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강좌

스피노자와 함께 여름을~ 2강 공지

작성자
손지
작성일
2018-08-05 18:00
조회
166
스피노자와 함께 여름을~ 2강 공지입니다.


- 목적론 비판

목적론은 모든 사물의 존재 이유를 ‘목적’에서 찾는 것입니다. 목적에는 늘 주어진 본질이 있고, 주어진 가치가 있고, 주어진 의미가 있죠. 그래서 목적론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없다고 여기거나 의미를 찾지 못하면 거대한 우울감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추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바라보면 나쁠 게 없죠. 그런데 스피노자는 이런 목적론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목적론을 가능하게 하는 매커니즘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항상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예요.

가령 인간은 자연에서 나는 먹거리를 보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신이 나를 위해 주신 것이다.’ 또 기도할 때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신은 나의 기도에 응답해주실 거다’. 마치 만물이 나를 위해 존재하고, 나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마냥 말이죠. 이런 자기중심주의는 다른 말로 인간중심주의라고도 할 수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의미있는 것, 가치있는 것을 따지고 들어가보면 그것은 항상 ‘자신’을, ‘인간’을 중심에 둘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추구하는 주어진 가치와 의미란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것일 때가 대부분이죠.

목적론적 사고에 익숙해진 인간들은 곧잘 '자연'을 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거미보다, 물고기보다, 새와 나무보다 더 중요하고 특별한 존재하고 착각하죠. 그러면서 자신이 추구한 목적과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 세계를 마주하면 '이건 뭔가 잘못됐다'면서 분노하거나 결핍감을 느끼고 절망합니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상 지금 여기를 긍정하지 못하는 생각은 언제까지고 이어집니다. 그래서 많은 성인들과 위대한 철학자들은 이렇게 말하셨나 봐요. "네가 만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알라"고.


- 권리, 행하는 만큼 펼쳐지는 역량

목적론적 사고는 곧 결핍을 만들어내는 사고입니다. 저 어딘가에 완성된 상태를 두고 지금 여기는 그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생각의 패턴은 인권이나 주권과 같은 '권리'의 개념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부당하게 여겨질 때, 사람들은 국가나 대표자를 향해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외치죠. 헌데 스피노자식으로 생각하면 권리란 누가 주고 말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권리는 내가 존재하는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지, 내가 당연히 받아야만 할 권리가 어디에 있는 게 아니죠. 스피노자에 의하면 권리는 내가 행하는 만큼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권위에 찌그러지지 않고, 스스로 행위하고 발언하는 만큼이 나의 권리가 됩니다.


- 기쁨과 슬픔, 역량의 증대와 감소

내가 행위하는 만큼이 나의 역량이라는 것. 우리는 여기에서 스피노자만의 독특한 선/악에 대한 정의를 만날 수 있어요. 선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자기 역량의 증대'를 말합니다. 반대로 악한 것은 '자기 역량의 감소'를 말하죠. 그래서 스피노자를 공부하다 보면 슬픔이나 우울감에 빠져있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 역량의 감소를 자초하는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언제 슬픔을 느끼는지를 생각해보면, 접속하고 관계맺지 못해서 자신의 역량이 감소되고 있음을 느낄 때가 아니던가요. 반대로 기쁨을 느끼는 건 자신의 역량이 증대되고 있을 때, 즉 관계 속에서 더 많은 것들과 접속하며 변이를 일으킬 때 입니다. 즉 슬픔과 기쁨은 우리에게 닥쳐오는 어떤 마주침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스피노자가 말하는 ‘신체 역량’은 다른 말로, 접속하는 역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계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질수록 관념을 생산해내는 정신의 역량도 커집니다. 더 많이 이해할수록 더 많은 것들과 접속할 수 있으니 정신역량이 곧 신체역량이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이해하는 역량’인거 같아요. 내가 겪는 모든 사건들을 단편적 요소로 단언하는 게 아니라, 전체의 연관질서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요.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1)역량의 문제와 (2)정신·신체의 관계, (3)부적합한 관념과 적합한 관념, 이 세가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풀리지 않는 질문거리를 만들어오는 것이예요. 취합은 토요일에 할 예정인데, 어디에 올려야할지는 다시 한번 공지 드리겠습니다.


이번주 후기는 경석샘과 강석샘, 두 석께서 맡아주기로 하셨어요. 정성스러우면서도 빠른 후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음주 간식은 현주샘, 김현정샘, 윤현정샘께서 준비해주기로 하셨어요.

그럼 한주간 스피노자의 사유를 일상에서 이렇게 저렇게 잘 사용해보고 다음주에 각자의 사유역량을 발휘해 보아요~ ^^

전체 2

  • 2018-08-05 20:58
    다음 시간에는 바로 강의하고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단, 말이 되게, 질문을 잘 구성해오시는 것이 숙제입니다. (예를 들면, 다짜고짜 <본성이 모에요?>라든가, <어떻게 역량이 커지는 거에요?> 같은 질문은 사절입니다!ㅋㅋ)

  • 2018-08-06 21:19
    말로만 매일 내가 자연 안에 있고 만물 가운데 하나라고 아무런 감응도 생각도 없이 말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목적을 찾고, 의미를 찾고, 결핍을 느끼고 있네요.
    나 자신을 특별한 위치에 놓는 습관이 얼마나 끈끈이 배어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목적론적 사고는 저기 어디 먼 곳 사람들이나 옛날 사람들이 가진게 아니라 바로 저에게서 속속들이 박혀있단 것을...
    "네가 만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알라"
    아무렇지도 않게 "으음~그렇지" 생각했던 이말이 다르게 껄끄럽게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