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읽는 일요일

12.13 후기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12-17 17:03
조회
3694
불경일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이제 슬슬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칼바람 맞으며 총총 공부하러 나오는 시즌이 온 것이지요. 콧물도 좀 흘림서요 (>0<!)

지난 시간에는 새로오신 선생님도 있었지요. '홍세미 샘'.
집도 가깝고, 직장은 여기서 더욱 가깝다니 앞으로 더 자주 뵐 수 있기를요.^ ^

지난 시간에 <대반열반경> 두 번째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세로 판형인 것은 그렇다 치고, 번역도 완전히 다르고, 또 번역도 좋지도 않고, 게다가 누락된 챕터까지 있었습니다.
(끄응......ㅁ.ㅁ)


이런 모습으로라도 우리 앞에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역시 아쉽긴 했습니다^^
어쨌든 이왕 만난 책, 열심히 읽어봅시다요!

아래에는 어제 우연히 '누항(陋巷)'이라는 말을 들어서 생각난 구절을 옮기려 합니다.
'누항'은 '더러울 누(루)' 자를 써서 좁고 더러운 골목, 가난한 자가 사는 곳을 말하기도 하고, 자기 집에 대한 겸칭으로 쓰기도 하는데요.
제가 들었던 이야기 맥락에서는 군자가 사는 곳이라면 누추한 곳도 누추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멋져요!)
<대반열반경>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어요.

사자후 보살이 말하였다.
"(...) 사위성, 바기다성, 첨바성, 비사리성, 바라나성, 왕사성이 세상에 가장 큰 성이온데, 어찌하여 여래는 큰 성을 버리고 이렇게 변방이고 나쁘고 누추하고 작은 쿠쉬나성에서 열반에 드시려 하나이까."

"선남자야, 그대는 쿠쉬나 성이 변방이고 나쁘고 누추하고 작다고 말하지 말고, 이 성이 미묘한 공덕으로 장엄한 것임을 말하라. 왜냐하면 부처님들과 보살들이 수행하시던 곳이니라. 선남자야, 마치 미천한 사람의 집이라도, 임금이 한 번 다녀가면 반드시 찬탄하기를, '이 집이 화려하고 웅장하여 복덕으로 이룩되었으므로 임금까지 거동하였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중병에 걸렸을 적에 허름한 약을 먹고라도 병이 나으면, 반드시 기뻐서 찬탄하기를 '이 약이 가장 훌륭하여서 내 병이 낳았다' 하리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배가 별안간에 파괴되어 의지할 데 없더니 마침 송장을 의지하여 저 언덕에 이르면, 크게 기뻐서 찬탄하기를 '이 송장을 뜻밖에 만나서 내가 살아났노라' 하리라. 쿠쉬나성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과 보살들이 다니시던 곳이어늘, 어찌하여 변방이요 나쁘고 누추하고 좁다고 하겠느냐."

부처님을 우리는 천인사(天人師 . 하늘과 사람의 스승)라고도 하고, 또 의원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를 구하는 자라는 것일텐데요. 물론 바른 가르침으로. 위의 구절에서 우리를 구하는 것은 때로는 '허름한 약'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송장'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송장'이 우리에게 최상의 것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죠. 쿠시나성이 부처들과 보살들의 수행처였기에 누추하지 않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했지만, 이야기의 끝에서는 도처가 수행처가 되고, 도처에 선지식, 의원들이 있다는 이야기로 끝이 납니다. 사방에 선지식이라 어느 곳도 누추할 수가 없습니다!

위의 구절 다음에는 부처님이 어떤 인연으로 지금 여기에서 법을 설하고 있는지를 말해요. 이런 말도 합니다. "또 이 땅의 지나간 은혜를 갚으려는 것이니, 이런 뜻으로 나의 경에서 말하기를 나의 권속들은 받은 은혜를 갚으라고 하였느니라." 사방이 의지처일 때, 우리는 다시 스스로 의지처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같았습니다. 또, 가르침을 구하는 자는 가르침을 베푸는 일에도 인색할 수 없다?!

우리는 또 일요일(2시~)에 만나겠습니다^^
추운 날씨를 뚫고 모여, 세로판 <대반열반경>을 같이 읽는 시간을 가져보아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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