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세미나

깜짝 세미나 후기.

작성자
소현
작성일
2016-08-19 18:09
조회
433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끌릴 수밖에 없는, 읽기를 주제로 한 <이반 일리치, 텍스트의 포도밭>, 깜짝 세미나의 후기입니다.

 

“책의 변화가 읽기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이 변화를 예의 주시했던 12세기 후고를 통해 읽기 방식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풀어주는, 일리치의 얘기는 흥미로웠습니다. 현재 21세기는 12세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텍스트의 다양한 변화가 생겼고 읽기 방식도 변화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우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세미나에 참석한 분들은 일리치가 과거에서 꺼내온 읽기 방식에 대한 매력에 빠지신 것 같았습니다.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다는 반성과 함께 제대로 읽고 싶은 욕망이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책의 변화, 다시 말해 읽기 환경이 바뀌는 것은 시대적 현상이라고 일리치는 말합니다. 전 시대의 읽기 방식이 존재하는 가운데 현 시대의 새로운 읽기가 함께 공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그러나 과거는 잊히는 법. 공존해야 할 읽기 방식이 잊히는 걸 일리치도 후고처럼 예민하게 반응하고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읽기 방식은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테지만 기본이 되는 읽기 방식은 그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실험해야 한다고 일리치가 말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실험해야할 읽기 방식은 렉티오 디비나(lectio divina,거룩한 책읽기)입니다. 이것은 학문적 읽기와 경건한 읽기를 조화롭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읽기는 5단계를 밟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알게 되고, 묵상을 통해 깊은 통찰에 이르고, 기도를 통해 간구하고, 실천적 행위를 통해 찾고, 관상을 통해 발견하는 것이죠.(독서-묵상-기도-실천적 행위-관상) 그리고 이러한 읽기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겸손한 자세입니다. 즉, 독자의 질서가 이야기에 얹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질서 속에 독자가 얹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포도밭을 거닐다 탐스런 포도를 만나 포도 한 알 한 알을 따먹고 그때마다 그 향기와 맛을 온몸으로 느끼고 기억을 새기는 것처럼 말이죠.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꼭 해야 할 읽기 실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천에는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사실 공부한다고 말하기엔 제 자신이 부끄럽긴 하지만. 여하튼, 우리의 공부 환경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변화 앞에서 우리들의 가장 큰 걱정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였습니다. 일리치가 실험하길 권한 렉티오 디비나는 우리의 걱정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해주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깜짝 세미나는 참으로 시기적절한 세미나였네요. 적어도 부천팀에게는요.^^ 세미나를 열어주신 여러 샘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전체 2

  • 2016-08-19 18:28
    부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포도밭 순례 시작하시는 건가여^^ 저희한테도 나눠 주셔야 해욧욧욧-

  • 2016-08-20 15:12
    읽어야 하는 텍스트를 매번 어렵다고~어렵다고 하면서도 기어코 알고자 하는 열의(경건한 태도)와 그만큼의 시간의 무게를 갖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 강렬한 포도맛이었네요^^
    포도맛세미나 감사드리고요, 신맛 단맛 쓴맛에 온 몸이 푸욱 젖는 읽기를 실험할 부천팀에게도 응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