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칼 구스타프 융

종교현상학을 잘 아는 사람에겐, 육체적 열정과 영적 열정은 서로 무서운 적임에도 불구하고 떼어놓을 수 없는 형제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의 건드림만 있어도 육체적 열정이 영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육체적 열정과 영적 열정은 모두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며, 이 두 가지는 서로 합쳐져 상반된 것들의 짝을 이룬다. 이 짝은 정신에너지의 가장 강력한 원천 중 하나다. 육체적 열정과 영적 열정 중 어느 하나에 우선권을 주기 위해서 다른 하나를 배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우리가 처음에 그 중 하나만을 알고 다른 하나에 대해서는 한참 뒤까지 모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하나가 거기에 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뜨거운 것은 차가운 것에서 끌어내려질 수 없으며, 높은 것은 낮은 것에서 끌어내려질 수 없다. 하나의 대조는 하나의 쌍으로 존재하든가 아니면 전혀 존재하지 않든가 둘 중 하나다. 대조가 없는 존재는 생각조차 불가능하다. 그런 경우에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신의 본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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