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8.17 공지와 후기

작성자
이응
작성일
2017-08-10 19:10
조회
108
2017.8.10


편지, 약혼

카프카는 하룻밤만에 <선고>를 쓰고 퍽이나 만족해 했고, 이 작품을 당시에 만나던 펠리체 바우어에게 바치기도 했지요. 일기와 편지에서 곧잘 봐왔던 ‘약혼’과 ‘편지’가 <선고>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니 해석의 여지가 많아 즐거운 토론이었습니다. 일기와 편지를 통독한 후에 읽으니 암호같던 문장이 조금이나마 해석되어 즐거웠어요^-^ㅋ

<선고>는 한 남자가 친구에게 약혼을 알리는 편지를 쓰는걸로 시작됩니다. ‘약혼’과 ‘편지’, 이 둘은 사건을 이끄는 주요한 키워드로도 볼 수 있을거 같아요. 아버지와 이 사단(?)이 일어난 것은 결국 게오르크가 약혼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고, 약혼하려다 보니 멀리 살고 있는 친구를 소환하게 되고, 그때문에 아버지와 문제가 붉어지니까요. 또 친구에게 약혼을 알리는 편지를 썼기 때문에, 그 편지를 친구에게 보낼거라고 아버지에게 알렸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지게 되지요.


미스테리한 아버지와 친구

<선고>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참 미스테리해요. 처음에는 아들이 러시아에 친구가 있다는걸 믿지 않았다가, 이후에는 그 친구야말로 자신의 ‘마음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지요. 심지어 자신은 그 친구의 대리인으로 이곳에 있는거라고 말하고 아들 몰래 그와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친구는 또 어떤가요. 실제 존재하는지 지어낸건지 알 수 없는 ‘친구’는 러시아에서 타인과의 접촉 없이 ‘영구적인 독신 생활’ 중입니다.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아들과 아버지의 말 속에서 친구는 존재했다가 아들로 변모했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카프카는 1913년 2월의 일기에서 <선고>를 언급하며 이 친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 친구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연결 끈이며, 그 둘의 최대의 공통점”이라고요. 1913년 10월 펠리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친구가 변모하는 형상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관점의 변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즉 친구는 실제 인물이라기보다 아버지와 아들의 ‘공통분모’로서,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등장하고 있는 셈이지요.


선고 

게오르그는 아버지의 선고를 받고 왜 곧장 물에 뛰어든걸까요? 게다가 “전 항상 부모님을 사랑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요. 지니샘의 분석처럼, ‘선고’가 성립되려면 최소한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선고하는 자, 선고받는 자, 그리고 선고의 근거가 되는 죄. 아버지는 아들에게 익사하라는 선고를 내리고, 아들 게오르크는 선고를 받고 익사를 수행하는데, 선고의 근거인 ‘죄’가 무엇인지는 불확실합니다. 확실한 것은 선고하는 자와 선고받는 자를 이어주고, 선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친구’라는 점 뿐이지요. 죄가 무엇이든 관계없이, 설령 죄를 알지 못한다하여도, 내려지면 수행되어야한다는 것이 선고의 속성입니다. 죄를 처벌하기 위해 법이 만들어진다기보다, 법에 의해 죄가 성립된다는 것. 이는 아버지(법)의 존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하지요.


어려웠지만 해석하는 재미가 쏠쏠한 <선고>였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변신>을 집중 분석해 보기로 해요. 간식과 후기는 성연샘~
전체 3

  • 2017-08-11 10:40
    일기와 편지 읽기 끝에 읽는 <변신>도 기대기대됩니다~ 반장님 없이 하는 세미나라니 서운하지만^^;

  • 2017-08-11 15:00
    선고를 가능하게 하는 점이 '친구'이고, 그 친구는 '영구 독신자'를 뜻한다면, <선고>가 말하고 있는 죄는 독신의 죄가 되겠군요. 독신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시험에 드는 게오르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주에도 Go! Go!

  • 2017-08-11 23:48
    카프카 작품을 보는데 이전에 읽었던 편지가 정말 많이 떠오르더라구요! 정말 그에게 편지와 문학과 삶은 서로 깊숙이 스며들어있나봐요 (비록 그 모두가 알쏭달쏭하다는게 저를 힘들게하지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