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9월 18일 수업후기

작성자
단아
작성일
2017-09-20 16:49
조회
2751
 

안녕하세요 단아입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와아!) 수업이 끝난 후에는 약간 폭식을 한 듯한 기분으로다가.. 방대한 양의 중요한 내용들을 한꺼번에 들은 것 같아 하나하나 제대로 소화가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뒤죽박죽인 게 많지만 그래도 수업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들을 몇 개 써보려고 합니다.

 

#극無와 극有는 통한다.

저번 주에 본 영상(Inner Worlds Outer Worlds) 얘기를 하다가 나온 말입니다. 불교에서 세계의 본질은 규정성을 벗어난 파동이라고 말을 하는데요, 이러한 파동이 나의 형상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팔을 뻗을 때 “팔을 뻗어야지!”하는 의지가 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파동으로 인해 팔이 뻗어 나간다는 말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만든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저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라는 식으로 생각을 많이 해왔었는데 불교에서는 무(無)와 유(有)를 동시에 말을 하더라고요. 평소 어떤 것이 없다, 라고 말 할 때 일단 먼저 무언가가 있고 그것이 사라져야 없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근본이 무(無)인 상태는 처음 생각해보는 거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왜 불교를 공부하는가?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경전을 읽어보는데요, 계속 똑같은 말이 반복돼서 약간 세뇌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계율들을 보면서 ‘불교도 종교였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또 종교가 뭐지, 불교에서 어떤 측면을 공부하는 거지 그럼 왜 불교를 공부할까 등등 그런 생각에 빠져있었는데 월요일에 채운쌤이 왜 불교를 공부하는가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불교는 분명히 종교적인 측면, 신앙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 살아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계율도 있고요. 하지만 불교에서는 물질이 뭔가, 의식이 뭔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인식과 마음이 형성이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걸 慧라는 것으로 설명해주셨는데요. 수행이면서 지혜에 도달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때문에 불교를 공부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불교를 공부하면서 해야 할 것은 ‘21세기에 내가 알고 있는 앎과 언어를 불교와 접속시키면서 어떻게 내 언어를 넘어갈 것인가’하는 고민과 지혜를 뚫어가면서 내 삶 속에 불교가 실천적으로 들어오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책에 있는 말이 다 맞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책에 어떤 권위를 부여하게 되고 그것을 그대로 따르려고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그렇게 되다보니 질문도 잘 생겨나지 않게 되고 제 생활은 그냥 책처럼 되지 않는 생활이 되기만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책을 방패삼아 저의 번뇌를 충분히, 천천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苦)

이번 시간의 핵심 키워드는 고(苦)였습니다. 사실 고는 둑카라는 말의 여러 의미 중 하나이고요, 둑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는 하나로 규정 짓지 못할 만큼 여러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크게는 고, 영원하지 않은 것, 괴로움을 형성하는 조건, 무상함에서 비롯되는 불만족 이렇게 의미를 정리했습니다. <붓다의 옛길>에서는 붓다를 의사에 둑카를 병에 비유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어떤 병이 생겼을 때 주로 그 병을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저번 주에 본 영상에도 나와 있듯이 사회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지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그것에 의해 또 다른 문제가 속속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붓다는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왜 그 병이 생겨났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괴로움은 오온이라는 덩어리가 뭉쳐져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물질과 정신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합니다. 뭉쳐져 있는 덩어리를 존재라고 생각하고 실체로 붙잡아둘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한 갈애가 생기게 되고 괴로움이 생겨납니다.

오온 중에서 인식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는데요, 거기에서는 감각과 인식이 동시에 작용한다고 합니다. 경에서도 여섯 가지 감각을 오감+정신(생각 등)으로 얘기를 하는데요, 불교에서는 인식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시각적 대상이 되는 물체와 그 물체를 보는 눈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인식이 함께 작용해서 사과가 사과인지 알게 되고, 가지가 가지인지 알게 된다는 겁니다. 대상과 감각과 의식이 동시에 무언가를 빚어낸다고 생각하니 세계가 엄청 복잡해보이고 다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수업 내용 외에 개인적으로는 제가 언어와 견해에 엄청나게 사로잡혀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과 연기, 무라는 개념이 나올 때 저는 평소에 저의 견해들로 구성된 대로만 생각을 해왔었거든요. 근본이 무라는 이야기도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는 모호한 말은 대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기존에 붙들고 있던 생각이 많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그 견해를 내려놓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도 아직은 조금 힘든 것 같아요ㅠㅠ 이번에 설명해주신 공과 연기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게 평소 알고 있던 대로 생각하다가도 아차 싶어서 다시금 이번에 알게 된 개념들을 상기하고 그렇게 아직은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흑흑. 그래도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이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오게 되니 무척 신선하고 아직까진 재밌습니다. 고에 대한 개념정리 글에서는 다들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셨고, 어떤 것을 새로 알게 되셨고 느끼게 되셨는지에 대한 내용이 무척 궁금합니다. ^^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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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21 15:01
    '아직까진 재밌습니다' ㅋㅋㅋ 앞으로도 계속 새로 배우며 함께 재미있어해봅시다아^^ 월요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