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2.24 소세키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6-12-20 01:56
조회
375
161224 청소 공지

 

맨 처음 <한눈팔기>를 접했을 때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겐조의 거동이나 그의 과거 같은 것을 소세키와 연관해서 보곤 했습니다.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양부모와의 과거사나 돈을 주면서도 끝내 확실하게 끊어내지 못하는 인연은 소세키의 양부모에 대한 심정이 저런가보다 싶었죠.

그런데 다시 보니 스릴러 같은 첫 장면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란 말입니다. 분명 양아버지가 분명한데 겐조는 매우 서먹한 표현을 쓰면서 아는 척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닌 아주 애매한 상태로 몇 번 에둘러 지나갑니다. 시마다가 그의 양부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꽤 뜬금없는 회상을 통해서 아주 애매하게 드러날 뿐이죠. 겐조는 그 장면을 마치 옛날에 본 영화라도 떠올리는 듯 장면 장면을 뚝뚝 끊어 떠올리고는 거기에 어떤 감정이나 지금 자신의 상황을 투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상이 아무리 길다고 한들 겐조가 시마다에게 돈을 주는 건 사실 큰 이유가 못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차라리 겐조가 매일매일 마주치는 아내와의 대화에 더 많은 주석이 붙습니다. 겐조는 어떻게 말했는데 아내는 다르게 생각했고, 그래서 겐조의 심정은 누구도 모르게 되었고 뭐 이런 식으로요. 유학까지 다녀오고 강단에 서는 겐조가 마주해야 하는 것은 아내, 그리고 아내가 낳은 알 수 없는 형상의 아이, 계속 못생겨져가는 자식들, 그리고 귀찮고 돈이 나가는 양부모의 방문 뭐 이런 것입니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 회상장면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걸 주인공의 현재 상황과 연결시키게 되는데 겐조의 회상은 그런 면이 없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게 왜 그렇게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나오는 건가 싶은 의아함도 들었습니다. 그의 추억은 불우하다고 느끼기에는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고 또 현재상황과 인과를 짓기에 당시 시마다에 대한 겐조의 심정이 드러나는 게 없거든요. <행인>의 이치로의 복잡한 마음상태나 <춘분>의 스나가의 과거회상을 떠올리면 담백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겐조의 회상은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탐색보다는 차라리 도피처럼 보이기도 했거든요.

이번 시간에 눈에 들어온 것은 겐조가 마주하는 생활과 거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늘 에둘러 회피하기만 하면서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무력함은 겐조가 어린 시절 양자가 되었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전개됩니다. 양자가 되었던 인연으로 시마다에게 돈을 주고 있지만 사실 겐조는 그런 부모자식간이라는 거창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깜박 남에게 돈을 주거나 혹은 거금을 들여 명목상의 서류를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닥쳐오는 관계 앞에서 꺼낼 수 있는 게 유학지에서 사온 지갑뿐인 것입니다. 겐조는 그 외의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귀찮음도, 동정심도, 인연을 끊는 것도 한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아내도 양부모도 친인척도 계속 그에게 들이닥칠 것이라는 예감입니다. 서류작업을 통해 인연을 공식적으로 끊었음에도 계속 양부의 방문을 예감하는 한 겐조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소세키의 마지막 소설 <명암> 읽습니다.

 

간식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31일 프로포절 발표 있습니다. 미리미리 생각해 둡시다.

 

그럼 크리스마스 이브에 봐요~
전체 1

  • 2016-12-20 11:23
    간식을 정했었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합니다만... (ㅜㅜ) 만약 안 정했다면 규창&감자!! 프로포절은 미리미리미리미리 준비합시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