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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인도철학 후기(우파니샤드)

작성자
호정
작성일
2016-12-21 23:41
조회
451
오늘로 우파니샤드 경전 세 번째 시간이네요. 이번엔 청강생도 있고, 채운쌤도 계셔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풍성했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는 전혀 감도 못 잡았는데, 이번 수업부터 조금씩 재미있어졌습니다. 모두 다 이해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나라도 이해되거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그걸 가볍게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니 홀가분해졌습니다.

채운쌤은 우파니샤드는 대중철학이 아니고 최상층의 형이상학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신플라톤주의와 유사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플라톤은 세계를 이데아와 현상계로 나누고, 현상계는 이데아의 모방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위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신플라톤주의에서는 이데아에 해당하는 절대(무, 영원, 신, 빛)와 현상계에 해당하는 개체로 세계를 나누는 건 플라톤주의와 비슷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를 위계 관계로 파악하지 않고, 개체 안에 신의 빛이 내재해 있다고 봤습니다. 개체는 절대적 존재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신의 빛이 깃들어 있으므로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고, 이 지점이 우파니샤드의 초월적이며 내재적인 특성과 유사한 게 아닐까라고 하셨습니다.

힌두철학에서 브라만은 근본원리이고, 이 브라만이 개체로 구현된 것이 아트만입니다. 아트만에는 외부 세계의 궁극적 원리인 브라만이 내재해 있지만, 그 자체가 곧 브라만은 아니고, 또한 개체성을 벗어나야만 합일에 이른다는 의미에서 내재적이고 초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별자들의 속성을 제거해야 아트만이 브라만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는 현존에 대한 부정, 즉, 신체가 느끼는 감각들을 제거한 상태(고행)로 무욕의 세계를 말합니다.

힌두철학은 근원적 실체가 있다는 측면에서 기독교처럼 일자의 철학이고, 이 변치 않는 세계에 도달하는 것이 해탈이며, 해탈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행, 제례 등 제사의식, 스승과 함께 기거하면서 전수받는 방식이 있습니다. 힌두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인도의 전통적 사상으로부터 불교가 얼마나 이질적으로 나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변하지 않는 세계, 궁극의 원리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 나라는 걸 깨닫는 것이 해탈입니다.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욕망에 끄달리지 않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해탈에 이르므로, 불교는 고행을 버립니다.

우리는 흔히 ‘고행’하면 피죽 한 그릇 못 먹은 것처럼 배가 홀쭉하고 삐쩍 마른 사람을 연상하지만, 한 편에서는 고행으로 어떤 경지에 이른, 평정심을 가진 사람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분명, 고행하는 자의 자유로움이 있을 텐데, 왜 이들이 우리에게 매혹적이지 않을까? 채운쌤은 고행이 아주 개인적이고 계급적이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당시 고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특정 계급의 사람들에게만 가능했기에 고행하는 자의 연기조건을 사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때문에 고행은 너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공존하는 사회윤리로 구성되지 못 했고, 이것이 우파니샤드 철학이 최상층을 위한 윤리에 머문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면, 불교는 출가자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출가자와 재가자 모두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그가 겪는 번뇌와 해탈을 이야기하므로 철학을 대중화시켰습니다. 4성제와 8정도로 승가공동체의 공동윤리를 만들어서 사회윤리로도 정착되었습니다.

힌두교와 불교는 해탈에 대한 이해가 달랐고, 따라서 해탈로 가는 방법도 달랐다는 부분도 재미있었고, 사회윤리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또, 채운쌤이 우파니샤드의 ‘오움’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왜 세계를 ‘오움’이라는 소리로 여는지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하셨는데, 이 대목도 신선했습니다. 소리들이 각각 신을 상징하는데 이는 염불의 전통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현대인은 이미지에 익숙한데, 이미지는 상이 맺히는 것이고, 소리는 파동이다. 상은 보는 사람의 앞에만 맺히는데, 소리는 경계 없이 사방에서 들린다. 나를 열고 나와 세계를 같이 묶어주는 걸 파동이라고 본 게 아닐까? 우주를 소리로 파악하는 게 재미있다는 말씀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세미나 하고 집에 돌아와서 노트를 다시 본 적이 없었는데, 후기 쓰느라 복습하다보니 정리가 되네요. 또, 공통과제 관련해서 지적해주신 부분도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 잡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체 2

  • 2016-12-22 11:58
    호오 그러시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후기를~!! 종종 자발적 후기를 부탁드립니다 쌤 ㅎㅎㅎ

    • 2016-12-22 18:38
      설마 했는데, 정말 이런 예상 가능한 답글을 다는군요. ㅋㅋㅋ. 네. 맘 내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