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읽는 일요일

11.21 공지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11-19 13:58
조회
485
불경읽는 일요일 분들,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지난 주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한 주 쉬었지요.
한 주 지나 지난 시간에 읽었던 경을 뒤적거리니 또 새롭습니다.
지나쳤던 부분이 중요하게 다가오고, 밑줄 그어 놓은 부분은 새롭게 머물게 되기도 하네요.
가까이 두고 계속 읽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만큼^^ 요번주에 또 모여서 소리내 읽어 보도록 합시다.
요번 주도 2시, 규문. 대반열반경 14권 성행품(4)부터 읽습니다-
지난 시간에 처음 오셨던 장계수샘, 반갑습니다.^^ 곧 뵈어요~!

요번 주에 남길 구절은 참는 것(忍)에 관한 것입니다.

또 생각하기를 '이 몸의 일체 모두 나라 할 것이 없고 오직 마음과 바람의 인연으로 화합하여 갖가지 지은 업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다. 비유하면 주술의 힘이나 환술로 짓는 것 같고 또한 공후가 마음에 따라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 몸은 이렇게 부정한 여러 인연을 빌어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곳에서 이 탐욕을 낼 것이며, 만일 욕설을 듣는다고 한다면 어떤 곳에 화를 내겠는가. 그리고 나의 이 몸은 서른여섯 가지 물질이 부정하고 더러우므로 어떤 곳에서 마땅히 욕설을 들을 자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
만일 다른 자가 와서 때린다면 또 생각하기를 '이렇게 때리는 자는 어디서 왔는가?'라고 하였다. 또 생각하길 '손과 칼과 작대기에 의하여 내 몸은 맞았으므로 내가 왜 다른 자에게 화를 내겠는가. 이것은 내 몸이 스스로 이 허물을 불러온 것이며, 내가 오음(五陰)으로 된 몸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과녁이 있으므로 화살을 맞는 것처럼 내 몸도 그러하여 몸이 있으므로 맞는 일이 있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참지 못하면 마음이 산란할 것이고, 마음이 산란하면 바른 생각을 잃을 것이다. 바른 생각을 잃으면 선하고 선하지 않은 진리를 관찰하지 못할 것이고, 선하고 선하지 않음을 관찰하지 못하면 나쁜 법을 행할 것이며, 나쁜 법을 행한 인연으로 지옥, 축생, 아귀에 떨어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때 보살이 이렇게 관하고 나서 사념처(四念處)를 얻고, 사념처를 얻고 나서 곧 참는 지위에 머물 것이다. (...) (p.276)

불경에서 '참음'에 관한 내용들은 종종 지나치다 싶습니다. '정신 승리법'아니야 싶을 정도로요.
위 구절에서도 '내'가 맞았지만 맞지 않은 것이 되고, 때린 자도 때린 원인도 '그것'이 아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참는 것도, 참아야 할 일도 없어지지요. 사건은 복잡한 인연조건 속에서 일어나지만, 우리는 특정한 대상이나 편협한 상황에 인과를 짓고, 갈 곳 모르는 우리 마음을 분출할 곳을 찾습니다. 이어 벌어지는 것은? 위에서 보다시피 결국 자기 마음의 산란입니다. 참음 혹은 참아야 한다는 자기 마음의 구도를 애초에 해체해버리는 일이 중요한 것은 결정적으로 수행자 자기의 마음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않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다들 귀신에 홀린 것마냥 자기 마음에 홀려 뭘 하는지 모르고 말하고 행동해버리는 경험은 있으시리라.
자기 마음을 지키는 것은 그럼 뭔가. 하면 역시 '사로잡히지 않음'인가요? 탐,진,치가 우리의 주인이 되지 않게 하는 것...?
경전에 등장하는 '참음'에 관한 구절들은, 무엇이 굴종이고, 무엇이 진짜 용감한 것이고, 진짜 주인으로 사는 것인지부터 다시 생각해보라 합니다.

우리 셈나는 '일단 읽자'이지만요. 그것도 좋지만,
다들 각자에게 중요하게 오는 구절들 조금씩 남겨볼 수 있기를요. (저부터?!^^;)
담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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