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와 글쓰기

1.7 소세키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1-03 17:05
조회
391
161231 청소 후기 / 170107 청소 공지

 

소세키 소설을 다 읽고 첫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소세키 소설을 읽고 나서 어떤 글을 쓸지 프로포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단 프로포절 두 개를 써 오기로 했었지만...어쨌든 각자 하나씩 뭘 쓸지 생각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개중 더 보완해야 할 사람도 있었고 다시 써야 할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에요ㅠㅠ

채운쌤은 소세키의 자기본위와 루쉰의 자기해부를 함께 본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고 하십니다. 소세키와 루쉰 둘 다 근대문명의 선봉인 도시로 유학을 갔지만 별다른 환상을 품지 않았고 각자 자기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쓴 사람들이었습니다. ‘영문학에 속은’소세키 같은 경우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의심하다가 문학 개념 자체를 만들기로 한 작가입니다. 그는 문학과 관련 없는 책을 읽으며 서양인이 어떤 사람이길래 문학을 형성했는지 역으로 추적하다가 직접 소설을 쓰면서 문학 개념을 새로이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서양이라는 중심으로 환원되기를 거부하는 소세키의 자기본위적 태도는 전범으로 주어진 서양에 대한 거리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반면 루쉰은 서양보다, 일본보다 더 먼저 마주해야 할 것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환부를 자각하지 못한다면 철방에서 깨어난다고 해도 길이 없다고 여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 해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둘 다 국수로 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근대라는 중심으로 환원되지 않는 태도를 견지했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읽은 소세키에게는 루쉰과 달리 혁명에 대한 사유가 없습니다. 소세키에게는 다만 일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상에 파고드는 근대, 그래서 일상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건 근대를 만들고, 사람을 철방에 가두고, 자기가 갇혔다는 것도 모르게 하는 힘입니다.

루쉰과 소세키는 근대를 환상 없이 살아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근대는 환상을 품지 않고 살아내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미래를 향해 있고 번쩍번쩍하는 볼거리가 가득하고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외삽된 이미지로 상대를 대하는 근대라는 시대. 이 시대에 사람들의 관계에 파고들어 균열을 내고 마음을 교란시키고 일상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소세키는 세밀하고 세련되게 보여주고 또 어떻게 해석할지 질문하고 있고, 또 루쉰은 혁명론자와 전통 옹호자의 충돌에서 간과되는 생활과 생존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채운쌤은 지금은 소세키를 만나기가 아무래도 더 쉽다고 하셨는데요. 근대 문명의 지반 마저 없이 생존과 생활을 도모했던 루쉰과 달리 소세키는 근대 문명이라는 지반 위에서 일상과 그것을 교란시키는 힘의 관계를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소세키가 맞닥뜨린 근대가 루쉰의 근대보다 더 지금과 닮은 거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더 익숙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지금 익숙한 것이 소세키의 소설에서는 묘한 균열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 닮은 듯 다른 소세키의 근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가 글을 쓰는 시대의 배치는 무엇인가. 그걸 놓치지 않고 글을 써야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개요를 짜 오는데요. 목요일까지 숙제방에 올립니다~_~(밤 12시까지! 못 올리면 벌금 2만원 ㅇ0ㅇ!!)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9시 30분까지 모입니다

간식은 규창, 이응언니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2

  • 2017-01-04 15:36
    요 몇 달 공부한 걸 정리하면서 한 발이라도 더 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모쪼록 2017년 초반을 소세키와 함께 거듭날 수 있기를~ 멀미날 정도로 쓰고 고치고 해봅시다. >.

  • 2017-01-04 22:48
    루쉰의 철방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소세키의 인물들(고등유민....!?)이라는 게 자꾸 기억에 남네요. 나는 지금 철방에서 깨어난 사람이라고 나 혼자 생각했던 것 같네요. 사실은 여전히 철방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왜 그런 착각을 하는지...! 오히려 소세키의 인물들을 통해서 저의 착각을 부실 수 있다면 좋으련만 ㅠㅜ 여전히 소세키를 알기 전과 후가 비슷해 보이는 이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