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2.17 <한눈팔기>후기, 수경조

작성자
당근
작성일
2016-12-20 00:33
조회
391

토론 첫 문은 락쿤쌤의 공통과제의 제목 엘리트 지식인 겐조의 "모순"입니다.


첫 번째 "모순"은 겐조의 마음에 불쾌하게 자리하고 있는 양부 시마다와의 관계입니다. 양부 시마다는 겐조가 어릴 때 몇 년 동안 키워줬다는 이유로 겐조에게 금전을 요구합니다. 겐조는 시마다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쾌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아내에게 "언제든 거절할 수 있어"말과 동시에 그렇게 간단히 "거절한다고 끝나는 문제는 아니야" 말합니다. 즉 시마다의 끈질긴 돈 요구에 끌려 다니며 관계를 끊지 못합니다. 두 번째 "모순"은 겐조가 쌓아올린 학문의 세계입니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학문은 오랫동안 감옥생활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겐조는 학문이 자신의 삶을 나아간다는 사실이 헛되이 늙어간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집니다. "아무리 열심히 학문을 배우고 죽는다 한들 인간은 결국 하찮은 존재야."(81)


혜원 쌤이 공통과제 ‘생활과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혜원 쌤은 <한눈팔기>처음 읽었을 때는 소세키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에 끌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번 읽으면서 주인공 겐조에게 답답함이 물밀듯 밀려왔다고 합니다.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양부 시마다에게 질질 끌려 다니고, 돈이나 뜯기면서 가정은 뒷전인 한심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겐조는 “나는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냉혹한 사람이 아니야. 단지 내가 갖고 있는 따뜻한 애정을 막고 밖으로 보낼 수 없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지."


오스미는 "누가 그런 심술궂은 짓을 한다는 거예요?"


겐조는 "당신이 늘 그렇게 하잖아?"


아내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겐조를 쳐다보았다. 겐조의 논리는 아내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67)


혜원 쌤은 부부의 대화를 보면 유기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남편이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A라고 말하면 아내는 그 A를 다리미로 납작하게 다려 버린다. 겐조는 아내가 배우지 못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아내도 자기를 바보 취급하는 남편을 읽어냅니다. 그래서 남편이 퉁명스럽게 굴면 아내는 서러워하면서도 새침하고 또 대담하게 맞받아칩니다. 이들의 썰렁하고 미끄러지는 대화처럼 <한눈팔기>소설이 다음 장면을 염두에 두지 않고 휙휙 지나가는 장면들로 이뤄졌다. 돈이 오가고 말들이 오가지만 그 안의 속내는 대화하는 사람이 결코 알 수 없게 만든다. 이에 <한눈팔기>는 소세키가 그 동안 보여 준 소설과는 다르다. 대화도 묘사도 너무 단순한 것 같다


“겐조는 자리에서 일어난 아내의 뒷모습을 괘씸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는 논리의 권위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학문의 힘으로 단련된 그의 머리에서 보면 명백한 이 논리를 진실한 마음으로 얌전히 따를 수 없는 아내는 그야말로 벽창호나 다름없었다.”(39)


겐조가 감기에 걸렸을 때 아내가 극진히 간호한 후 아내가 겐조에게 “여보, 어떻게 된 거예요?” 물으니 겐조가 “감기에 걸렸다고 의사가 말했잖아?” 그런 대화후의 겐조의 속마음이다. 이런 식의 겐조의 속마음은 겐조와 관계되는 인물들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형상을 뛴다. 수경 쌤은 겐조의 비판적인 시선과 남을 깔보는 마음의 방향을 살짝 바꾸면 겐조 자신에게 비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규창쌤은 소세키 소설에서 돈 자체는 주인공들에게 부유하게 쥐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들에게 어떤 누군가 들어올 때 돈 문제가 발생한다. <문>에서도 두 부부가 살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동생이 끼어들면서 돈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또 겐조가 양모 오쓰네를 바라볼 때 불쾌한 것과 그리워하는 것이 중첩이 된다. 그래서 양부와 양모에게 얼마간의 돈을 쥐어주는 이유는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라서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혜원쌤과 수경쌤은 <한눈팔기> 에 겐조의 영국 유학생활, 어릴 적 시마다와 오쓰네에게 양자로 가있었던 일이 많은 페이지에 나와 있는데, 이 경험이 현재의 겐조와 거이 연관이 없다. 그럼 도대체 왜? 겐조의 과거에 대한 글이 소설 안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가 뭘까? 의문을 남겼습니다.

전체 2

  • 2016-12-20 01:38
    혜원누나의 시선이 재밌었습니다.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과거의 사건이 실은 현재의 겐조에게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 겐조를 움직이는 것은 그의 복잡한 과거가 아니라 출, 퇴근하고 시험지를 채점하거나 원고를 작성하는 일상들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소세키의 작품 거의 대부분에서 왜 돈이 나오는지도 생각하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문>을 예로 들면, 소스케 부부는 절벽 밑에서 세상을 피해 살아가고 있는데, 동생의 등장으로 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고 거기서 사건이 점점 진행되죠. 던지는 느낌이 강하지만, 아마 돈과 관련된 문제가 나타나면서 인물들의 예민한 문제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마지막 작품인 <명암>만 남았네요. <한눈팔기>가 약간 분량이 적었던 만큼 <명암>에서 보충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두껍던데...;; 모두 화이팅해서 읽어요~

  • 2016-12-20 11:28
    쌤... 문장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언제쯤 비문과 오타를 타파할 수 있을까요^^;; 그걸 목표로 남은 시간을 함께 달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