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8.10 공지와 후기~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8-03 17:08
조회
119
2017.8.3


밀레나에게 쓴 편지까지 읽었습니다. 더불어 카프카가 율리와 사귈 때 그녀의 어머니께 보낸 편지도 읽었지요. 재미있는 것은 두 편지에서 보여지는 카프카의 말투가 시종 같다는 거였어요. 그는 여러 여친들에게 편지를 쓰든, 장모될 사람에게 편지를 쓰든, 아버지에게 쓰든, 늘 자신의 내적 번민을 있는 그대로 쓰고 자신을 다 드러내 보입니다. 보통은 신분이나 나이, 배움의 정도, 상대의 인성에 따라 말투나 어휘를 조절할만도 한데 말이죠.

이런 한결같음을 보면, 카프카는 ‘상대가 내 말을 어느정도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선입견이 전혀 없었던거 같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 같기도 하고요ㅎㅎ <변신>에서 갑충이 된 후에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열심히 말하는 그레고르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웃음이 났습니다. 아무튼 카프카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어떤 한결같음을 느껴요. 그리고 그 한결같음의 중추에는 ‘자기 자신과의 투쟁’이 있지요.

이번에 읽은 <밀레나에게 쓴 편지>에서 자주 눈에 들어온 것은 ‘두려움’과 ‘불결함’이었어요. 이런 키워드들 역시도 ‘자기와의 투쟁’과 관련이 깊지요. 카프카가 불결함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단순히 ‘더러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경함? 낯선 무언가를 포함하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작품에서 불결함이 연출되는 것을 꼽아보면 신성한 집, 법정 옆, 성 안에서 벌어지지요. 불결함은 어떤 경계와 경계 사이에서, 법망과 법망 사이에서, 제도나 시스템의 문법을 흉칙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카프카는 밀레나에게 자신의 본성이 점점 자라나고 있는데 그게 얼마나 ‘불결한 재앙’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해요. 불결하다는 것, 그것은 어떤 입장에서 바라본 불결함일까요? 법의 가장 경계에 있는 문지기와 투쟁한다던가, 성 안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관계를 만들며 법을 불결하게 만드는 존재들은 법의 입장에서 불결한 존재들일 수 있겠지요. 법망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법망의 경계를 맴도는 것은 ‘불결함’이라는 하나의 투쟁 전술이 아닐까요ㅋ

카프카에게 일상 전체가 투쟁의 무대일 수 있는 것은 그런 법망을 절대 떠나지 않으면서 그 곁에서 법망의 외연을 이상한 방식으로 비튼다던가, 낯설게 변형시키는 무언가를 꼬물꼬물 계속 해나가기 때문일 겁니다. 흐 이제 카프카의 편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품도 함께 읽어나갈텐데요, 어떤 해석들이 나올지 다음주가 기다려집니다.


다음주 읽어올 텍스트는 카프카 단편집에 실려있는 <선고>, <낡은 쪽지>, <황제의 칙령>, 그리고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에서 발췌한 부분이예요. 이번에 읽을 분량은 모두 복사물이 준비되어 있으니 못 오신 분은 한번 들러주세요~ ^^

다음주 과제는 <선고>를 중심으로 써오시면 되구요, 담주 간식과 후기는 보영샘입니다~

그럼 남은 바캉스도 카프카와 함께 고고 ㅋ 다음주에 만나요~~
전체 2

  • 2017-08-03 18:17
    역시나 배달의 민족인가. 어마무지 속도의 실시간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17-08-03 18:27
    매주 금싸라기 같은 대목을 뽑게 됩니다.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들, 들! 얏호 카프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