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탁Q 니체 8주차 후기

작성자
호정
작성일
2017-09-20 19:38
조회
162
우리의 대화 내용의 많은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와 세상에 대한 걱정, 한탄입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걱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의에 대한 자신만의 표상이 있습니다. 그 표상을 진리로 삼아, 동조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반대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그런데, 선과 악이라는 고정불변의 진리는 있는 것일까요? 이제 우린 니체를 배웠으므로, 없다가 답이라는 것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건 없다고 배워도, 우린 어느새 보편타당한 진리를 전제한 사유의 습관을 반복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곤 합니다.

강자의 삶, 능동적 힘 발휘하기

니체는 가치 평가의 기준을 선악에서 고귀함과 천박함으로 바꿉니다. 고귀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선한 삶이 아니라, 강자의 삶입니다. 강자는 삶의 조건에 대해 반응적인 힘이 아니라 능동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능동적인 힘은 물처럼 천천히 작용합니다. 외부의 힘이 오면, 일단 받아들이고 그 힘을 나의 것으로 전유합니다. 고체는 외부의 힘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튕겨버리지만, 액체인 물은 그 힘을 천천히 자신의 힘으로 변환합니다. 외부의 힘에 대해 단정하면 그 규정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하게 되지만, 그 미세한 결들을 섬세하게 알아간다면 우리는 다르게 반응하게 됩니다. 우리가 규정한 것과 다른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우리의 힘의지도 다양해집니다.

섬세하게 알아간다는 건, 스피노자 식으로 말하면 적합한 관념을 구성한다는 거겠죠. 우연처럼 보이는 하나의 사건, 외부의 힘에 얼마나 많은 원인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작용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면, 우리의 감각과 사고는 거의 동시에 바뀌게 되겠죠. 내가 겪은 사건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느냐? 이 다르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지(知)에의 의지, 즉 힘의지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긍정적인 힘의지를 가지고 능동적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각자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풀어야 할 문제겠죠.

세계는 생성 중이므로 가상적이고 양가적이다.

능동적 힘은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만들어진 것에 반응하는 힘도 아닙니다. 능동적 힘을 발휘한다는 건 삶의 조건을 다르게 구성한다는 겁니다. 니체는 삶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고통이란, 삶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삶의 무의미성을 말합니다. 열심히 사는데도, 삶은 나의 열심과 무관하게 무의미하고 부조리합니다. 무의미하므로, 인간이 일방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양가적이고 가상적인 것입니다.

존재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성중인 것, 지나가고 있는 것이므로 끊임없이 역설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이라는 건 헛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잡을 수 없는 것, 계속 지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생성중인 건 양가적입니다. 현재란 이미 과거이면서, 이미 미래인 것입니다. 뉘앙스로만 존재하는 색깔처럼, 우리는 모호한 윤곽을 가진, 우리 같은 무엇입니다. 삶이란 삶과도 같은 무엇입니다. 희미한 뉘앙스로만 떨리는 게 세상, 파동의 세상입니다. 이 세계는 항상 우리에게 가면을 쓴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가면 쓴 상태로 드러납니다. 이것이 가상적인 세계의 표현방식입니다. 가면은 감춘다는 의미보다는, 변형성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변형해서 드러낸다는 거죠. 가면은 plastic한 힘, 조형력입니다. 웃음도 조형력입니다.

내 삶은 누가 책임지나? (소는 누가 키우나? ㅎㅎ)

왜 우리는 세상은 그렇게 바꾸려고 애쓰면서,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예술작품처럼 조형하려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자기 자신의 생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면 누가 우리 삶을 책임질까요? 채운쌤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니체가 말하는 사랑을 하려면, 우리는 강자가 되어야 합니다. 강자가 되기 전에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약한 자의 사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의 반복일 뿐입니다. 강자의 사랑은 웃음으로 전염되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대해 웃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웃어야 한다고 하는데, 웃음은 긍정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 할 수 있을 뿐, 웃음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뎌, 니체 수업이 끝났습니다. 제 뒤늦은 후기도 끝났습니다. 하. 속시원하네요. 할 일을 안 하고 있으니, 계속 체기처럼 얹혀 있었는데. 여러분도 지금 저랑 비슷한 상태겠죠. 더부룩 답답. 깝깝. ~~.

자, 제가 대신 소리 질러 드렸으니, 이제 에세이에 집중해 보아요. 

그리고, 낯선 시간 화요일에 익숙한 장소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만나요!!
전체 1

  • 2017-09-21 10:08
    보편타당한 진리를 전제한 사유의 습관. 콱 찔리네요. ㅎㅎ;; 니체건 장자건 뭐든 기존의 언어를 해체하는 철학을 아무리 봐도 저 자신은 해체가 안 되네요. ㅋㅋㅋ 낯선 시간, 익숙한 장소! 하지만 새롭지 못한 감각. 하하하하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