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2.31 소세키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6-12-25 19:13
조회
370
161231 청소 공지

 

드디어 소세키 소설을 다 읽었습니다. 소세키 최후의 소설 <명암>은 두꺼운데다 인물간의 긴장관계가 팽팽한 소설이었죠. 거기다 미완! 소세키는 <명암> 연재를 하는 도중 쓰러져 49세로 생을 마감합니다. 여관으로 간 쓰다가 노부와 기요코 사이에서 어떻게 될지 우리는 영영 모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알 수 없는 것일까? 하고 묻는다면 사실 조금 예상은 갑니다. 그동안의 소세키 소설을 읽어온 바에 따르면 쓰다가 여관에서 기요코를 만나고 도쿄로 돌아온다고 한들 뭐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또 그렇다고 어떤 파격적인 결말이 나지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요. 아마 쓰다는 몸 안에 절개한 직장을 가지고, 머릿속에는 매듭짓거나 끊어내지 못한 관계를 함께 지닌 채 전차를 타고 직장을 가고 아내와 여동생과 상사의 부인 사이를 오가겠죠. 가끔 친구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방문하면 돈도 뜯기고요. 그리고 쓰다는 그 지지부진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면서 자신을 끌고 가는 이 알 수 없는 힘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혹은 알아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살아갈 것 같습니다. 이미 소세키 소설의 젊은 기혼자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이번에 <명암>을 읽으면서 그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관계가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미 결혼/연애관계를 찜한(!) 재원언니처럼 소세키 소설에 자꾸 등장하는 결혼, 그리고 그 결혼의 지지부진함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다는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겨져 자신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흘러가는 결혼에 몸을 맡긴 사람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건 자신의 힘으로 했고 무슨 일이건 자신의 힘으로 했음에 틀림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노부 역시 자신을 원하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자부심으로 사는 사람이고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결혼관계는 너무나 지지부진하고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노부는 쓰다에게 정성을 쏟는다고 생각하지만 쓰다 입장에서 노부의 행동은 여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뿐입니다. 그리고 노부는 친정으로 가서 자기 본색(?)을 드러내고 쓰다는 옛사랑을 찾아 여관으로 가버리죠.

분명 소세키 소설에 등장하는 메이지 시대의 사람들은 전세대보다 확실히 학식도 높고 자유로운 연애결혼을 한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가 원해서 결혼한 사람들, 그게 연애든 불륜이든 자신의 선택으로 맺어진 관계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분명 원해서, 자신이 선택해서 성사시킨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 나오는 일들은 너무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소세키가 계속 보여주는 것은 이전세대, 스스로의 손은 전혀 타지 않은 흐름으로 성사된 관계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성사된 관계의 대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가 둘 중 어느 하나의 손을 들어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 시대에 출현한 자유연애와 결혼이 만들어낸 부부관계는 과연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소세키 시대와 얼마나 다를까요. 자기가 원하는 사람과 사귀고 가정을 만드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시대 말입니다. 쓰다가 지금 자신은 자유로우며 여관에서 기요코를 만나 옛 관계를 매듭을 지어 더 나은 상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읽으면 자유롭게 자기가 원해서 그 사람과 만나거나 헤어진다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관계 맺는 방식을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세키는 매듭이라든가 절개라든가 하는 것은 관계에 없다고 말해 왔으니까요. 그런 것은 오히려 그 사람을 자신이 원해서 소유했으며, 또 원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일 수 있다고요.

 

프로포절 2개 써옵니다. 각각 다른 주제로 2개예요. 자신이 쓰고 싶은 책과 주제 정해서 2개 써 옵니다. 잊지 마세요. 2개^^

 

간식은 종은쌤, 혜원

 

다음 시간에 만나요. 안녕~
전체 2

  • 2016-12-26 23:48
    소세키팀원분들!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훈련 코스에 돌입합니다. 고로, 글을 안 써오면 올 필요도 없습니다. 반드시 이 과정에 성실하게 동참하겠다 발심하시길! 프로포잘은 최대한 자세히 써오셔야 합니다. 왜 이 주제, 이 작품인가? 내 문제의식은 뭔가? 난 뭘 얘기하고 싶은 건가? 충분히 생각하시고 '써'오시길!(대충 끄적거린 걸 가져오지 말라는 뜻임다) 다시 한번, 집중 글쓰기 과정에 성실히 임하시길!

  • 2016-12-27 22:13
    윽;; 읽을 책이 없어서 좋아할 때가 아니네요. 어쩌면 책 읽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