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n

12.26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12-22 15:53
조회
415
우리... 놀랍게도 <우파니샤드> 1권의 중반까지 함께 읽었네요 @.@ 아무래도 이야기에 익숙한 탓인지, 이야기 없이 짧은 경구들이 이어진 경전을 읽는다는 건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차차 언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겠는데, 그 중 눈여겨볼 것이 있다면 브라흐만에 대해 말할 때면 동원되는 부정어법, 그리고 다양한 상징들이죠. 이는 인간의 언어(인식체계)로 미처 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자 할 때 고대 인도인들이 택한 두 가지 방법 같습니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갖는 효과 같은 걸 좀 생각해보면서 경전을 읽다보면 또 하나의 해석의 길이 열릴 수도 있을 듯해요.

지난 시간에 이야기된 것을 대략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교와 우파니샤드 사상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차이, 아트만과 브라흐만의 관계, 그리고 브라흐만의 두 가지 상징인 ‘오움’과 숨.

이 중 주요하게 이야기된 것은 아무래도 아트만과 브라흐만 개념에서 엿보이는, 우파니샤드 사상의 초월론적 지평이었지요.
아트만이란 무엇인가? 몇 번이고 반복되었지만 아트만과 브라흐만은 동일하다고 하지만, 그러나 그냥 똑같은 것이라면 둘을 구분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우파니샤드에서 아트만은 편재하는 브라흐만이라고 하지요.
그러니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트만을 보유하고 있어요.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만이 아니라, 컵에도 아트만이 있고, 바위에도, 구름에도, 나비에도 아트만이 있지요.
존재한다는 것은 곧 아트만을 내재하고 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랍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자신이 아트만을 내재하고 있는 존재임을 모르는 개체들은 자신의 업을 반복하면서 계속 윤회한다는 사실이 그것이죠.  브라흐만을 내재하고 있으나 브라흐만과 합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습니다.
그러니 고행과 수행이 필요한데, 그 고행은 다름 아니라 욕망하지 않는 상태, 이 독특한 신체가 지닌 이러저러한 감각과 욕망을 버린 상태를 추구하는 과정이지요.
말하자면 부동의 불멸 상태로서 브라흐만과의 합일을 상정, 자신을 그 자리에 옮겨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바라문들에게 요구됩니다.

실제로 우리 모두, 살다보면 내 욕망이 다 거치적거리기만 하고 타자와의 관계에서 부산함과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어서, 문득문득 부동, 무욕, 불멸의 상태를 꿈꾸게도 되지요.
헌데 니체는 그것이야말로 실존을 긍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개체로서 지금 이곳을 살지 못하는 나약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일갈했지요. 그 같은 맥락에서 베다 사상과 불교를 허무주의 철학으로 간주했고요.
일단 지금까지 읽은 경전을 놓고 생각해보면 우파니샤드에 대해서는 확실히 그런 비판이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왜냐하면 힌두 사제들이 꿈꾸는 해탈이 곧 브라흐만과의 합일인데, 그것은 개체성을 벗어난 상태, 그러니까 아트만을 내재한 각각의 개체들이 자신이 아트만을 보유했음을 깨달아 개체성을 벗어남으로써 바로 그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브라흐만과 하나됨을 이루기 위해, 개체로 태어나서는 개체성을 벗어나려 하는 이 같은 사고 회로는 확실히 니체의 철학과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듯합니다.

자, 그럼 불교는 어떨까요? 니체의 오해와 달리 불교는 사실 개체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불가의 스승들이 자신을 觀하길 권하고, 연기법을 터득하기 위해 수행하길 권할 때 그것은 개체로부터 벗어날 것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가 지금 그와 같은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존재하는 그 조건을 보라는 권유에 다름 아니지요.
내가 나라는 실체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어떤 부동의 존재로부터 일정한 것을 나눠 받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구체적 조건들 안에 있음으로써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라는 것. 그 이해에 도달했을 때 아상에 따른 집착과 고통이 사라진다는 것.
고로 그것을 이해한 그 자리가 곧 깨달음의 자리라는 것.
(그래서 채운쌤은 우파니샤드를 보면서 불교의 혁명성을 절감하셨다고. 불교는 고대 힌두문화와 사유 체계를 전유해 그로부터 탈주한 놀라운 사상이라는~)

자, 다음 주에는 우파니샤드 1권 끝까지 읽고 만납니다.
모두 공통과제 해오시고요, 그와 더불어 원래 있던 숙제, 경전 중에서 함께 읽을 5편 택해 오는 것도 잊지 마시길.

간식은 우선에게 부탁했습니다. 자, 그럼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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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22 18:54
    쌤 글 읽으면서 매번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