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0315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7-03-12 18:08
조회
190
수요일이 코앞인데 이제야 올리는 저는 바쁘다는 말로 핑계를 댈 수도 없지만 그래도 안 바쁜 건 아니었고 헌데 지난 수업 정리를 하려 하니 이노무 기억이 다 날아가버려 제대로 쓸 수도 없는 지경에 처해 난감해 죽을 지경입니다만 흑 암튼 다음 시간에도 수업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로 진행됩니다. (중얼중얼 -_-)

지난 주 수업에서 개인적으로 ‘개념적 인물’에 대한 논의가 아주 재미있었는데 아시겠지만 그게 1부 3장에 있답니다. 3장까지는 읽고 오심 좋다는 게 채운 쌤 말씀이었죠.
수업 때 공지되었습니다만, 그 다음 주인 22일이 이번 학기 종강,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1년이 넘게 달려온 절차탁마 들뢰즈 읽기 종강일입니다. 게다가, 모르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애초 절차탁마 프로그램을 하면서 기획한 철학3종세트- 푸코, 니체, 들뢰즈가 막을 내리는 날. 모두 참가한 저로서는 여러 모로 기분이 남다릅니다. 그날이 되면 더 그럴지 그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암튼, 그래서 그날은 함께 DVD로 제작된 들뢰즈-클레르 파르네의 인터뷰인 <질 들뢰즈의 A to Z>를 함께 본 뒤 거한 뒷풀이 진행하려 합니다. 랄랄라~^0^ 저는 그날 먹고 죽을 거예욥ㅎㅎㅎ
음, 생각해보니 담 시간 간식을 지정하는 걸 잊었는데, 쿠누쌤과 진희쌤께 부탁드릴게요.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난 주 수업에서 남은 한 단어가 있다면 역시 ‘개념’. 채운 쌤 말씀에 의하면 개념은 초역사적인 부동의 진리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역사조건 속에서, 이웃한 다른 개념들과 더불어 발생하고 작동되는 것이랍니다.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상어 ‘생활’이 노신의 가장 중요한 개념일 수 있었던 것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놓인 시공간적 조건을 봐야 하는 건 이 때문이겠죠. 그가 강연에서 다룬 입센의 <인형의 집>, 그리고 그가 쓴 작품 <상서>, 그가 한 젊은이에게 보낸 편지 등을 함께 계열화해 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말하자면 그 자체로 절대적 본질을 가진 개념 같은 건 없습니다. 개념처럼 쓰이지 않던 어떤 단어, 혹은 이미 어떤 학자나 예술가가 심상하게 다룬 대상에 독특한 뉘앙스를 부여하는 것, 그게 철학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들뢰즈는 생각했다는군요.
채운 쌤은 이를 ‘사건화’라 설명하셨습니다. 개념화하는 것, 그것은 무심하고 둔한, 비철학적 인간(학자가 아닌 인간이 아니라, 예민하게 보고 집요하게 이를 물고 늘어지는 법이 없는, 일상을 일상적으로 감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그냥 스쳐지나가고 말, 어떤 해석을 할 필요도 욕망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느끼기에)사소한 것에 주목하고 그것을 사건화하는 것이랍니다. 마치 위대한 화가가, 누구나 보는 밤하늘의 별을 가장 강렬한 강도로 운동하는 세계의 모습으로 간파했던 것처럼.
개념화라든지 철학이라든지를 오직 순수한 정신의 산물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가 이와 연관되는 듯합니다. 니체나 들뢰즈 같은 이에게 있어 철학은 몸의 철학입니다. 구체적인 힘들의 배치 속에서 느끼는 감각과 욕망을 예민하게 포착해 그것에 대한 해석 의지를 발현하는 것. 특정하고 구체적인 장 안에서 살아가고 부딪히는 인간이 자신의 정서에 집중하고 묻기 시작할 때, 그는 철학을 시작하게 된다는.
하여 철학자는 언제나 자기 사상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늘 다른 것을 거느리고, 다른 곳에 서 있는, 이방인 같은 자입니다.
그러니까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첫 번째 강의가 내놓은 잠정적 답은 이렇습니다. 철학은 개념의 창안이며, 그런 한에서 탈주선을 그린다. 철학은 차이들이 만들어내는 세계에 대해 반복을 구성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온 개념화 과정 자체다. 그렇기에 철학은 언제나 외부를 향해 열려 있고, 개념을 통해 만들어진 영토를 다시 떠나며 탈주선을 그린다.

다음 시간에 개념적 인물에 대해 더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저의 빈약한 기억을 복기하는 것은 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여러분, 그럼 돌아오는 수요일에. 흙ㅜ

 
전체 2

  • 2017-03-14 11:26
    '특정하고 구체적인 장 안에서 살아가고 부딪히는 인간이 자신의 정서에 집중하고 묻기 시작할 때, 그는 철학을 시작하게 된다'... 매 순간을 깨어 살아야 가능 ...하겠지요? ㅠㅠ
    수경쌤의 '가물가물하다'는 '복기'는 저녁 나절에 마신 에스프레소처럼 정신을 말똥말똥하게 만드네요^^ '개념'과 더불어 '내재성의 구도'도 수경쌤 언어로 이케 정리해주셨다면 을마나 좋았을까... ㅎㅎ 담주 기대 만땅?!

    • 2017-03-14 18:26
      부, 부담스럽습니다만... 네, 선생님을 위해 내일 정신을 바싹 차리고 있을게요.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