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마지막 수업이 끝났어요, 담주는 거하게 뒷풀이이이!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7-03-17 16:04
조회
359
드디어 들뢰즈와 함께 한 1년여 간의 절차탁마를 마쳤습니다.(…이 싱숭생숭한 기분은 머져…) 다음 주, 다함께 들뢰즈 인터뷰를 본 뒤 거하게 뒷풀이를 하는 것만이 남았네요. 그간 못 오신 분들도 모두 오셔서 같이 즐겨도 좋을 것 같아요^^ 연락드리지요 후후.

다들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지난 수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대목은 공자의 제1제자 안회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예전에 <논어>를 읽던 중 안회에 대한 공자의 애정이 하 절절해 그만 눈물까지 글썽이면서도 이 감정이 대체 뭘까 싶었었는데(그때 제가 읽은 건 일종의 플래쉬백 장면. 안회는 이미 앞에서 죽어 공자가 하늘이 날 버렸다 울었더랬는데, 그보다 뒤에는 아직 살아 있는 안회가 공자를 안으며 제가 어찌 스승님보다 먼저 가겠냐며 울지요) 이번 수업에서 그 답을 들었네요.
채운 쌤 설명을 복기해볼까요. 공자 왈, 안회는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안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열은 하나를 들은 뒤 그 하나를 법칙 내지 명제 삼아 둘 셋 켜켜이 쌓아올린 앎이 아니에요. 그가 배운 바가 하나에서 바로 열이 될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안회가 오히려 공자님 ‘말씀’ 외의 것에서 아주 많은 것을 취했기 때문이랍니다.
가령 하나가 공자가 특정한 상황에서 말한 仁이었다면 그때 안회는 다만 그 말의 진의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스승의 어조, 표정, 평상시 스승의 다른 말씀, 그의 사유 패턴, 그가 문득 생각에 잠기는 순간 등등을 취해 자기 리듬으로 조성했겠지요. 들뢰즈의 표현대로 하자면 안회는 공자가 모르게 공자의 것들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함은, 공자의 복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차라리 공자와 안회 사이에서 만들어진 제3의 리듬, 돌연변이, 잡종을 의미하는 것이라죠.

누군가의 말을 모방하고 그의 가르침을 추수하는 것으로는 위대한 제자가 될 수 없는데, 왜냐하면 거기에는 실험과 질문이, 그러니까 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나로부터 내가 떠나고, 기존의 그로부터 그가 떠나게 할 수 있는 자, 그게 배우는 자의 위대한 경지라면, 이는 공자의 제자 중 안회가 유일했다는 사실. 왜냐하면 오직 그만이 공자의 말을 반복한 게 아니라 공자의 삶을 훔치고 그래서 공자의 모든 가르침에 자기 방식으로 독특한 차이를 부여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그런 안회를 잃은 공자의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요.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왜냐하면 안회만이, 그의 숱한 제자 중 유일하게 그를 가르치는 스승일 수 있었으니까요. 끊임없이 자기로부터 떠나는 자이고, 동시에 자기 스승의 앎을 떠나게 하는 자였으니까요.

우리는 상대가 나와 같길 원하고, 같은 것을 찾으면 아주 반가워하고 친근감을 느끼지만, 사실 공부함에 있어서는 나와 같은 상대에게 내가 매료될 까닭이 없지요. 왜냐하면 나와 같은 자로부터는 자극받고 충격 받을 것이, 그러니까 배울 것이 없으니까.
그와 달리 나와 다른 리듬과 속도를 가진 채, 나와 분명히 다른 존재인 채, 같은 길을 걷는 자가 있다면 그자야말로 나의 동료가 될 수 있고 스승이 될 수 있답니다. …으아, 배움과 공동체에 대한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 아닙니까 이거?! >.<

자, 이 감동을 가슴에 품고,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해요. 다들 결석 금지! 결석하면 그날 술 마시고 전화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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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18 12:14
    아오~~ㅋ, 술 마시고 전화하신대~~^^ 그 전화 함 받아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