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2.17 소세키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6-12-10 20:32
조회
436
161210 청소 수경조 후기

두 번째로 접한 <마음>의 선생님은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보다 더 답답한 사람이었습니다. 소세키 월드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죽음을 선택한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수경언니는 소세키가 그 답답함을 ‘선생님’이라고 굳이 존경의 의미를 담아 부르는 화자의 시각과 선생님 자신의 편지를 대비시켜 더 심화시켰다고 말합니다. 어떤 비밀이 있는 대단하고 깊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편지의 내용을 통해 드러난 진상이란 ‘걔가 걔보다 먼저 고백했다’ 정도의 별거 아닌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진상은 선생님이 세상에서 도망치도록 했고 고독을 자처하도록 하고 또 죽음을 택하게끔 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됩니다. 선생님은 매달 K의 성묘를 가고 아내에게 말도 못하고 계속 세상과 척지다가 ‘나’에게 그런 진상을 담은 편지를 남기고 죽어버린 것입니다. ‘나’의 시점에서 선생님의 ‘깊이’에 취해 있다가 선생님의 편지를 통해 진상을 알게 된 독자로서는 선생님에게든 화자에게든 어떤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수경조는 이 답답함과 배신감을 여러 차례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세키가 이런 인물군,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일을 붙잡고 늘어지고 세상과 척지거나 혹은 세상에 나가지 않는 인물군에 주목한 점에 대해 이야기 했고요. 수경언니는 동시대의 서양소설과 소세키의 소설이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을 이야기 했습니다.

19세기 서양 소설은 인물의 선택에 의해 사건이 만들어지고, 인물은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그 사건에 의해 자기가 있던 곳에서 떠나는 구조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가 자기 역량을 키우는 것이 서양 소설의 인물입니다. 그런데 소세키의 인물들은 매주 만나면 세미나 사람들이 일단 답답함을 토로하는 게 수순일 정도로 뭔가를 이루거나 사건을 추동하거나 하지 않죠. 우리는 인물이 변형되는 사건도 없고 사건도 뚜렷하지 않은, 사건화를 하지 않는 소설을 매주 읽어오면서 계속해서 답답함만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삼각관계를 짓고 누가 죽고 또 배신의 경위(?)가 나름 뚜렷한 <마음>도 선생님의 행동에 답답함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런 답답함은 막 대학에 들어간 산시로부터 중년인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그 세계의 사람들이 사건을 통해 성숙해지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수경언니는 그런 성숙의 기회가 없는 소세키 월드의 인물을 두고 ‘미성년’이라고 표현했고, 재원언니는 인간은 누구나 이런 지질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규창이는 고등유민이라고 칭해지는 특정 인물군의 사는 방식에 계속 주목했고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의 인물들은 이랬다~’는 보편화를 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엔 한 소설 속에도 너무 많은 세대의 인물이 얽혀 있으니까요. 다만 메이지 시대에 막 사회에 나오려는 인물군, 그것도 가장 많이 배워서 자기가 사는 시대가 어떠할지 가장 많이 머릿속을 채운 인물군에 주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천황이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순행할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자들이면서도 너무 흔해진 사람들, 대학을 다니거나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말입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시대가 분명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계속해서 배워온 학생이자 곧 그 정체도 모르는 곳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아버린 예비 사회인입니다. 그 앎이 답답할 정도로 오랫동안 고민하고 회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증상을 소세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신경쇠약이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시대 얘기가 나오니까 또 근대와 메이지를 언급하면 부끄러워하는 수경조원의 특징이 튀어나오려고 하네요^^;; 그런데 소세키가 계속해서 메이지 시대를 의식하다보니 그 시대를 소세키가 어떻게 생각하고 또 그려내고 있는지를 자꾸 읽어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한눈팔기> 읽습니다. 드디어 불륜 아닌, 자식도 있는 중년 부부가 나옵니다ㅎㅎ

간식은 혜원, 재원언니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2

  • 2016-12-11 00:39
    근대와 메이지를 언급하면 부끄러워한다?? 소설 속에서 대체 뭘 읽고 있는 거지? 시대와 소설을 기계적으로 이어 붙이는 게 문제지, 어떤 식으로든 특정한 인물이나 삶의 형태로 현실화된 '시공간성'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함. 다들 공통과제가 너무 지엽적이고 관념적이랄까.... 왜 그런 인물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소세키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공간을 어떻게 블록화했는지, 우리가 산 적 없는 그 시대가 우리와 마주치게 되는 지점은 어디인지를 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보시길! 소설을 쓰는 자들도, 읽는 자들도, 두 발을 땅에 딛고 있는 존재들임을 잊지 마시고. 12월 마지막주에 주제 및 개요 발표 있습니다. 지금부터 준비하시길!

  • 2016-12-12 10:04
    소세키 작품의 인물들은 어떤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건 또 어떻게 봐야할지..... 뭔가 읽기 전에는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막상 토요일이 가까워지면 읽고 쓰는 것에 급급하네요 ㅋㅋㅋ;; 한 작품만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다른 작품과 연결시켜야 할 것 같은데.... 이 게으름이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