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프카

<후기> 카프카 시즌3 _ 첫 시간

작성자
gini
작성일
2017-09-21 20:59
조회
106
<오!카프카> 세미나, 시즌Ⅲ가 시작되었습니다.

 

‘일기들’과 ‘편지들’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카프카의 ‘단편들’을 읽습니다. 아마 우리는 이전 시즌과 다름없이 헤맬 테고(^^), 그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던 요상한(^^) 지점들을 집어 와서 이상한 해석들을 펼쳐놓겠지요. 물론 선생님은 ‘해석은 자유 그러나 자기 글 안에서의 정합성!’을 요구하실 거구요. 이게 참 어려운 부분이지만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첫 시간인 오늘은, 카프카의 유고 중 「어느 투쟁의 기록」, 「시골에서의 결혼준비」, 「마을선생」, 「독신자 블룸펠트」 네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 투쟁의 기록」과 「시골에서의 결혼준비」는 유난히 ‘묘사’가 튀었던 작품인데, 그 ‘묘사’가 우리들에게 공통적으로 궁금증을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묘사’가 보여주는 것을 ‘무관심’- 뭔가 다른 용어가 필요할 듯한데, 왜냐하면 통상 우리가 이해하는 무관심과 다르다고 모두 동의하기 때문에요-으로 성연샘은 푸셨고, 저에게는 묘사가 화자가 맞닥뜨리고 투쟁해야할 대상에 대한 묘사로 보였습니다. 매 시간 흥미로운 네이밍을 선보이시는 선생님은 ‘산책의 문체’라는 화두를 던지시더군요.

 

묘사된 대상들은 나타나고 사라지고 흔들립니다. 그들은 화자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능동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하는 대상들이었습니다. 따라서 그것들은 화자의 관찰로 대상화된 것들을 넘어서 화자가 서있는 지반 역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카프카의 화자들은 흔들리는 것들 속에서 견고함, 단단함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며, 그래서 그 단단함들과 싸웁니다.

 

「마을선생」은 실체가 없는 거대한 두더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시골선생과 도시상인의 치고받음,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두 개의 문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경샘은 두더지가 아니라 이 실체 없는 두더지가 가져오는 효과들, 시골선생과 도시상인의 끝없는 위치 이동이 재미있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실체 없다고 하여 절대 무용한 것은 아닙니다. 이 실체 없는 것 때문에 존재들은 상호작용 되고, 뭔가를 생산하고 그럼으로써 하나의 정체성에 붙잡히지 않는 존재들로 끊임없이 변용되니까요.

 

‘독신자’라는 테마가 카프카에게 중요하지 않은 때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본인이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많은 카프카 작품의 화자들이 독신자입니다. 그러나 카프카의 독신자는 역시 통상적 의미를 벗어납니다. 혼자 산다고 독신자는 아닌 것이지요. 「독신자 블룸벨트」는 가족과 회사가 맞물려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도 아버지의 빚을 갚고 있었는데, 그 빚이 아버지가 현재 그레고르가 다니는 회사 사장에게 진 빚이었다는 게 떠오르네요.

 

카프카의 작품들은 갈피를 잡기가 어려운데 그 때문에 더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또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기도 하지요.^^ 독신자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좀 더 깊이?!

 

다음 두 번째 시간에는 ‘카프카에 의해 출판된 작품들’+ 「사냥꾼 그라쿠스」를 읽습니다.

 

발제는 …

「관찰」~산으로의 소풍 : gini

독신자의 불행 ~ 옷 : 성연

거부 ~ 불행 그리고 사냥꾼 그라쿠스 : 수경

 

간식 : gini
전체 3

  • 2017-09-22 00:13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요상한 지점'에서 빵! 터졌습니다.
    오늘 지니 샘께서 아주 많이 웃으셨지요. 카프카의 웃음소리가 지니 샘을 웃긴듯! 상콤한 분위기로 시작해서 좋았습니다. 카프카의 미로에서 신나게 놀아보아요!

  • 2017-09-22 15:52
    큼직한 글자가 아주 보기 좋군요! 카프카, 어찌 이리 어렵누...ㅜ 매학기 갱신되는 난이도에 그저 놀랄 뿐입니다ㅋㅋㅋ

  • 2017-09-22 20:31
    후기에서도 상콤한 분위기가 느껴지네요ㅋ 이번 작품집 해설은 카프카 난이도 상 버전일까나요? 해석은 자유ㅋ 하지만 글 안에서의 정합성! 새겨두겠습니다 ㅋㅋ