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강상중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구절은 몹시 함축적인 말로, 인간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그 모든 것에는 적당한 때가 있음을 뜻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심을 때가 있고, 태어날 때가 있으며, 죽을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웃을 때가 있고, 슬플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이지만 다소 희망적인 해석 하나를 얹어보자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또 계속해서 나쁜 일이 이어진다 해도 반드시 ‘때’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초조해하거나 방심하지 말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 ‘때’가 기다려준다는 안심, 그것이 있기에 사람은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서두르지 않으면 늦는다’거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같은 초조함에 휩싸여 행동에 나선다면, 마음이 깃들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로 일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말은 유유자적한 듯 보여도 최종적으로는 몹시 냉정하고 침착한 예지인 것입니다. 지금이 불우하더라도 반드시 돌아올 시간을 믿고 기다릴 것.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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