주 <내편>을 암기하는 퀴~즈도 생겼다는 희소식을 전해드리며-ㅋ)

첫 시간에는 <장자>의 분류체계와 시대 상황을 살펴보았어요. 장자는 기원전 4-3세기 전국시대를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진시왕이 제국을 통일한 게 기원전 221년이니, 장자는 통일을 향해가던 전쟁이 시기를 살았던 셈이지요. 수많은 부족들이 살던 소국들을 하나로 통일하려 했으니 강력한 법의 시행과 전쟁은 필수였겠지요? 춘추에서 전국으로 넘어가면서 전쟁은 규모나 방법, 수단, 빈도 등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대요. 춘추시대에는 예를 갖추고 활을 쐈다면, 전국시대에는 그야말로 무자비한 적자생존의 시대! 게다가 규모도 어마어마해져서 ‘장평전투’에서는 45만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이런 시기에 장자의 철학이 나왔다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지식인들이 가장 활보하고 다니던 시대, 사상이 풍요로웠던 시대였다고 해요.

이런 시기에 철학은 크게 두 방향으로 길을 내게 됩니다. 적자생존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정치 혹은 병법/병술 철학(그것이 바로 법가). 그와는 다른 방향에서 거대한 파를 이루지도 않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철학. 그것이 바로 <장자>이지요. 이런 배경 속에서 살펴보면 장자의 소요유는 평화롭고 안온한 환경에서 노니는 느낌이 아니라 피끓는 살육의 시대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인간에 대해 고찰하던 반전의 텍스트였던 듯 해요.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지고, 관료제가 시행되고, 법치국가가 된다는건, 더 이상 관습적인 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해요. 누구도 법 앞에서 예외가 없는 냉엄한 시스템이 적용되는 사회. 이런 변법의 핵심에는 부국강병이 있고, 결국 세상은 힘=생산력이 지배하는 시대가 옵니다. 재미있는건 이 지점이예요. 생산력이 발달했는데 왜 사람들은 더 풍요로워지는게 아니라 더 미친 듯이 죽이고 싸우게 되는걸까요? 장자가 인간의 <마음>을 중히 다루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장자 <내편>과 더불어 진동하는 다양한 힘들 <외편> <잡편>을 함께 꿰어가며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장자에 접속해보아요~ 고럼 다음주에 만나요 ^ㅇ^~~
전체 3

  • 2017-09-03 16:16
    전국시대와 현재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식에 대한 예찬, 물질적인 풍요, 규모의 거대해졌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 앞에서는 길을 잃고마는 무력감
    같은 게 느껴졌어요. <장자>에서 지금 현재와 맞물리는 고민과 지혜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물론... 원문을 꼼꼼하게 읽어내는 것이 먼저겠지요.

  • 2017-09-03 18:55
    풍요로움이 곧 갈등과 빈부격차, 그리고 계급을 부른다는 것은 생산력의 상승이 곧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환상인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장자가 살았던 때는 그 환상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시대 같고요.

  • 2017-09-06 12:40
    결석자를 위한 후기 고맙습니다.^^ 세미나 영향인지 저는 자꾸 호모사피엔스가 생각나네요... 인간은 상상의 질서를 세우려하고 장자같은 철학자는 이런 질서를 꿰뚫어 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