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앨런 와츠

매순간 항상 어떤 기대감에만 차 있다면 삶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이며, 그리하여 죽음은 기대감의 종말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죽음은 인간에게 두려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 그러나 온전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 죽음은 또다른 ‘순간’일 수 있기에 그것은 살아 있는 매순간처럼 완전하다. 우리가 매순간 미지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에서 볼 때, 죽음은 진리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 죽음에서는 안정에 매달려 있던 모든 것이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고, 과거가 떨어져나가고 안전이 포기되기에 삶은 새로워진다. 죽음은 미지의 곳이며, 또한 우리 모두가 태어나기 이전에 살던 삶의 본향이다. 죽음은 총체적인 삶의 비밀이므로 이보다 더 창조적인 것이 있을 수 없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과거는 포기되어야 하는 것이고 미지는 피할 수 없으며 ‘나’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니 궁극적으로 그 어느 것도 불변으로 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진실을 알 때 비로소 인간은 참된 삶을 살 수 있다. 생명을 구함으로써 오히려 생명을 잃어버리며, 생명을 놓아버림으로써 오히려 생명을 얻으리라. “어떻게 죽는지, 어떻게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지 모르는 한, 이 음울한 지상에서 그대는, 그저 가엾은 이방인일 뿐.”(괴테)  -<불안이 주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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