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본색

7.16 서사본색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7-11 23:39
조회
147

170716 서사본색 공지


제가 알기로 5권은 처음으로 삼장법사가 활약을 했던 권입니다. 늘 제자들이 끼리끼리 놀면서 사고치고 있으면 엄한 말투로 그러지 말라고 하거나 아니면 납치당해서 징징거리고 있는 사람이 삼장법사였는데 말이죠. 이번에는 손오공이 유일하게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냅니다. 바로 좌선! 앉아 있기라면 2,3년은 너끈히 할 수 있다는 법사님의 말씀에 '헐 웬일이래~' 하고 있었죠. 서역에 가기 위해서 할 때는 하는 사부님. 누구보다도 그 마음이 간절하시니 이 팀의 핵심이십니다. 그리고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구법여행의 구심점이십니다.


이번에 재밌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영감 마왕이 출몰하던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에 가뭄이 들자 요괴 손을 빌린 마을사람들, 이들은 그 대가로 꼼짝없이 소년소녀를 일정하게 바쳐야 했는데! 지나가던 삼장법사 일행이 그 얘기를 듣고 영감마왕 퇴치에 도움을 줍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섬뜩하기도 하고 걱정이 태산같이 되었습니다. 아니 저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 비를 내리기 위해 애들을 바쳐?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니까 바로 지나가던 법사님 일행에게 요괴를 퇴치해달라고 해? '좋은 거래' 했던 영감마왕이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죠. 그리고 저러다 또 가뭄이 들면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그 윤회를 이어나갈 것 같았고요.


그런데 은남쌤은 그거 너무 미래를 걱정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셨어요. 지금 마을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을 잡아가는 요괴의 퇴치이고, 영감마왕을 퇴치할 마음이 든 것은 비가 와서 농사 망칠 걱정이 없자 조건이 변한 것일 뿐이라고요. 아마 마을 사람들은 그 후 또 가뭄을 만나면 다른 대책을 강구할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어디까지나 삼장법사 일행은 지나가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이 위험하다면 마을 사람들의 사정이 어떻든 그저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테고요.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거기에 충실하는 것이 지나가는 자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세미나의 쟁점은 요괴들의 패인(!)이었습니다. 요괴들, 얼마나 친척친구부모에게 잘합니까. 이들은 삼장법사를 잡으면 날름 삶아먹지 않습니다. 정성을 다해 잔치상을 베풀고 여기저기 초대장을 띄우며 자기와 친한 이들을 모두 불러놓고 그 자리에서 싱싱한 고기를 대접하기 위해 삼장법사의 목숨을 붙여 놓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人情이 바로 요괴들이 손오공 일행에게 패한 요인이라는 패턴을 발견한 것입니다. 말이 요괴들이지 그들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존재입니다. 그런 인정을 지닌 자들이 삼장법사 일행을 위기로 몰아넣는 장애물이라는 아이러니. 그럼 요괴들이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존재다, 가족과 친척들에 대한 정에 이끌리고 명예욕에 불타서 해탈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라고 하고 끝? 이 이야기는 좀 더 밀고나가 분석해 보면 좋겠다고 규창이가 얘기를 했지요. 저는 은남쌤 말씀을 들으며 우리가 번뇌라고 하는 것은 요괴, 즉 정체불명의 해결 못 할 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와 닮은, 그래서 헤쳐나갈 실마리도 분명 있는 존재라는 것을 <서유기>가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온갖 번뇌가 들끓는 서역길, 그리고 이들이 가지러 가는 경전 모두 번뇌의 소용돌이를 만드는 와중에 우리의 삼장법사 일행은 오늘도 갑니다. 서쪽으로!


다음 시간은 <서유기> 6권과 고미숙쌤의 <로드클래식> 서유기편을 읽고 한번 곰쌤표(?) 공통과제를 써 보아요. 각자 인상깊었던 인물이나 사건을 잡아 그 특징이 생생한 제목을 붙이고 나름대로 분석해보는 것입니다.


간식은 혜원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전체 1

  • 2017-07-11 23:52
    에구 반장님 이시간에 공지를 올리시고 고생많아유...책이 재밌으니 공지도 재밌고 이야기도 재밌고 뭔들 즐겁지 아니한가~ 마는
    그나저나 관음보살님 아니 부처님!! 우리도 서쪽으로 무사히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