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8.21 세미나 후기

작성자
현정
작성일
2017-08-22 21:56
조회
122
니체에게 벗은 적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지요. 이웃처럼 가깝기도 하지만 서로의 글이나 의견을 나눌 때 우리는 먼 곳에서 온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니체를 매주 부여잡고 살아온 지 수개월이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계속되는 불편함과 날선 느낌을 토로한 제 발제가 쫌 무거웠죠.^^ 자연스럽게 니체가 말하는 가벼움에 대한 질문으로 세미나가 시작되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니체의 가벼움에 대해 얘기 나누었는데요. 어떤 텍스트를 만나든 자신의 삶과 밀착해서 계속 생각하고 연결시키지 않으면 가벼워질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와 함께 본문에 나오는 “현명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에픽테토스의 말이 가벼움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무책임(?)이 연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도 나누고, 고귀한 영혼이 비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듯 가벼움이 완전히 무게가 덜어진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이번 장은 제목처럼 혼합된 의견과 잠언들이 짧은 아포리즘 속에 담겨 있어서 그만큼 다양하기도 했는데요, ‘오해를 받는다고 자신을 변명하는 데 힘을 낭비하지 말라’는 잠언과 같이 이구동성으로 맞어 맞어를 외치게 되는 글들이 우리를 즐겁게 만들기도 하고, 언론이나 국가 사회를 보는 그의 첨예한 시각이 너무나 현재적이라서 놀라게도 되는, 니체는 참 풍요로운 사유를 우리에게 매번 펼쳐줍니다. 나치즘과 같이 외부세력에 의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도 또 느끼게 되고, 여성을 귀족적 허영 덩어리로 묘사하거나 수동적이고 노예적 정신의 대표자처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우린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니체가 나눈 여행자의 다섯 등급이 인상 깊었는데요. 가장 낮은 등급은 여행하면서 관찰당하는 자들, 그 다음 등급은 세상을 관찰하는 자들, 세 번째 등급은 관찰한 결과를 체험하는 자들, 네 번째 등급은 체험한 것을 지속적으로 지니고 사는 자들 마지막으로 최고의 등급은 체험하고 동화하고 난 뒤, 그것을 기필코 되살려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체험을 해야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가지 않겠냐 이런 이야기도 나누었는데요. 관찰하는 자들은 <차라>에 나오는 관조하는 인식주의자들이 연상되기도 했고, 체험을 되살려나간다는 것이 가치전환, 창조를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세상을 관찰하는 등급에 내가 속하지 않을까 그러니 글도 그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읽으며 했었는데, 벗들이 바로 알아차립니다. 여전히 관찰하는 글이라는 따가운 지적이 따스합니다. 아니 따스한 지적이 따갑습니다. 내내 느끼고 있는 니체 읽기의 불편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대면하고 돌파하는 일을 계속 회피하고 있는 자신의 비겁함과 게으름을 벗들을 통해 또 확인합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일, 좀더 무모해지기, 정말 계속적인 시도와 모험 말고(이게 어렵지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말과 글을 들어주고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오류를 지적해주며, 그렇게 우린 오늘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을 읽으며 니체를 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전체 2

  • 2017-08-24 13:16
    현정샘~ 따끈따끈한 후기 감사합니다! 서로에기 따스하고 따가운 벗이 될 수 있길^^

  • 2017-08-25 13:47
    현정샘의 대면과 돌파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