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M

9.12 절차탁마 M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9-13 16:50
조회
76
170921 절차탁마 M 에세이 발표 후기

선민쌤 말씀하시길, 에세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십니다. 1. 자신에게 전하는 글. 2. 남에게 전하는 글. 그 외 다른 글은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빗나간 화살이 된다고요. 에세이를 쓰다보면 늘 임박한 마감시간의 압박과 장악되지 않는 텍스트의 혼란 속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갑자기 알 수 없게 되는 순간을 만나는 저에게 금고옥조 같은 말씀! 새겨들으며 다음 학기는 좀 더 나은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ㅠㅠ

에세이 발표 후기를 짧게 써 보자면, 이번 시간은 에세이 발표 시간인데 어쩐지 수업 하나를 더 들은 느낌이 듭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에세이 쓰기 전 모여서 모두가(!) ‘산다면 제부쉬낀처럼!’ 하고 결의할 정도로 제부쉬낀은 이상하게 마음이 가던 캐릭터였습니다. 가난한데도 나눌 줄 알고 자기 일에 긍지를 갖고 있는데다 돈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뭔가 특별해 보였지요. 그렇다고 뭐 제부쉬낀이 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렵고 특이한 일은 아닌데도 말이에요. 그런데 채운쌤은 러시아의 특수성을 알아야 제부쉬낀의 그 알 수 없는 특별함을 알 수 있다고 하십니다. 러시아에는 노동과 가난에 대한 일종의 종교적인 태도가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요.

폴라니가 노동과 인간의 타락에 대해 말할 때는 서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을 중심으로 산업혁명과 시장경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서유럽과 달리 ‘중세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중세는 기독교가 지배하는 시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운” 시대였지요. 자선이라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남아 있던 시대가 중세였습니다. 19세기 러시아는 이런 ‘중세적’ 분위기가 남아있던 시대였습니다.
우리는 제부쉬낀이 ‘가난한 사람’이고 그래서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난하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제부쉬낀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비참함’으로 유형화 되지 않은 가난은 단지 부(富)를 증오하고 또 부를 열망하는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가난한 사람들>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가난과 부를 대립적으로 보지 않았던 <가난한 사람들>은 칼 폴라니가 ‘어째서 모두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시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하는 맥락을 가져오기에 좋은 텍스트였습니다.

에세이에서는 ‘돈이 우선’은 아닌 것 같은데 ‘돈보다 우선 인 것’은 무엇인지 모르는, 그런 순환을 계속 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돈은 서로 반대되는 영역에 있어서 이것을 따르면 저것을 반드시 포기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시장경제체제에 지배된다는 것은 다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늘 경제적인 영역은 따로 있고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시장적인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금 나의 욕망과 일치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저희가 처음 결의(?) 했던 ‘산다면 제부쉬낀처럼!’을 실천하는 길이 아닐까요. 제부쉬낀은 돈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관점(문체)을 하나 발명해 세상과 만나려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4 학기에 읽을 책입니다. 미리 체크!

<문화와 제국주의>
<에드워드 사이드 자서전>
<어둠의 심연 (암흑의 핵심)> (을유문화사)
<이방인> (민음사)
<빌러비드> (문학동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금요일까지 할 과제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1. 그동안 올리지 못했던 서평 중 1개를 골라 고쳐 올리기
2. 에세이의 오타와 비문 수정해서 올리기

-다음 시간(9월 26일) 과제

1. <에드워드 사이드 자서전>을 읽고 A4 한 장 분량의 서평 쓰기
2. <어둠의 심연>을 읽고 질문/답 5개 만들어 오기

-간식은 혜원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1

  • 2017-09-13 20:22
    많이 배운 하루였습니다. 저도 19세기 중엽의 러시아의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칼 폴라니의 질문을 재해석해보았던 것이 좋았습니다.
    과연 인간은 화폐를,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고만 살아왔던가? 시장경제라는 틀로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사회'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가?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려보여준 '가난한 사람들' 의 모습에는 '가난'함으로써 삶을, 자비를, 사랑을 이야기했던 전혀 다른 '사회'가 있었습니다.
    3학기 최고의 문제작은 역시 <가난한 사람들> 인가요? ^^ 4학기에도 즐겁게 공부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