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본색

6.25 서사본색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6-19 17:01
조회
192
170625 서사본색 공지

 

삼장법사가 드디어 구법의 길을 떠났네요. 그런데 떠나자마자 동료들이 모두 잡아먹혔어요. 그런데 우리의 법사님은 포기를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겠대요. 여기서부터 우리는 이 스님이 엄청난 똥고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 떠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시련을 당하면 당연히 꼬리를 말고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거든요. 저 같으면 애초에 정부 명령으로 떠난 여행이니 당장 돌아가서 호위를 더 거느릴 예산 좀 더 달라고 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삼장법사님이 높은 도력의 소유자라서 눈에 칼이 들어와도 부동심을 유지하는 분이시냐. 아닙니다. 무서운 것을 만나면 무섭다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곧이곧대로 말씀하십니다. 황제가 권하는 술도 일단 거절하고 보는 분이세요. 당나라와 그 외부의 경계인 산에서 제발 자길 버리지 말고 같이 가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은 정말 짠하면서도 재밌지요. 하지만 그 경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삼장법사는 손오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손오공을 만나면 삼장법사의 구법행은 이제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느냐.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놈,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거든요. 꼭 가야겠다는 고집을 부리는 삼장법사와 수틀리면 바로 근두운을 타고 휙 달아났다가 마음 내키면 다시 휙 돌아오는 손오공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당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달아나고 싶은 마음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손오공은 정말 내키는 대로 삽니다. 그래서 이 자유로운 영혼에게 채운 ‘이마가 빠개지는’ 긴고아가 대자대비하신 관음보살님이 준비하신 아이템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손오공은 왜 이렇게 답답한 처지에 있어야 했을까요. 500년간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렇다면 한번 달아났을 때 그대로 삼장법사와 바이바이~ 했으면 됐을텐데요. 그는 굳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온갖 사고를 다 치면서고 삼장법사 옆에 있습니다. 그 지지부진함,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부자유스러움이 손오공에게는 수해인 셈입니다. 우리는 손오공이 이름도 없는 돌원숭이 시절부터 무상함을 의식하던 원숭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시작은 이 모든 만족스러움을 끝까지 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점점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하면서 온갖 수행을 하던 존재가 손오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긴고아를 차고 삼장법사와 한 보 한 보 길을 떠나는 것이 손오공이 원하던 수행이었던 것입니다.

2권에서는 우리의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저팔계도 나옵니다. 그럭저럭 착실하게 살던 저팔계가 요괴가 되었을 때 수정쌤은 그가 드디어 괴물의 면모를 드러냈다고 해석한 반면 유주쌤은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은 저팔계가 괴물이라고 계속 낙인 찍었던 사람들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팔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장면은 역시 떠나기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마치 ‘가서 좋으면 계속 있고 아니면 바로 돌아오겠다’는 것이었죠. 많이 먹는 장면 보다는 이런 게 저팔계의 탐욕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세속과 깨달음의 길, 이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싶고 또 둘 중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는 태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2권에서 삼장법사를 의제 삼고 천축으로 보낸 당태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완수쌤께선 당태종이 그를 의제삼고 또 흙뿌린 술을 굳이 먹여서 삼장법사를 스님 이전의 당나라 사람으로 취급했다고 보셨습니다. 삼장법사도 그에 따라 부처님의 사람이라기보다는 당태종을 위하는 애국하는 스님이 된 것이죠. 저는 당태종이 지옥까지 다녀왔는데 넘나 속세의 군주로서 군림하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런 엄청난 경험을 하면 이전까지 갖고 있던 권력욕 같은 것은 놓을 것 같은데. 그러나 당태종은 황제로서 법회를 열고 황제로서 삼장법사를 천축으로 보냅니다. 역시 황제 같은 자리는 아무나 앉는 게 아닌가 봅니다.

 

다음 시간은 <서유기> 3권, <대당서역기> 6권(118p)까지 읽어옵니다.

 

간식은 수정쌤.

 

다음 시간에 만나요. 안녕~~

 
전체 3

  • 2017-06-20 16:25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손오공의 머리에 채운 긴고아. 신출귀몰 '채운' ㅎㅎ

  • 2017-06-20 17:07
    나? 나 긴고아?? 공부하다 머리 나땜에 아픈거??

  • 2017-06-20 18:09
    제 입으로 어떻게? ㅋㅋ 저런 구절만 눈에 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